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기부천사가 건넨 성금과 손편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이웃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연말 나눔에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 '기부천사'가 6천만 원에 이르는 성금을 두고 사라졌다.
19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날 이른 아침 모금회 사무실로 발신번호가 제한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모금함에 성금을 두고 간다는 그 목소리. 매년 연말마다 나타나는 익명의 기부천사였다.
모금함에는 5925만 6320원의 성금과 그가 직접 쓴 손 편지가 나왔다.
"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으며 가난과 희생으로 현재 풍요함의 밑거름이 되신 어르신들께 감사드립니다. 1년 동안 넣었던 적금을 영세한 무료급식소 보조비로 사용되길 바랍니다. 내년에는 우리 이웃들의 어르신들이 옛날처럼 배고픔과 고독사가 없기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2023년 12월 어느 날."'어느 날'로 마무리하는 필체의 손 편지는 매년 연말연시와 크고 작은 이웃의 피해가 났을 때마다 온정을 전하던 그였다.
최근에는 지난 7월 호우 피해를 겪은 이웃을 돕고 싶다며 500만 원의 성금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를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300만 원을 몰래 두고 사라졌다. 벌써 올해만 세 번째 기부다.
익명의 기부천사가 성금과 손 편지를 전달하고 사라졌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그는 2017년부터 매년 연말 이웃돕기 성금과 사회적 재해·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성금과 손 편지를 보내왔다.
2019년 진주 아파트 화재 사고 피해자 지원, 2020년 코로나19와 호우 피해 지원, 지난해 산불과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지원, 핼러윈 참사 피해 등 지금까지 그가 기부한 금액만 6억 120여만 원에 달한다.
모금회 관계자는 "기부자님의 뜻을 받들어 도내 영세한 무료급식소를 통해 배고픔과 고독사를 예방하고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원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