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모(53)씨의 아이폰12 미니. 애플은 한 달 전에는 '정품'으로 인정해 수리한 제품을 이번에는 측면의 보라색이 진하게 색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품'으로 판단했다. 제보자 제공고객이 수리를 맡긴 똑같은 휴대전화를 놓고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의 답변은 각각 달랐다. 한 서비스센터는 해당 휴대전화를 '정품'으로 봤고, 다른 애플 서비스센터는 같은 휴대전화를 '짝퉁'으로 취급하며 수리를 거부했다.
'아이폰12 미니' 제품을 사용하던 곽모(53)씨는 지난 9월 25일 강원 원주에 있는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곽씨가 강원 원주 공식 서비스센터로부터 발급받은 접수증. 접수 거부 사유가 적혀있다. 제보자 제공
애플 직원은 '제품 일련번호 및 외관 확인 시 퍼플(purple) 색상으로 확인되나 후면 유리를 제외하고 인클로저 부분 색상이 정상 제품과 상이하다'며 서비스 접수를 거절했다. 한마디로 아이폰 옆면의 색상이 수상하니 '짝퉁' 아이폰으로 판단해 수리를 거부한다는 얘기다.
곽씨는 당시 직원의 말을 듣고 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불과 한 달 전 전북 전주의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똑같은 휴대전화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곽씨가 휴대전화 수리를 받기 위해 처음 방문했던 전북 전주 공식서비스센터에서 발급했던 온라인 접수증. 당시 곽씨는 아무런 문제없이 수리를 마쳤다. 제보자 제공곽씨는 직원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지만 "(휴대전화가 사설 수리를 받았다는 이유도 아니고) '가품'이라고 판정했기 때문에 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며 "이동통신사로 문의하라는 말 이외에 다른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정작 문제의 휴대전화를 곽씨에게 판매했던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 대리점은 곧바로 휴대전화의 개통 이력 등을 확인해 '정품'이라는 판정 결과를 곽씨에게 알렸다. 며칠 뒤 LG유플러스 본사까지 직접 나서서 '곽씨의 제품은 애플에서 납품받은 정식 제품'이라고 공식 답변을 내놨다.
이동통신사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제품의 일련번호를 기입하지 않으면 휴대전화를 정식 개통할 수 없다. 즉, 휴대전화 제조사뿐 아니라 이동통신사도 자체적으로 제품 일련번호 등을 통해 해당 제품이 정품인지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애플 본사에 곽씨의 아이폰을 가품이라고 판정한 근거를 내놓으라고 2차례에 걸쳐 문의했지만, 애플은 답변을 거듭 거부했다.
이어 한 달이 넘는 공방 끝에 서비스센터를 재방문한 곽씨에게 애플 본사의 정밀 진단을 다시 받은 후, 해당 제품이 정품이라고 최종 확인되면 그제서야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식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제조사로부터 제품 불량, 기기 결함 등을 수리 받을 권리는 현행 법률규정으로도 보호받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공산품은 품질보증기간 내 제품하자가 발생하면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다. 만약 보증기간이 지났더라도 유상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고, 수리가 되지 않는 제품은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의 '공식' 서비스센터마다 제공하는 서비스와 기준이 주먹구구식이다 보니 당장 휴대전화를 고쳐야 할 애플의 소비자들은 곤혹을 겪는 일이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부실한 AS서비스로 피해를 입은 경우는 몇 년째 되풀이되지만, 애플의 대응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엑스(옛 트위터) 갈무리엑스(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까지도 '여전히 사설개조했다며 수리를 거부한다. 정작 사유는 기밀 사항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에 전화했더니 한 시간 내내 얘기 듣더니 자기들도 모른다더라', '지방에 사는데 서비스센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황당 사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공식 애플서비스 센터가 고객들을 상대로 부정 행각을 벌인 일도 있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19년에 무상수리 대상인 고객을 속여 수리비를 받아낸 한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를 사기방조 혐의로 수사한 바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CBS노컷뉴스는 애플코리아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애플코리아는 답변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꾸준히 제기되는 애플 'AS 서비스' 부실 논란에 대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상해야 할 권리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알 권리조차 침해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학교 황진주 소비자학과 교수는 "애플 같은 경우에 공식 서비스센터의 위치, 서비스 처리 규정 등을 소비자들이 잘 알 수 있게 알려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 가격에는 사후에 받게 될 서비스까지 포함된다"며 "그런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고지하는 않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숙명여자대학교 허경옥 소비자학과 교수는 "교환이나 환불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바로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하고 고객 불만, 애프터 서비스 등을 쉽게 접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식 서비스센터의 접근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