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만m 종목에서 이승훈이 레이스를 벌이는 모습. 대한체육회 제공"우리가 유치 해야만 하는 이유, 이겁니다."
새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선점(先占)을 위한 지자체들간 경쟁이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4년 후 철거가 예고된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의 대체 빙상장을 관할 지역에 유치하기 위함이다.
지자체들이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명료하다. 국내 유일이란 '희소성'이 가져다 줄 부가 가치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국제 경기가 가능한 스케이트장은 태릉과 강릉 등 2곳이 전부다.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은 평창올림픽 이후 운영비 등의 문제로 정기 가동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 빙상장을 유치하는 지자체는 랜드 마크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국내에서 이뤄지는 국제 대회 개최를 독점하게 된다. 여기에다 굵직한 각종 국내 대회 개최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이점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도시 브랜드 홍보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건립 비용 2000억 원이 국비로 지원되는 점도 유치에 욕심을 내는 주된 이유다.
15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선발 주자로 스케이트장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는 경기도 양주시와 동두천시, 강원도 춘천시와 철원군 등 4곳이다. 4곳 지자체는 지난 13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유치 공모 발표 직후 기다린 듯, 저마다 당위성을 내세우며 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공모 수 개월 전부터 유치 선점을 위한 사전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양주시, 4만명 유치 서명·광역교통망 우수 및 부지 확보 확실성 내세워
경기도 양주시가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 중인 '국제스피드스케이트장 유치 온라인 서명 운동'. 양주시 홈페이지 캡처
경기도 양주시는 올해 초 국제스케이트장 유치를 주요 시정 목표로 삼았다. 이후 지난 9월 21일 양주 다울림센터에서 '유치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하는 등 유치를 공식화했다. 또 유치를 위한 온·오프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현재 시 인구(26만여 명)의 15%인 4만여 명이 유치 서명에 동참했다. 대한체육회에도 공모 발표 전 이미 유치 의지를 전달한 상황이다.
양주시가 내세우는 것은 수도권 광역 급행 철도(GTX) C노선과 수도권 제2 순환 고속도로 개통을 통한 수도권 접근성 등 광역 교통망의 우수성과 부지 확보의 확실성이다. 김명환 시 체육시설팀장은 "지금이라도 경기장 건립이 가능한 회천 신도시내 5만㎡ 부지가 있지만, 신도시의 비싼 땅 값을 고려해 여건이 좋은 대안 부지들도 염두에 두고 공모 요건에 맞춰 최적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적 부지를 확정하면 시 체육회와 대한체육회에서 활동한 원로들을 유치 자문단으로 구성해 추진위와 함께 전략을 짜서 최고의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반드시 유치에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두천시, 빙상단 보유 앞세워 유치 명분 차별화·미군반환공여지 제공
지난 2019년 해체된 동두천시청 빙산단이 올해 1월 재창단식을 열였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사진 오른쪽에서 세번째)과 빙상단 감독 및 선수들의 입단식 장면. 동두천시 제공동두천시의 유치 의지도 만만치 않다. 일단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로 구성된 시 빙상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무기다. 다른 지자체들과 차별화된 유치 명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시 빙상단은 2001년 창단 이래 2019년 해체 후 올해 1월 재창단했다. 현재 4명의 선수단(감독 포함)이 활동하고 있다. 김동성, 차민규, 오세종, 최재봉 등 걸출한 동계 스포츠 스타 선수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이같은 점을 들어 시가 '빙상 도시' 라는 점을 강조하며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건립 부지도 확보했다.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미군 반환 공여지를 부지로 제공한다는 것이 시의 전략이다.
함종훈 시 체육시설팀장은 "동두천시는 어느 지자체보다 적극적으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동두천시가 스케이트장 유치의 최적지인 것은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육동한 춘천시장 "역사·접근성 자랑하는 춘천시 유치가 마땅"
춘천 국제스케이트장 예정지 조감도. 강원도 춘천시 제공강원도내 2곳 지자체의 유치 움직임도 경기도 양주시와 동두천시에 못지 않게 활발하다. 춘천시는 송암스포츠타운 인근 5만9504㎡(1만8000여 평) 규모의 시유지를 스케이트장 건립 부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유치가 확정되면 내년에 바로 착공을 한다는 방침도 확정했다.
시는 특히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유치 공모를 발표한 당일(13일)에 육동한 시장이 직접 기자 회견을 열어 도전을 선언하는 등 의지를 극대화했다. 육 시장은 회견에서 "춘천은 1969년부터 3년 연속으로 동계체전 도시로 선정되는 등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대한민국 빙상의 원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운행 중인 서울춘천고속도로, 경춘선 전철, 청춘ITX와 함께 개통 예정인 동서 고속화 철도, 경춘 제2 국도, GTX-B 라인을 거론하면서 "역사·접근성을 자랑하는 춘천시의 유치가 마땅하다"고 피력했다.
함지연 시 체육진흥팀장은 "춘천은 이미 스케이트장 부지를 확보하는 등 유치를 위해 지난 3월부터 발빠르게 움직여왔다. 강원도도 춘천의 유치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말했다.
철원군, 군부대 유휴지 활용·국가안보 위해 희생한 주민에게 보상 필요
강원도 철원군의회 의원들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를 방문해 '국제스케이트장 철원 유치 건의문'을 전달하고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철원군의회 제공 철원군은 군부대 유휴지 활용 등을 앞세워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동송읍 오지리 1015번지 일원 군부대 유휴지 8만7000㎡(2만6317평)를 스케이트장 부지로 활용하면 토지 매입 비용과 기반 시설 조성 비용의 절감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해당 부지는 문체부와 체육회가 공모에서 제시한 최소 면적(5만㎡이상)을 크게 상회한다.
군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철원군은 전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건립 이미지에 부합한다. 70여 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한 접경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보상이 필요하다. 스케이트장 유치는 보상이 될 것"이라며 "구리~포천간 고속도로 개통에 따라 수도권과 1시간 거리로 접근성이 향상된 점도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원군의회 의원들도 철원군의 유치 계획을 적극 밀어주고 있다. 의원들은 지난 11일 정부 세종청사를 방문, 철원 유치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준규 문체부 체육정책과 사무관은 "유치 공모를 발표하자마자 벌써 4개 지자체가 적극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다른 많은 지자체들의 참여가 예상된다"며 "부지선정위원회에서 가장 적합한 지자체가 유치할 수 있도록 세밀히 심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지난 2009년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라 오는 2027년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철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전국 226곳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국제스케이트장 유치(건립 부지 선정) 공모 실시를 공표했다. 공모 마감은 내년 2월 8일까지로, 최종 유치 지역은 2차례 심사를 거쳐 같은 해 4~5월에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