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세탁 전달책에게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려 돈을 빼앗은 뒤 도주한 20대 2명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강도 혐의로 기소된 A(29)씨와 B(28)씨에게 모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올해 8월 초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자금 세탁 중개업자로부터 '자금 세탁할 현금을 받은 뒤 같은 금액의 돈을 특정 법인의 계좌로 송금해주면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A씨는 자금 세탁용 현금은 불법적인 돈인 만큼 자신이 빼앗더라도 중개업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B씨를 끌어들여 자금 세탁 의뢰가 들어오면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려 현금을 빼앗기로 공모했다.
두 사람은 중개업자로부터 '현금 1억5천만 원을 보낼 테니 그 금액만큼 계좌로 송금해 주면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뒤 범행 계획을 실행했다.
이들은 8월 22일 밤 10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식당 인근에서 전달책 C씨가 현금 1억5천만원이 든 가방을 갖고 나타나자 액수를 확인한 뒤 C씨의 얼굴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가방을 빼앗아 도주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강도를 당하더라도 신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이용해 미리 호신용 스프레이와 대포폰 등 범행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수법과 피해 금액에 비춰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는 상당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강취한 돈 가운데 5400여만원은 수사기관에 압수됐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초범이고 B씨는 사기죄로 벌금형을 1회 선고받은 것 이외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