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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명장의 '착한 기부'가 불러온 '소금빵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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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직도 따뜻한 밥 한 공기가 귀한 사람들이 있다. 무료급식소를 찾아가는 데 몇 시간을 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배고픈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우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 새벽부터 아침밥을 하고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 '고맙다'는 한 마디에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다. CBS노컷뉴스는 올 한해 배고픈 사회 곳곳을 찾아다니며 온정을 나누는 밥 한끼를 소개한다.

[배고픈 사회 함께 우는 사람들⑪]
어려움에 제과점 일부 매각하기도…소금빵 개발로 기사회생
"빵 드시고 행복하면 뿌듯"…아내는 독거노인에 생일 케이크 선물
할머니 "후원 빵 종류 다양하고 맛있어 너무 감사해"

베이커리 카페 '명장텐' 송영광 명장. 고무성 기자베이커리 카페 '명장텐' 송영광 명장. 고무성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새벽엔 국자 들고, 낮에는 공구함…19년째 '따뜻한 이중생활'
②"밥이 생명"…굶주린 노숙인들의 '한끼 원정'
③배고픈 이들에게 '천원의 한끼'…행복 나누는 '기운차림식당'
④"'사랑해요' 인사 건네자 눈물…그 모습에 나도 울컥"
⑤눈물의 도시락 봉사 "꼭 임종 전, 아버지 눈망울 같아서…"
⑥한 끼 원정을 떠나는 아이들…그리고 '선한영향력가게'
⑦"어르신, 도시락 왔어요"…반지하 문 열리며 "기다렸어요"
⑧먹은 만큼 베푸는 '도돌이표 배식'…"나눔이 반찬"
⑨3천원 '김치찌게' 하나뿐…"배고픈 청년은 오세요"
⑩'강자의 동정' 대신 '사랑'이 담긴 한끼 식사…'연중무휴'
⑪제과 명장의 '착한 기부'가 불러온 '소금빵의 기적'
(계속)

"코로나로 매출이 70% 떨어졌을 때도 2011년부터 이어온 빵 기부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인 '명장텐'을 운영하는 송영광(51) 제과 명장.

송 명장은 300평 규모의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장학금을 받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송 명장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자퇴했다.

무작정 수중에 몇천원을 손에 쥔 채 서울로 상경한 송 명장은 숙식을 제공해 주는 제과점에 들어가 고작 월급 6만원을 받고 일했다.

다행인 건 훌륭한 스승을 만나 일을 배우며 노력한 끝에 2002년 최연소 기능장에 이어 2014년 대한민국 최연소 제과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국내 제과 명장은 송 명장을 비롯해 단 16명에 불과할 정도로 문턱이 높다.

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명장텐'에서 송영광 명장이 독거노인들을 위해 김정훈 고양시덕양노인종합복지관 관장에게 빵을 기부했다. 고무성 기자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명장텐'에서 송영광 명장이 독거노인들을 위해 김정훈 고양시덕양노인종합복지관 관장에게 빵을 기부했다. 고무성 기자

어려움에 제과점 매각하기도…소금빵 개발로 기사회생


송 명장은 2011년부터 제과점을 차리면서 장애인과 독거노인, 미혼모 등에게 빵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8년 어려움이 닥쳤다. 송 명장은 어쩔 수 없이 유명해진 제과점을 매각하면서 많이 울기도 했다.

송 명장은 이듬해 12월 지금의 '명장텐'을 오픈했지만, 다음 달 코로나가 터졌다. 매출은 테이블 영업까지 제한하면서 70%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매달 5000만원씩 적자가 났다.

어려운 상황 속에도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고 기부를 이어간 송 명장은 제품 개발에 매진해 소금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매출은 급상승했고, 빵 성지로 알려질 정도로 유명해졌다.

24일 오전 '명장텐' 송영광 명장이 고양시덕양노인종합복지관에 기부한 베이커리. 고무성 기자24일 오전 '명장텐' 송영광 명장이 고양시덕양노인종합복지관에 기부한 베이커리. 고무성 기자

"빵 드시고 행복하면 뿌듯"…아내는 독거노인에 생일 케이크 선물


송 명장은 덕양 등 노인복지관 2곳, 장애인 생활시설 3곳, 요양원 3곳에 돌아가며 매일 빵 30~100개씩 기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유명했던 빠띠쉐인 송 명장의 아내는 직원들과 함께 송산동 독거노인들에게 매달 7~8개씩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하고 있다.

송 명장과 15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 신소영(43,여) 빠띠쉐는 "좋은 일 하는 거니까 빵을 더 만든다고 그렇게 힘들지 않다"며 "어른신들에게 생신날 케이크를 만들어서 드리면 되게 좋아하셔서 보람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송 명장은 "저는 오죽하면 어렸을 때부터 먹여주면 월급 안 받아도 될 정도로 어려웠다"면서 "제가 만든 빵을 드시고 행복하면 저는 그게 되게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이어 "어려울 때 기부를 좀 줄인 적은 있지만, 중단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를 않았다"며 "금액으로 치면 좀 되겠지만, 계산하면 기부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해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흥도동의 한 비닐하우스 앞에서 A(85) 할머니가 명장텐에서 기부한 빵을 전달한 생활지원사 유수현(48,여)씨를 배웅하고 있다. 고무성 기자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흥도동의 한 비닐하우스 앞에서 A(85) 할머니가 명장텐에서 기부한 빵을 전달한 생활지원사 유수현(48,여)씨를 배웅하고 있다. 고무성 기자

할머니 "후원 빵 종류 다양하고 맛있어 너무 감사해"


김정훈 고양시덕양노인종합복지관장은 매주 금요일 아침 명장텐에 들려 송 명장에게 빵을 기부받아 생활지원사들에게 건넨다.

생활지원사들은 독거노인 30~40명을 직접 찾아가 전달하면서 건강을 살피고 안부를 물었다.

이날 오전 덕양구 흥도동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기초수급자인 A(85) 할머니는 빵을 들고 찾은 생활지원사 유수현(48,여)씨를 웃으며 반갑게 맞았다.

혼자 사는 A할머니는 "밥이 없거나 하기 귀찮을 때 빵을 먹으면 좋아서 감사하다"며 "빵을 가져다주는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덕양구 화정동의 한 원룸에서 홀로 사는 B(76) 할머니는 "누가 또 이렇게 무상으로 후원하신다니까 처음에 이 빵을 받아도 되나 싶고 죄송했다"며 "빵이 종류도 다양하고 너무 맛있어서 염치없이 받아먹고 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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