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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한전 자회사 연말 '이사회 주간'… 중간배당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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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한전 자회사들, 연이은 이사회 개최…중간배당 의결
채권 발행 한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향후 배임 여지도
누적 적자 '45조' 한전, 국제유가 불안 가중…내년 적자 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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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부채 200조원'의 한국전력이 채권발행 한도 유지를 위해 연말까지 자회사들에게 중간배당을 요청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한전이 요구한 약 3조2천억원의 중간배당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등 7개 자회사들은 최근 줄줄이 이사회를 열고 의결 절차를 밟고 있지만, 향후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이 자회사들에게 연말까지 중간배당을 요구한 이후 후속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전은 한수원을 포함한 7개 자회사들에게 총 3조2천억원 상당의 중간배당을 요청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수원에 1조5600억, 남동발전 3049억, 남부발전 2930억, 중부발전 2916억, 서부발전 2916억, 동서발전 2989억원 등을 요구했다. 발전자회사가 아닌 한전KDN에는 요구한 금액은 1600억원에 달했다.
 
한전이 자회사들에게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이 100% 또는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들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에 이어 중간배당 의결 절차를 밟고 있다. 한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사실상 정부의 승인 하에 자회사 이사회가 의결에 동의하는 분위기"라며 "한전이 위기인 것도 이해하지만 이렇게 전례 없는 방식까지 동원해 밀어붙이면 나중에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동서발전은 이사회에서 중간배당 의결을 완료했다. 이날은 한수원, 오는 28일에는 남동발전 등이 이사회를 개최했거나 개최할 예정이다. 시한이 연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주 내 자회사들의 이사회 의결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는 통화에서 "회계 기준으로 연말까지만 중간배당을 의결하면 되고, 실제 자금은 내년 초에 순차적으로 처리해도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여파로 인해 대부분 자회사들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중간배당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한전은 중간배당을 4조원가량 요구했지만, 자회사들이 반발하자 3조5천억원으로 낮춘 후 재차 3천억원을 더 낮췄다.
 
동서발전의 경우, 이번 중간배당에 대한 동의를 조건으로 내년엔 정기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남겨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동서발전이 특정 조건을 내걸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른 자회사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요구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전이 자회사들에게 전례 없이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에너지 위기에서 비롯된 적자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동안 소매 전기요금은 동결 또는 소폭 인상에 그치면서 한전의 적자는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2021년 5조8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손실을 본 한전의 누적 적자는 45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현 정부 들어 40% 정도 요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전기요금 '역마진 구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올해는 약 6조원의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
 
그동안 한전은 우량 채권인 한전채를 대량 발행해 연명했지만, 이번 중간배당 없이는 '빚'조차 더 내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한전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데, 올해 합계 총액은 약 20조9천억원이었다. 합계 금액의 5배인 104조6천억원까지 발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내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2023년 한 해 손실인 6조원을 반영하면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가 약 14조9천억원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채권 발행 한도 역시 74조5천억원으로 줄어드는데, 이미 발행한 채권 잔액이 79조6천억원에 달하고 있어 현 상태를 방치하면 추가 채권 발행은커녕 5조원에 달하는 빚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 또는 중간배당 추진 등을 통해 적자를 줄여야 하는 셈이다. 정부가 이미 내년 총선 전까지 전기요금 동결을 선언한 이상, 중간배당 이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중간배당을 받아 잠시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지만, 전기요금의 '역마진 구조' 타파 등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는 이상 내년에도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최근 홍해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꿈틀대고 있다. 이달 초 배럴당 6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국제유가는 지난 26일 기준 80달러를 재차 돌파했다.
 
에너지 원자재와 소매 전기요금을 연동시켜 시장에 반영하는 '요금 현실화' 없이는 한전 재무 위기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회사들도 중간배당을 위해 별도 채권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자회사가 빚을 내서 한전 빚을 갚는 격"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피하면서 파생한 문제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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