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부산 엑스포 유치가 29표라는 처참한 성적표로 실패한 배경에 정부의 무능이 다양한 측면에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의 책임에는 실무를 총괄한 유치위원회 사무총장이 비상근으로 임한 것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운을 걸고 반드시 유치하겠다"라고 공언했던 약속이 소홀히 여겨진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상근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또다시 비판받고 있다. 사무총장을 맡았던 윤상직 전 의원(미래통합당, 국민의힘 전신)이 국내 굴지의 모 법무법인 고문으로 재직 중인데, 이를 포기할 수 없어 비상근 근무를 택했다는 지적이다.
여야 정치권에선 한목소리로 "엑스포 유치에 전념할 것이었으면 로펌 근무를 포기하든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면 다른 적합한 인재를 기용했어야 한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9월 국회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윤상직 유치위 사무총장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윤상직 사무총장은 유치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사무총장직을 제안받았다. 윤 사무총장은 이명박 청와대에서 지식경제비서관, 지식경제부 제1차관을 했고 박근혜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부산에서 출마해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제안의 배경엔 이 같은 이력이 존재하지만, 윤 사무총장은 국내 한 유명 로펌의 고문을 맡고 있기 때문에 '비상근이면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겸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정적으로 출퇴근하지 않는 비상근의 경우 급여 없이 일부 업무추진비만 지원되기 때문에 사실상 '자원봉사'에 가깝다. 결국 그는 '비상근 사무총장'을 맡았다.
문제는 사무총장의 역할이 비상근으로 맡기엔 너무 크다는 점이다. 사무국의 최고 책임자로서 유치 지원 활동 전체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유치에 필요한 대내외적인 인사들을 끊임없이 만나야 하고, 여러 굵직한 의사결정도 신속하게 내려야 한다. 이 때문에 지금껏 월드컵·올림픽 등 국제행사의 유치위 사무총장은 대부분 상근직이었다.
실제 유치위 활동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윤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안일한 업무태도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6월 13일 국회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유치특위) 전체회의에서 윤 사무총장은 부산엑스포 공식 홈페이지가 두 달째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에 "나도 오늘 알았다", "제가 챙길 입장은 못 됐다", "사무총장이지만 상근으로 근무하는 입장이 아니다"는 등의 답변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애초 상근직으로 근무하기 어려운 인사를 왜 사무총장으로 앉혔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국운을 걸고 엑스포를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공약했고,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관련 특위까지 만들었는데 정작 실무 인사는 매우 안일하게 진행했다는 비판이다.
한 여당 의원은 "엑스포 유치에 전념할 생각이었으면 로펌 근무를 포기했어야 한다"며 "윤 사무총장이 포기할 수 없다고 했으면 다른 인사를 기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윤 사무총장이 로펌에서 받고 있던 연봉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겸직을 위해 비상근 사무총장을 택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윤 사무총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