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코 록카쿠가 핑거 페인팅 기법으로 골판지에 그린 그림. 씨씨오씨 제공"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야, 나도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길 원해요."
MZ세대 컬렉터가 주목하는 일본의 화가 아야코 록카쿠(41) 개인전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이 오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다. 록카쿠의 초기 원화, 대형 오브제, 애니메이션 등 130여 점을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다.
출품작은 모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델레이브 패밀리'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와 니코 델레이브(갤러리 델레이브 디렉터)는 2006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볼타 아트페어에서 처음 만났다. 니코는 당시 신인이었던 작가의 그림을 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그후 작가의 모든 작품을 구매하고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재료와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등 십 수년간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작가는 스케치 없이 맨손에 아크릴 물감을 묻혀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핑거 페인팅' 기법으로 작업한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스무살 무렵 말로 표현하는 것 이상의 표현 방법을 찾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베를린, 포르투, 암스테르담 등을 오가며 활동한다. 2022년 제52회 일본 SBI 옥션에서 16억 원에 작품이 낙찰되는 등 요시토모 나라, 쿠사마 야요이 등을 잇는 일본 차세대 아티스트로 각광받고 있다.
씨씨오씨 제공 전시의 부제 '꿈꾸는 손'은 맨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손과 신진 작가의 손을 잡아 정상의 위치까지 성장시킨 '델레이브 패밀리'의 손, 그리고 그들의 손에 담긴 꿈을 이뤄가는 여정을 포괄한다.
전시장 초입에서는 작가와 니코의 이야기를 담은 샌드아트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을 포토월에 펼쳐낸다. 작가가 도쿄의 공원에서 골판지에 그렸던 초기작과 캔버스, 티셔츠, 비닐, 접시 등 일상의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작품, 1.6m 높이의 대형 오브제 '고스트 래빗 두 마리와 함께 있는 조각'이 관람객을 반긴다. 작가는 "질감 있는 재료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아야코는 도쿄를 떠나 암스테르담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니코가 마련해준 작업실은 유리 지붕을 통해 햇살이 쏟아졌고 작가가 사용하는 색채도 점점 밝아졌다. 작가가 이 곳에 머물며 그린 3m 높이 대형 원화 작품 세 점을 보여주며 암스테르담 작업실을 포토존으로 재현했다.
작가가 도쿄의 음악 레이블 '콘트라리드'와 협업해 만든 애니메이션 '어바웃 어스'(상영시간 18분)와 애니메이션 출시에 맞춰 제작한 2m 높이 골판지 집, 작가가 델리이브 패밀리를 그린 초상화 등도 볼 수 있다.
전시장 뒷 부분에는 2021~2022년 제작된 근작을 전시한다. 작가는 "내 그림을 감상한 사람들과 그림을 보고 느낀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행복을 찾았다"며 "그림을 보고 느꼈던 긍정적인 감정을 기억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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