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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29표, 아쉬움 넘어 충격적…재도전은 얘기도 못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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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PT 평가 좋았지만, 사우디 오일머니에 고배
사우디 지지국 집중교섭…집토끼·산토끼 다 놓쳐
5년후 재도전? 예상 못한 완패로 재도전 힘들 듯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중석 (CBS 기자)
 
오늘 새벽 1시 30분 프랑스 파리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엑스포 개최지가 선정됐는데요. 결과는 앞서 전해드린 대로 사우디 리야드의 압승. 당초 예상한 것보다 차이가 좀 컸어요. 뭐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사우디에 비해 열세였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표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진 건 좀 아쉬운 부분인데요. 프랑스 현지 연결해서 어젯밤 엑스포 유치 투표 결과, 또 실패 원인 두루두루 살펴보겠습니다. 파리 현지에 나가 있는 부산 CBS의 박중석 기자 연결을 해보죠. 박 기자 나와 계십니까?
 
◆ 박중석> 네, 나와 있습니다.
 
◇ 김현정> 거기가 지금 몇 시인가요?
 
◆ 박중석> 지금 밤 11시 40분 좀 넘어가고 있습니다. 8시간 차이가 나니까.
 
◇ 김현정> 8시간 차이. 우리 시간으로는 오늘 새벽 1시 반쯤 발표된 최종 결과, 투표는 어떻게 진행이 됐고 이건 어떤 과정까지 결과가 나오기까지 있었는지 설명을 좀 해 주시겠어요?
 
◆ 박중석>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30 엑스포 개최권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전체 182개 BI 회원국 중 165개 나라가 투표에 참여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 대한민국 부산이 29표, 이탈리아 로마가 17표를 얻어서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가려졌습니다. 우리로서는 아쉬움을 넘어 다소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전자투표더라고요. 그래서 결과가 순식간에 나오던데 어느 나라가 부산에 투표했고 어느 나라가 리야드 투표했고 이거 알 수 있습니까?
 
◆ 박중석>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 엑스포 개최지는 무기명 전자투표로 결정되는데요. 회원국 대표들이 앉은 자리에서 전자기기를 통해 투표를 하는 방식입니다. 대신 1개 국가의 3명의 대표가 총회에 참석해서 그 나라 정부 입장이 제대로 표로 이어졌는지 여부는 교차 검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자신들을 지지한 국가표의 이탈을 막기 위해 친사우디 성향의 인사를 총회에 파견하라는 요청을 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 김현정> 친 사우디 성향의 인사를 파견을 하면 서로서로는 크로스 체크를 하니까, 그 팀들끼리는. 그러면서 이 사람이 우리한테 약속한 대로 찍는가 안 찍는가를 모니터 했다, 이런 얘기도 돌아요?
 
◆ 박중석> 네, 그겁니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아니 어제 PT 발표 때까지는 우리 쪽의 희망이 컸던 걸로 압니다. 어제 PT만 놓고 보면 특출나게 잘했다, 이렇게 볼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쭉 진행된 PT들에 대한 현지에서의 평가는 괜찮았다면서요? 
 
◆ 박중석> PT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앞서 진행된 4차례의 경쟁 PT에서도 우리나라가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었는데요. 이번에도 박형준 부산시장과 나승현 홍보대사, 최태원 대한상의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까지 연사로 나서서 부산 엑스포가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박형준 시장은 파키스탄 국적의 유학생 등 5개국 외국인들과 함께 연단에 올라서 미래를 품을 수 있는 부산을 홍보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 김현정> 박형준 시장이 5명의 유학생들과 함께 이 유학생들이 BUSAN, 이렇게 들고 같이 외치는 모습이 피켓팅 비슷하게 하는 모습, 이런 모습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런가 하면 사우디는 어땠습니까?
 
◆ 박중석> 사우디는 이번에도 물량 공세를 펼쳤는데요. 앞선 경쟁 PT에서도 물적 지원을 약속했었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좀 달랐습니다. 왕자와 공주 등 왕족들이 연단에 올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책을 내놨는데요. 일례로 1개 국가당 국가 간 제공 패키지를 통해서 3억 4800만 달러, 우리 돈 4500억 원의 지원을 장담하면서 표 단속을 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다수 회원국들이 우리 정부가 말한 물고기 잡는 방법이 아닌 사우디에 이미 잡은 물고기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경쟁 PT 마치고 사실상 1차 투표를 하게 된 건데 사우디가 앞설 걸로 예상은 했어요. 우리가 1차 투표부터 1등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사우디가 3분의 2만 넘지 않으면 2차 투표로 가게 되고 그러면 로마를 떨어뜨리고 우리랑 사우디랑 둘만 결승전 하면 그때는 희망이 있다. 이게 우리의 논리 아니었습니까? 완전히 무너졌어요.
 
◆ 박중석> 전략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우리 이 예측이 완전히 어긋난 이유는 뭔가요?
 
◆ 박중석> 이 부분은 외교 정보라인의 실책으로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 우호, 사우디 우호, 중립 등 회원국을 5개 분류로 나누고 전략적인 교섭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올해 4월 BI 실사단의 부산 방문 이후에 엑스포 유치전 열기가 급격히 달아올랐습니다. 그만큼 기대감도 커졌고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정부와 부산시 주요 인사들의 기대치도 점점 높아졌습니다.
 
◇ 김현정> 그때 왜 그랬냐면 실사단이 부산 왔다 간 다음에 '내가 아이돌이 된 줄 알았어요. 이렇게까지 부산 시민들이 열렬하게 환영해 줄 줄 몰랐습니다.' 엄청 고무적인 얘기를 많이 했어요.
 
◆ 박중석> 맞습니다. 개최지 결정일이 다가오면서 엑스포 유치위 주요 인사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사우디와 우리가 박빙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가 됐습니다. 1차 투표에서 사우디에게 1위 자리를 내주더라도 2차 결선투표에서 사우디 이탈표와 탈락한 로마표를 흡수해 승부를 뒤집겠다는 전략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근래에는 사우디를 이미 지지한 국가들을 상대로 집중 교섭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차 투표를 염두에 둔 교섭 전략입니다. 결국에는 집토끼도 산토끼도 모두 놓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고요.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우리에게 긍정적으로만 해석한 것이 잘못된 교섭 전략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박종석 기자, 그러면 이거는 지금 우리나라하고 부산하고 리야드의 박빙입니다라고까지 실사단에서 말이 나올 정도이던 것을 사우디는 어떻게 결정적으로 뒤집었나, 뭐가 힘입니까? 사우디의 힘은 뭐였습니까?
 
◆ 박중석> 오일머니,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오일머니를 활용한 물량 공세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례로 우리 유치단이 올해 초 교섭 과정에서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을 했는데요. 해당 국가에서 공항 건설을 우리가 필요로 하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우리가 건설법과 운영법을 전수해 줬다고 합니다.
 
◇ 김현정> 방법.
 
◆ 박중석>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우디 유치단이 해당 국가에 곧장 가서 공항을 아예 건설해 주겠다라고 제안을 해서 표심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잠깐만요. 오일머니가 이겼다, 오일머니가 이겼다. 오늘 그런 얘기 되게 많이 하는데 그게 직접 뒷돈을 찔러줬다, 이 얘기가 아니라 우리는 가서 공항 건설하셔야 돼요? 그럼 우리가 공항 건설하는 비법을 전수해 주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와요. 그러면 사우디가 쫙 그 나라에 가가지고 그냥 우리가 공항 지어드릴게요. 이렇게 되는 거예요?
 
◆ 박중석> 확인된 사실입니다.
 
◇ 김현정> 이렇게 되니까 여러분, 이렇게 되니까 사실 PT고 뭐고 '우리가 희망의 엑스포 개최하겠습니다' 이런 구호고 뭐고 그냥 실질적인 이득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결국 사우디 표를 상당히 많이 들어준 거다 이렇게 분석들을 하는 거군요.
 
◆ 박중석> 네, 맞습니다. 그리고 사우디가 우리보다 1년 정도 먼저 유치전을 시작했는데요. 이것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우디가 유치 신청서를 냈던, 앞서 냈던 러시아하고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엑스포 개최를 할 수 없어지면서 남은 사우디가 지지 선언을 연이어 끌어냈는데요. 후발주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이미 사우디를 지지한 국가를 상대로 교섭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우리가 이길 수도 있다는 논리 중에 가장 유력한 논리가 뭐였냐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29년 아시안게임도 치르게 되고 2034년 월드컵도 가져갔어요. 그래서 2030년 엑스포까지 가져가면 국제 행사를 너무 줄줄이 독식하는 거 아니냐, 이거였거든요. 이 논리는 전혀 안 통한 겁니까?
 
◆ 박중석> 이것도 결국에는 결과론적인 해석의 영역인데요. 된다, 안 된다, 똑떨어진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개최지로 선정되면 안 되는 건 아니었구나로 뒤늦게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사우디가 유치를 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이건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엑스포 유치를 실패한 우리 입장에서는 2025년 엑스포가 가까이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고 중국이 2035년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다라고 뒤늦게 해석되는 것이고요.
 
◇ 김현정> 그 부분은 그러니까 피장파장 상쇄가 돼버렸군요. 그 요인이.
 
◆ 박중석> 맞습니다.
 
◇ 김현정> 오일머니를 사우디가 엄청나게 뿌릴 거라는 건 이미 예상이 됐었고 그래서 그걸 뛰어넘는 어떤 전략을 우리가 세웠어야 되는데 결국은 못 뛰어넘은 게 되네요.
 
◆ 박중석> 그 부분도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 김현정> 그게 참 안타깝습니다. 이 엑스포 유치전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만 5년 후에 다시 도전을 하는 겁니까?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 박중석> 지금 나오는 이야기로는 당장 재도전 이야기를 꺼내기는 좀 쉽지 않지 않겠냐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원래 애초 계획대로라면 최소 이번에 부산이 2차 결선투표까지만 진출해서도 재도전 이야기가 곧장 나왔을 거라는 말인데요. 하지만 예상을 벗어났듯이 지금 너무 차이가 크게 나버려 재도전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힘든 상황으로 전해집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가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만큼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프랑스 현지 소식 들어봤습니다. 박종석 기자도 고생 많았고요.
 
◆ 박중석> 아닙니다.
 
◇ 김현정> 오늘 아침에 좀 즐거운 소식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목소리도 기운이 많이 빠졌어요. 박 기자.
 
◆ 박중석> 오늘 종일 엑스포 관련 취재를 하느라고.
 
◇ 김현정> 피곤하시죠?
 
◆ 박중석> 그렇습니다.
 
◇ 김현정> 기운 내시고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부산 CBS 박중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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