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지도부 공백사태를 맞은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로 사실상 가닥을 잡고 출범을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된 후 이르면 이번 주말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20일 상임고문단 오찬간담회를 끝으로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윤 권한대행은 "오늘 사실상 의견 수렴 과정은 마무리할까 한다. 여러 가지 고민과 숙고를 통해 제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여론이나 당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데 참고하고 있다"며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나서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야가 예산안을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23~24일쯤 비대위원장 지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윤 권한대행은 13일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후 3선 이상 중진의원 연석회의(14일), 비상의원총회(15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18일), 상임고문단 오찬간담회(20일)을 잇달아 열며 당내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반대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긴 했지만, 큰 줄기에서 '한동훈 대세론'이 굳어지는 과정이었다.
전날 한 장관이 국회에서 직접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비대위원장 제안이 오면 수락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면서 비토론도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0일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중식당 백리향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간담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날 상임고문단 오찬간담회에서도 다수 상임고문들이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임명을 지지했다고 한다. 목요상 상임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판에서 때가 묻은 사람보다 오히려 무색투명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MZ세대들도 많이 호응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고, 유흥수 상임고문도 "대체적으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는 것에 대해선 별 이의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일부는 한 장관이 정치경험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선거대책위원장 등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권철현 상임고문은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 만큼 '승부수'를 띄우는 건 맞지만, '검찰독재', '검찰공화국'이라 불리는 상황에서 검사 출신이 인사·공천을 통해 대거 당에 진입하는 걸 한 장관이 어떻게 잘 막아낼 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준상 상임고문도 "한 장관은 참 훌륭한 국민의힘의 자산이고 국가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이렇게 조기에 등판하면 (정치적) 상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선거대책위원장 내지는 새로운 길, 가령 좋은 인재를 찾아올 공천관리위원장을 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