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박용택. 노컷뉴스친정팀 LG의 우승을 지켜본 박용택 KBSN 스포츠 해설위원(44)이 감격의 눈물을 터뜨렸다.
박용택 위원은 1998년 2차 우선으로 지명된 뒤 고려대를 거쳐 2002년 LG에 입단했고, 2022년 은퇴할 때까지 쌍둥이 군단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다. KBO 리그 통산 최다 안타(2504개) 기록을 작성한 그가 현역 시절 달았던 등번호 33번은 LG의 영구 결번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LG의 레전드인 박 위원조차 이루지 못한 업적이 있다. 우승이다. LG는 그가 입단한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준우승에 그쳤고,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LG와 우승의 인연은 1994년 이후 29년 간 끊겼다. 올해는 정규 시즌 1위에 올라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는데, 박 위원은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으로 LG의 우승 현장을 함께 했다.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이 열린 13일 서울 잠실구장. 시리즈 전적 3승 1패의 LG는 이날 KT를 6 대 2로 제압하고 마지막 1승을 채워 정상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MVP(최우수 선수)의 주인공은 '주장'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은 이번 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으로 활약해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93표 중 80표(득표율 86%)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박 위원은 우승을 차지한 뒤 그라운드에서 세리머니를 펼치는 후배들을 보며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이어 "오지환이 끝나고 박경수, 박병호(이상 KT)와 한 번씩 안았다"면서 "암흑기를 거쳤던 선수들이라 그때 눈물이 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무려 29년 만의 우승인 만큼 짙은 감동이 전해졌다. 박 위원은 "LG 팬들이 8회까지는 흥분을 하지 않더라. 9회에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는 순간 그때 모두 일어나는 것 같았다"면서 "팬들도 그런 시간(암흑기)이 있었으니까 감동적이고 스토리가 있는 것 같다. 항상 우승을 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은퇴한 만큼 아쉬움도 컸을 터. 박 위원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와이프에게 '지난해 은퇴를 하니까 올해 LG가 우승을 한다'는 말을 했다"면서 웃었다.
MVP를 수상한 오지환에 대해서는 "오지환이 결정적인 것들을 했고, 스토리도 좋았다"면서 "2018년에는 국민 밉상처럼 욕받이를 했는데, 지금은 LG 팬들 마음 속에 어쩌면 김용수, 이병규, 박용택도 아닌 오지환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일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어려운 시간을 잘 참아내 대견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끝으로 박 위원은 후배들의 밝은 미래에 응원을 보냈다. 그는 "LG는 앞으로 우승권에 있을 팀이다. 10여 년의 암흑기를 거치고 시행착오를 겪었다"면서 "구단도, 프런트도 많이 느꼈다. 그때부터 하나하나 준비가 잘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올해 같은 감동적인 우승은 없을 듯하다. 심심한 우승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