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북한이 21일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강행하면서 남북한 '정찰위성'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새벽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성공적으로 발사하였다"며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 비행하여 발사 후 705초만인 22시 54분 13초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북한의 주장이고 군 당국은 위성이 실제로 궤도에 진입했는지, 데이터 송수신 등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2012년과 16년 발사 당시에도 위성이 궤도에는 진입했지만 통신이 되지 않아 쓸모없어진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진입 궤도에 대한 정보는 언급하지 않았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서는 새로운 물체가 우주에 진입하면 수 시간 내에 궤도 6요소에 대한 정보를 발표하는데 아직 등재되지 않았다"며 "설사 궤도에 정확하게 진입하더라도 초기운용을 통해 태양전지판을 전개하여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고, 위성을 평양의 지상관제소로 지향하여 통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위성발사에 성공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궤도 내 시험을 통해 위성 플랫폼과 광학탑재체가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고, 검보정을 통해 영상의 품질을 확인하는 절차가 요구되며 최소 1-2개월 정도는 걸린다"며 "이 기간 동안 실제 영상촬영을 시험적으로 수행하고 영상품질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수행할 것인데, 한미가 해상도와 품질을 평가하면 군사적 활용이 어느 정도로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기에 북한도 보안 사항으로 취급할 것이다. 절차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위성 정상 운용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북한이 이번엔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차이가 있다. 그전에는 밀수나 해킹, 소규모 기술진들이 조언해 주는 등으로 구 소련이나 러시아의 로켓·미사일 기술을 복제 또는 역설계했다. 이번에는 아예 정식으로 도움을 받았다. 이미 북러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해 안가라, 소유즈-2 로켓 등을 둘러봤다.
21일 기자들과 만난 군 관계자는 "북러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기술자들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 있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1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서 엔진의 문제점을 거의 다 해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북한이 화성 계열 미사일과 우주발사체에 쓰는 백두산 엔진의 원판은 구 소련제 R-36 ICBM(NATO 코드명 SS-18 '사탄')에 쓰이는 RD-250이고, 러시아가 해당 기술의 '원조'인 만큼 정식 도움을 받으면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1·2·3차 발사 사이의 간격이 2-3개월 남짓이었던 만큼, 적어도 이번에는 러시아의 도움이 신뢰성 향상 쪽에 방점을 뒀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간격이 짧기 때문에 몇 기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는 쪽이 타당하고, 성능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장영근 센터장은 "앞으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다면 북한이 독자개발하기 어려운 고성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센서, 구동기, 탑재 컴퓨터 등의 하드웨어 기술 확보 또는 해외구매 대행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또한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독자 군사정찰위성 '425 사업'의 첫 발사를 진행한다. 발사체는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스페이스X의 팰컨 9으로,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관건은 정찰위성의 성능과 함께 서로에게 얼마나 유용한지다. 성능 쪽은 비교조차 어려울 만큼 우리 쪽이 우월할 것으로 추정된다. 1차 발사 당시 군 당국은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절하한 바 있는데, 보통 서브미터(해상도 1m 이하)는 되어야 효용성이 있다. 1m 해상도는 가로세로 1m짜리 물체를 1픽셀(점 1개)로 인식하는 수준이다.
북한 위성은 전자광학/적외선(EO/IR)을 이용할 것으로 보이고 우리도 올해 발사하는 위성은 그렇다. 쉽게 말해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이용하는 카메라의 원리와 같다. 날씨의 영향도 받는다.
우리 군은 EO/IR 외에도 합성개구레이더(SAR), 즉 전자기파를 위성에서 발사해 반사되는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컴퓨터로 합성해 재구성하는 위성 4기도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다. '425 사업' 자체가 'SAR'과 'EO'를 그대로 읽어서 붙인 이름이다. SAR는 EO/IR과 달리 낮밤 또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 북한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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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 얼마나 유용한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위성 자체가 없다. 조악하더라도 성공한다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에서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으로 발전하는 셈이다. 1차 발사 당시 군 당국의 '평가절하'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아직 이른 이유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군사적 효용성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얘기로, 그 나라의 사정에 맞게 하면 되는 얘기"라며 "북한 입장에선 전차, 트럭, 해군 함정 정도만 식별해도 큰 효용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이번 발사가 성공했다는 가정을 하면 정찰위성체계를 통해 한미의 선제타격 대상을 정밀감시하면서 북한 전술핵 타격부대들의 정밀타격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사실상 선제타격 능력의 고도화를 의미한다"며 "치밀하고, 집요하고, 매우 전략적으로 전쟁 준비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수단을 무력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더군다나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 수준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이 끝도 아니다. 군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우리나라 상공에 위성 1천개가 있어도 실시간으로 모든 것을 다 보기는 어렵다"며 "위성은 많을수록 좋다. 우리도 하나 쏜 뒤에 계속 발사할 계획이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북한도 '성공'을 발표하면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앞으로 빠른 기간 안에 수 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발사하여 남조선 지역과 공화국무력의 작전상 관심지역에 대한 정찰능력을 계속 확보해 나갈 계획을 당 중앙위원회 8기 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성공할 때까지 계속 발사할 것이고, 성공하더라도 위성 재방문 주기로 생기는 공백을 줄이기 위해 또 발사하게 될 테니 한반도의 긴장은 더 고조될 수밖에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