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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여고 이전은 왜 공감을 얻지 못하나[판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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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전남노컷의 '판읽기'는 전남CBS 기자들이 전남동부 지역의 이슈를 파고들어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사안의 맥락을 짚어내고, 깊이 있게 해석해 드리겠습니다.

2019년 첫 논의…4년 만 추진위 결성했지만 '좌초위기'
이전 이유, 시설 노후화 및 고교학점제 대비 공간 확보
도교육청 측 "명분없는 이전" 반대 입장 표명
이전 강행시 인근 주민들 반대 투쟁 계획도

강남여고 정문. 강남여고 홈페이지 제공 강남여고 정문. 강남여고 홈페이지 제공 
4여 년간 중단됐던 순천 강남여고 이전 논란이 최근 재점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14일 전남도교육청 행정감사에서 강남여고 이전 문제가 언급돼 학교 구성원들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진남 도의원(순천5,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김대중 교육감에게 강남여고 이전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고, 김 교육감은 "현시점에서 이전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학교 측은 여전히 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남 순천시 강남여자고등학교의 이전 논의는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남여고 측은 지금 있는 조례공원호수 인근에서 해룡면 선월지구 부지로 학교를 이전할 방침을 세우고 추진해왔습니다.
 
2019년 하반기 학교 구성원 간 이전 논의가 시작됐고 2021년 9월 신대지구와 선월지구 사이 부지의 90% 토지를 매입해 순천시와 교육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도교육청 감사, 이사 간의 고발 조치 등 잡음이 일어 중단돼 왔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학교가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선정되자 올해 다시 학교 재단법인 산하로 학교 운영위원회와 이사 등 8명으로 구성된 학교이전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꾸렸습니다.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서는 공간 확보 등 변화된 교육체계에 적합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러면서 40여 년 노후화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며 신축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추진위는 올해 8월 '이전 타당성 조사 보고회 및 설명회'를 개최했고, 지난달 초에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지난 8월에 열린 이전 타당성 조사 보고회 및 설명회. 독자 제공 지난 8월에 열린 이전 타당성 조사 보고회 및 설명회. 독자 제공 
강남여고 측은 해룡면 선월지구 부지에 3만8000여㎡(1만1500평)를 확보하고 매입을 위한 계약금까지 납부한 상태지만, 이전에 대한 지역사회 시선은 싸늘합니다. 이전 명분이 충분치 않은데다가 지역사회의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됐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학교 이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민과의 공감대가 중요한데 최근 설명회에는 주민 20여 명을 포함한 50명 안팎이 참석하는 등 형식적인 설명회에 그쳤다는 평가입니다.
 
무엇보다 교직원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들은 이전과 관련해 법인으로부터 진행 상황을 전달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지난 달 7일 진행된 순천교육지원청 행정감사에서 장현종 강남여고 교장은 "교장으로서 무책임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사립학교 특성상 관계 법령에 의하면 학교 이전에 관한 업무는 학교장의 업무가 아니라 학교법인 업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직원들은 이전 업무에 관련해서는 법인으로부터 진행 상황을 전달받은 것에 한정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순천시도 사립학교일지라도 이전 문제는 지역 전체의 교육 여건과 환경을 감안해 학부모와 학생, 시민의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무리한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또 학교시설사업 촉진법에 따라 교·도로 등 도시관리계획 변경, 실시계획인가 등은 순천시장과 협의해야 하지만 강남여고 측은 아직 시와 학교 이전을 위한 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월에 진행된 강남여고 이전 관련 설문조사 안내문. 독자제공 11월에 진행된 강남여고 이전 관련 설문조사 안내문. 독자제공 지역 정치권과 교육청도 '명분 없는 이전'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김진남 의원은 시설 확충보다 교육과정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학교 이전에 따른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관내 고등학생 8700여 명 중 40%에 이르는 3500여 명이 강남여고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서 해룡지구로 이전할 경우 오히려 많은 학생들이 통학거리 문제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례동은 순천에서 학령인구가 늘어나는 곳 중 하나로 고등학교가 사라질 경우 학생 배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은 학교 사수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같은 여론에도 학교 이전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학교 이전 후 부지 개발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현재 강남여고 부지는 3만802㎡(9318평) 규모로 법원과 상업시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있으며, 학교 주변은 제 1종 일반주거 또는 2종 일반주거지역입니다. 위치에 따라서 3.3㎡(평)당 300~500만 원에 거래되는 곳으로, 실제 이를 눈 여겨 보는 시행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진위 관계자는 전남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도교육감의 반대 의견을 추진위가 공식적으로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논의는 해야 한다"며 "이전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학교 이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과 학교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폭넓은 의견수렴과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가운데 강남여고 측이 어떠한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나갈지 결과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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