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실형이 선고된 한국제강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1년 형을 확정했다. 법률적 쟁점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경합 관계에 대해 대법원은 상상적 경합 관계로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제강 법인에 대한 벌금 1억 원도 확정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원청 대표이사가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은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에서 심리한 첫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사건이기도 하다.
한국제강의 하청업체 근로자 B씨는 지난해 3월 16일 1200kg 상당의 방열판 보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섬유벨트가 끊어지는 사고로 숨졌다. 한국제강 대표 A씨는 이 사고와 관련해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검사는 노동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상적 경합으로, 또 이 두 죄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는 실체적 경합으로 공소를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검사 기소와 달리 위 죄들을 상상적 경합 관계로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실형 선고였다. 회사에 대해서도 벌금 1억 원을 선고됐다.
실체적 경합 관계를 주장했던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날 이를 기각했다. 실체적 경합의 경우 가장 무거운 죄의 형기를 절반까지 가중할 수 있지만 상상적 경합은 가장 무거운 죄의 형으로만 처벌한다.
대법원 전경. 법원 홈페이지대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 보호법익, 행위태양 등을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호 간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산업재해 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또는 종사자의 안전을 유지·증진하거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며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의 보전을 그 보호 법익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A씨가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작업계획서 작성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행위와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위반행위는 모두 같은 일시·장소에서 같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방지하지 못 한 부작위에 의한 범행에 해당한다"라며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호 간 사회관념상 한 개의 행위가 수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시하여 양 죄의 죄수 관계에 대해 최초로 법리를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