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배진환 (유족)
지난 8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을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그 당시 상황을 잠깐 저희가 CCTV로 보여드릴 텐데요. 저녁 8시쯤이었습니다. 압구정역 인근의 성형외과 건물에서 한 남성이 비틀거리면서 나옵니다. 그러더니 길을 건너서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롤스로이스 운전석에 탑승하고 차를 몰기 시작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차는 우측으로 막 쏠리더니 결국 인도를 덮쳤습니다. 그 당시 인도에는 20대 여성 배 모씨가 걸어가고 있었어요. 배 씨는 차량에 깔려서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결국 넉 달 만인 11월 25일 세상 떠났습니다. 어제 이 사건의 가해자 신 씨에 대한 공판이 열렸는데 이 가해자 신 씨,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는 통에 방청석이 술렁였다는 그런 이야기가 들립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안타깝고도 화나는 이 사건 롤스로이스 사건의 유족을 직접 만나보죠. 피해자의 오빠 배진환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배 선생님 나와 계세요?
◆ 배진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유족분들 마음 많이 힘드실 텐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우선 고맙습니다.
◆ 배진환>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어제 공판, 가해자 신 씨가 당당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보도 보셨죠?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 배진환> 네, 기사로 봤습니다.
◇ 김현정> 참 듣고는 가족들 심정은 어떠셨어요?
◆ 배진환> 할 말이 없었죠. 어이가 없어가지고.
◇ 김현정> 그렇죠. 저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기분이었을 거다. 그 표현이 맞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혹시 넉 달 동안 법적으로 인정 못한다 치더라도 도의적으로라도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사과 한마디라도 해 왔나요?
◆ 배진환> 개인적으로 연락 온 건 없고 변호사님 통해서 합의 얘기를, 만나서 합의를 해보자,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지 사과나 이런 거는 받은 적 없어요. 사과 편지를 보내준다고 했는데 그것도 나중에 몇 개월 뒤에 준다고 그런 얘기를 들었어서 거절을 했었어요.
◇ 김현정> 그랬군요. 참 떠올리기 힘든 상황이겠지만 사건 당일로 잠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희가 앞서 CCTV 보여드렸는데 그러니까 이 남성이 압구정 한 건물에서 나와서 비틀거리면서 운전석에 타고 한 4분간 앉아 있었다는 거죠. 차에?
◆ 배진환> 몇 분 정도 정확하게 몇 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 김현정> 앉아 있다가 운전을 시작하고 지금 한 몇 미터 정도 달린 상황에서 저렇게 사고가 난 겁니까?
◆ 배진환> 한 90m, 100m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90m, 100m도 안 돼서 바로 인도를 여러분 지금 흐리게 좀 CCTV가 보입니다만 아예 차가 살짝 날랐어요. 날아서 덮쳐버린 겁니다.
◆ 배진환> 인도 옆에 턱이 있으니까 거기 부딪혀가지고 올라와가지고 박은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그렇죠. 당시 사고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운전자는 쓰러진 피해자, 동생분을 보고도 아무런 구호조차 없이 도주했다. 가해자 본인은 사람을 쳤다는 인식조차 못하는 것 같더라. 이런 목격담이 있었는데 이 경찰의 그 당시 조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 배진환> 경찰의 조사는 그때 당시 자리를 비웠었고 구호 조치를 처음에 잔해물을 조금 치우다가 병원으로 향했다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그리고 한 몇 분 6분인가 뒤에 다시 돌아왔다고 하고.
◇ 김현정> 병원으로 향했다는 건 신 씨가 그러니까 이 피해자 동생분을 데리고 병원 갔다는 게 아니라 본인이 갔다는 얘기잖아요.
◆ 배진환> 이제 자기가 나온 성형외과로 구호 조치를 하러 갔다고 신 씨 쪽은 주장을 하고 있는 거고.
◇ 김현정> 자신이 나온 그 건물, 그 피부과로 다시 돌아갔다가 다시 왔다. 그런데 만약 그 당시에 사고가 나자마자 바로 신고만 했더라도 지금 동생분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는 건가요?
◆ 배진환> 그때 당시에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이었으니까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모르죠. 살 수 있었거나 그랬을 수도 있죠.
◇ 김현정> 그렇죠. 제가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그 당시 사고 직후에는 의식이 있었는데 보호 조치가 늦어지면서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의식을 잃었다, 그 이야기를 들어서 더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도주 치사와 위험운전 치사로 기소가 됐어요. 그런데 도주치사, 그러니까 뺑소니 혐의 관련해서는 신 씨가 도주할 의도를 가지고 현장 이탈한 건 아니다. 지금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게 맞나요?
◆ 배진환> 네, 지금까지는 계속 그러고 있어요. 자기는 병원 쪽으로 가서 구호 조치를 하러 갔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병원 쪽으로 가서 구호 조치를 하러 갔다. 그런데 그냥 왔잖아요.
◆ 배진환> 말로는 병원 문이 닫혀 있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던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병원 문이 닫혀 있어서 그냥 왔다. 이 도주치사 혐의로는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처벌이 가능하다고 합니까?
◆ 배진환> 치사일 경우에는 무기징역까지 된다고 들었어요.
◇ 김현정> 치사일 경우에는 무기징역도 가능하지만 사실상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죠.
◆ 배진환> 네.
◇ 김현정> 그리고 또 한 가지 지금 이 사람의 걸음걸이를 자세히 보면 술에 취하든 약물에 취하든 하여튼 뭔가 취한 상태로 보이는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약한 거 아니냐, 이런 의혹을 가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제가 지금 보니까 기소 항목에는 그 항목이 없네요.
◆ 배진환> 이제 병원에서 치료 목적으로 자기가 두 차례 향정신성 그 마약 성분이 들어간 걸 치료를 받았다고 하고 있었죠.
◇ 김현정> 피부과 시술용으로 수면 마취 받은 것 때문이다. 이 주장이 결국 받아들여진 건가요?
◆ 배진환> 아니요. 검찰 쪽은 그게 아니고 병원 측에서 일단 그 향정신성 성분이 들어간 걸로 치료를 받았다는 건 인정이 됐고 그런데 마약을 그거를 일부러 그렇게 받았던 건지 그거는 따로 조사를 하고 있어요.
사건 현장◇ 김현정> 경찰 조사 당시 간이 마약 검사에서 케타민 양성 반응 나왔고 국과수 정신 정밀 검사에서는 무려 7종이나 검출됐어요. 향정신성 의약품이. 그런데 어쨌든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은 건 맞는데 그게 진짜 필요한 만큼 피부 시술을 위해서 쓴 것이냐, 아니면 피부 시술을 빙자해서 사실은 향정신성 의약품, 즉 마약을 복용한 것이냐, 이게 핵심인데 지금 일단은 기소가 그 부분으로는 안 된 거네요.
◆ 배진환> 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 쪽에서 아직까지 조사를 하고 있는 부분이고 몸에서 사고 당시에는 그 성분이 있었으니까 위험운전 치사로는 지금 되어 있는 상태죠.
◇ 김현정> 피부과에서 무슨 시술을 받았다고 합니까?
◆ 배진환> 피부 탄력 늘려주는 그런 시술을 두 번 받았다 하더라고요. 얼굴이랑 목이랑.
◇ 김현정> 피부 탄력용 시술 받았는데 수면 마취를 하고 저렇게 비틀거릴 정도로 깨지 못한 상태에서 병원을 나온 것이다. 이게 약물 투약 혐의가 인정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서도 굉장히 차이가 큰 거죠, 형량이.
◆ 배진환> 그렇죠. 지금은 제 동생 사건은 교통사고 건이라서 그거는 포함이 안 된 상태고 그거는 따로 조사를 하고 있으니까 별개로 이게 조사가 끝나면 따로 증거가 나오거나 하면 다시 형량이 추가가 되는 거죠.
◇ 김현정> 저희가 아직 결론이 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말씀을 드릴 수는 없겠습니다만 지금 저 상황은 누가 봐도 의혹이 짙은데, 짙은데 이대로 흐지부지 넘어가면 안 된다. 더 정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이 말씀을 좀 드리고 싶고요. 아무튼 세상을 떠난 고인은 말이 없습니다. 27살에 막 새로운 회사에 취직해서 열심히 꿈을 펼치던 청춘. 평소에 영화 일을 하는 게 꿈이었다고요?
◆ 배진환> 네, 대구에 있을 때는 영화관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거기서 영화 관련 쪽에 관심이 생겨가지고 자기가 자격증 같은 거 따려면 서울에 올라가야 된다고 해서 친구 몇 명이랑 해서 서울에 올라가서 취직한 지가 한 3~4개월쯤 됐을 상황이었어요. 그때 사고 당시가.
◇ 김현정> 사원증 나왔다고 부모님들한테도 자랑하고 가족들한테도 자랑하고 그런 모습이 선하다고 그러셨어요.
◆ 배진환> 네, 사원증 나와서 자랑하고 일하는 것도 재미있다 하고 그랬었거든요.
◇ 김현정> 사고가 난 직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가 한 넉 달인데 그 사이에 의식이 돌아와서 가족들하고 한 번이라도 뭔가 대화를 좀 한 것이 있습니까? 뭔가 이야기를 좀 남긴 게 있나요?
◆ 배진환> 아니요. 사고 나고 수술 받고는 아예 한 번도 의식이 없었어요. 그래서 부모님 얼굴도 못 보고 목소리도 한 번도 못 들었어요.
◇ 김현정> 넉 달 동안 한 번도 의식이 돌아온 적이 없습니까?
◆ 배진환> 네, 없어요.
◇ 김현정> 그러면 그날 아침에 출근길이 마지막이었네요.
◆ 배진환> 퇴근길이 마지막 시기에 있었을 때 사고 났을 때.
◇ 김현정> 그러니까 가족들하고 마지막 얼굴 본 건 그 출근길.
◆ 배진환> 아니요. 저희는 대구에 있으니까.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그나마도 집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인사하고 그것도 마지막에 더 오래된 채 그냥 그대로 생이별을 하신 거네요.
◆ 배진환> 네, 그렇죠.
◇ 김현정> 가족들 가슴에 얼마나 멍이 들었을까 이게 상상조차 안 되는데 부모님들 괜찮으십니까? 지금 상황은 어떠세요?
◆ 배진환> 많이 아직까지 힘들어하고 계시죠. 사진 같은 거나 보고 하고 울고 계시는 모습 보면 진짜 가슴이 찢어지죠.
◇ 김현정> 지금 사실은 마약 사범이 증가하면서 약물을 투약한 채 운전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사건 아직 정확하게 이게 마약이냐 피부과용 시술을 위한 마취냐 결론은 안 났습니다만 이렇게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당하는 이런 일 다시는 없어야 될 텐데 이런 일을 당한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꼭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 것 같아요.
◆ 배진환> 제 동생은 지금 이미 사고를 당하고 돌아갔기 때문에 혹시나 마약을 하고 있거나 할 의향이 있는 그런 사람들은 위에서 이 사건이 형량도 많이 받아가지고 그 사람들한테 경각심을 생기게 해서 이런 일이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일어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김현정> 재판 이제 시작입니다. 재판의 마무리까지 건강 잃지 마시고요. 지금 말씀하시는 대로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기를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배진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피해자 가족, 피해자의 오빠입니다. 배진환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