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양세형이 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첫 시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시집을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 이야기장수 제공 개그맨 양세형이 자신의 삶과 감정을 담아낸 첫 시집을 출간했다.
양세형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가진 시집 '별의 길'(이야기장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어릴 때부터 머리 속으로만 상상하던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글쓰기였다. 시는 제 머리 속의 단어들을 하나씩 이해하는 방법이자 재미있는 놀이였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양세형은 재치 넘치는 개그로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시를 쓰고 있었다는 사실은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졌다. 즉석에서 지은 시집의 표제작 '별의 길'로 화제를 모았다.
"잘 지냈소? / 난 잘 지내오. / 그냥, / 밤하늘의 별의 길을 따라가다 / 그대가 생각났소 / 난 몰랐소 / 밤하늘의 별이 좋다고 해서 / 그저 하늘을 어둡게 칠한 것뿐인데 / 그대 별까지 없앨 줄 / 난 몰랐소 /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 그대에게 가는 별의 길은 / 나타나지 않았소 / 아쉬운 마음에 / 밤하늘의 어둠을 / 지우개로 지워보리오 / 잘 지냈소? / 난 잘 지내오 / 오늘도 고개 들어 / 별의 길을 쳐다보오"
최근에는 부부 유튜버 엔조이커플의 결혼식에서 축시 '우리'를 낭독한 영상이 100만회를 넘기며 이른바 '깐족 개그' 이미지 너머에 자리한 시적 감수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시집은 과거 습작해 오던 시 100여 편에 시집을 위해 최근 쓴 30여 편 중에서 88편을 골라 담았다. 양세형은 그 이유로 "대학수학능력시험 400점 만점에 제가 88점을 받았다. 그에 맞춰 시를 추려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시라는 장르가 어렵지 않고 누구나 편하게 즐기는 놀이로 다가섰으면 했다"고 말했다.
시집에는 조각가 박진성 작가의 작품들이 삽화로 담겼다. 출판사 관계자는 '아저씨'를 주제로 조각품을 만들어 온 박 작가의 작품들은 아이 같은 어른의 다면적인 모습으로 이번 양세형의 감성과 시집에 잘 어울린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양세형은 이날 출판사와 취재진의 요청에 시 두 편을 골라 직접 낭독했다. 어린 시절 보았던 공룡 구름이 인기 개그맨으로 성장한 지금도 보이며, 늘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고개 들어 하늘 봐요'와 작고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아빠가 해주는 상겹살김치볶음'이었다.
개그맨 양세형이 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첫 시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시집을 소개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시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그는 "경기도 동두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산과 마을, 논두렁길, 흙바닥에 떨어지는 빗소리, 가로등 없는 길 위로 반짝이던 밤하늘을 보면서 느낀 신비로운 감정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몰래 습작한 것이 짧은 글, 시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 화재로 기록했던 시들이 소실되고 이후부터는 신문지나 남은 도배지에 습작했지만 자신의 감정을 남기는 것이 싫어 바로 버렸다고 한다. 지금의 시들은 성장 이후 자신이 사회·가족 관계 등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과 주변을 관찰하며 순간순간 떠오른 시상을 메모지에 옮겨 놓은 것들이라고 한다.
개그맨으로서 시집을 내는 것이 조심스러웠다는 양세형은 "개그맨으로서 까부는 모습도 있지만 저의 뒷면에는 감성적인 부분도 있다"며 "저의 이미지 때문에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시지 않고, 저런 진중함도 있었네 하고 또 다른 저의 모습을 인정해주고 다양한 모습의 한 면으로 봐주셨으면 한다"며 "정말 유명한 시인들에 비교할 수 없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단어들을 조립해 제 감정을 표현하는 '행복한 놀이'로 시를 즐겼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에세이나 시집을 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나이 마흔 살을 앞두고 '멋진 마흔 되기' 계획을 여러 가지 실천해 왔다는 양세형은 "독자분들이 첫 시집 '별의 길'을 좋아해주시고 작가로서 응원해주신다면 에세이나 시집을 계속해서 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양세형은 이번 시집의 판매수익(인세) 전액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과거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장학회와 인연을 맺었는데, 최근 장학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