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가수 박기영을 만났다. 에스피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정규앨범' 시대였던 1990년대 후반에 데뷔한 가수 박기영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완벽한 J(계획형)' 성향이라고 밝힌 그는 우선 음악적 연대기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어떤 것을 해 왔고, 앞으로 어떤 것을 할지 정리하면서 힌트를 주고자 했다. 그렇게 완전히 다른 성격의 앨범이 두 장 나왔다. 그동안 발매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모은 정규앨범 '매직트로니카'(Magictronica)와, 가수 박기영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표곡과 아끼는 곡을 모은 베스트 앨범 격의 '러브 유 모어'(LOVE YOU MORE)가 각각 8월, 10월에 나왔다.
두 장의 앨범 모두 LP(Long Play record, 장시간 재생 음반)와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 앨범으로 나왔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것과, 최신 기술을 도입한 것을 아우르는 시도였다. 평소 듣는 귀가 예민하고, 음악 트렌드에도 밝으며, 다른 데 큰 흥미가 없어 오직 '음악'이 취미이자 특기라는 박기영은 '훌륭한 소리'를 담아내는 데 특히 공들였다. LP 앨범을 소개하면서는 "사운드가 끝내줍니다"라며 웃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가수 박기영을 만났다. 데뷔 25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자리였으나, 새 앨범뿐 아니라 조금 더 확장된 범위인 '음악'에 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2010년부터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접목하기 시작한 박기영은 꾸준히 일렉트로닉 곡을 선보였다. '매직트로니카'는 기존 발표곡을 단순히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고 모든 곡을 '다시' 믹스했다. 김경진 음악평론가가 쓴 라이너 노트에 따르면, 박기영은 '스테레오로 구현하는 돌비 애트모스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애썼고 "사운드에 있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했던 작업"이라고 돌아봤다.
올해 8월 발매한 정규앨범 '매직트로니카' 표지. 에스피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널리 알려졌거나 크게 사랑받은 대표곡의 장르와 다른 일렉트로닉. 그 장르 곡만 모은 '매직트로니카'. 박기영은 "박기영 하면 발라드나 모던록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좀 의외의 음반"이라며 "앨범을 냈을 때 반향이 없었다. 당연히 그걸(반응을) 기대하고 낸 게 아니었고 어차피 안 들을 테니까 정말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이었다"라며 웃었다.
"대중성이나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굉장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사운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저는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었고요. 일렉트로닉으로만 10곡이 되어서 다시 한번 작업을 하자, 해서 25주년의 첫 번째 패키지는 '매직트로니카'가 됐어요.""일렉트로닉은 확실한 비주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제 노래는) 색깔이 완전히 마이너고요. 그 누구와도 안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쿠스틱에 기대지 않고 전자음을 차용한, 전자음이 베이직(기본)이 되는 모든 음악을 일렉트로닉 뮤직이라고 해요. 저는 일렉트로닉 뮤직이기 때문에 조금 더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상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작사·작곡을 편안하게, 자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가 거침없는 것 같아요."앨범을 낼 때 처음부터 CD(Compact Disk)가 아닌 LP를 고려했다는 박기영. 그만큼 '소리'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디지털(digital)이 기본이 된 음원을 아날로그로 변환해야 하니, 시간이 꽤 걸린다. 제작 과정이 이렇게 길지는 미처 예상 못 했다고. 이번 앨범은 그래미 어워드 2관왕에 빛나는 사운드미러코리아의 황병준 감독이 작업했다. "그래서 사운드가 끝내줍니다." 박기영은 웃으며 말했다.
지난달 발매한 베스트 앨범 '러브 유 모어' 표지. 신효범의 '난 널 사랑해' 리메이크곡이 타이틀곡이며, 총 16곡이 실렸다. 에스피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LP는 아날로그 작업을 누가 했느냐가 사실 관건이고요. 그래서 돈이 많이 듭니다. '매직트로니카'도 그렇고 베스트 앨범도 그렇고 둘 다 사운드가 좋아요. 오디오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은 장비를 갖추고 계시고, 요즘은 조그맣고 귀여운, 디자인에 치중한 LP 플레이어와 턴테이블도 많이 나와 있더라고요. 다들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시절인 것 같아요."'매직트로니카'의 앨범 표지에는 흰 천을 두르고 있는 어떤 사람의 형상이 나타나 있다. 등이 드러난 사진 속 주인공은 박기영이다. "벌거벗은 여자가 누구냐고들 하는데 저 맞다"라고 너스레를 떤 박기영은 "코로나 시기인 3년 전에 제 친구가 찍은 사진인데, 이건 뭔가 색다른 앨범 할 때 쓸 거야 하고 갖고 있었다"라며 이 모든 것이 '본인 계획 아래' 있었다고 밝혔다.
두 달 터울로 나온 베스트 앨범에는 '러브 유 모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첫 번째 트랙 '난 널 사랑해'를 시작으로 '사랑이 닿으면' '꽃잎' '안부' '거짓말' '상처받지마' '아네스의 노래' '롱 롱 어고우'(Long long ago) '버터플라이'(butterfly) '시작' '마지막사랑' '블루 스카이'(Blue sky) '나비' '그때 때문에' '빛'까지 총 16곡이 실렸다. 대표곡, 히트곡, 그리고 박기영에게 의미를 지니는 곡을 엄선했다.
만 스무 살이었던 시절부터 불렀던 곡을,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여름까지 다시 녹음하고 믹싱했다. 박기영은 "베스트 앨범은 여러 장르를 (보통) 시도하지 않나. 저도 10주년 때 어쿠스틱으로 베스트를 낸 적이 있다. 이것저것 다 해 봤다. 다른 건 모르겠고 베스트 앨범은 원곡대로 해야겠더라. 24년 전 노래부터 15년 전 노래를 다시 불러야 하니까, 제가 저의 과거와 싸우느라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많이 배웠고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라고 고백했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박기영은 두 장의 앨범을 LP와 NFT 앨범으로 각각 발매했다. 에스피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어릴 때는 노래를 잘 못한다고 생각했다는 박기영은 기존 발표곡을 재녹음하면서 '과거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그는 "어릴 땐 뭘 몰랐다, 철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녹음하면서 느꼈던 건 굉장히 신선하고 당차다는 거였다. 지금 제가 기술이 더 좋을진 몰라도 이때의 초심을 다시 하기는 쉽지 않겠더라. 불가능할지라도, 베스트 앨범 (작업) 하면서는 진짜 초심으로 돌아가려 했다"라고 답했다.
최대한 과거와 비슷하게 녹음하려고 노력하는 박기영을 보고, 초등학생 딸이 말했다. "엄마, 느끼해. 내일모레 오십이니까 (예전 목소리를) 따라 하려고 하지 말고 편하게 해." 그의 표현대로 "칼날 같은 사람"의 충고였다. 새삼 깨달음을 얻었다고.
'가수'라는 업을 25년이나 해온 베테랑이지만 알맞은 소리를 내기 위해 박기영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루에 몇 시간 이런 식으로 양을 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소리 길'을 찾는다. 박기영은 "제가 가진 테크닉, 표현력 이런 게 잘되는지 안 되는지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면서 느낌이 어떤지 확인한다. 하나하나 세밀하게 섬세하게 본다. 저는 디테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히려 쩌렁쩌렁한 소리를 내는 건 쉽다. 소리 길이 잘 가고 있는지 테스트만 해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사는 게 좋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다 만들 수 있고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얼마나 좋나요. 내가 하고 싶은 거 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해 주고. 너무 감사하죠. 25년 동안 음악을 해 오면서 분에 넘치는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싶어요. 음악을 열심히 하고,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서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는 게 제가 할 역할이고 소명이고 역할이죠. 그렇게 저를 사용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가수 박기영. 에스피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평소 모든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푼다는 박기영은 무대만이 주는 힘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음악은, 무대는 참 신기하다. 각자 고민이 있고 걱정과 근심이 있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지 않나. 거기에 집중하면 되게 삶이 고단해지는데, 무대 올라가면 기쁘고 가장 최고의 희열을 느낀다. 몸이 아픈 것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올해 일렉트로닉 앨범과 베스트 앨범을 낸 박기영은 내년 가을을 목표로 크로스오버 앨범을 준비 중이다. 그렇게 25주년 기념 3부작이 모두 세상에 나오면, 본격적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적합한 음량이라고 생각하는, '콘서트홀' 공연하는 게 목표다.
"요즘 어느 하나도 좋은 뉴스가 없어요. 좋은 뉴스가 있어도 묻히고요. 포기가 습관이 되죠. 스스로 놓아버리고요. 예술가들이 해야 할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걸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요. 삶의 희로애락을 만들고 표현하는 거예요. 누가 듣든, 듣지 않든요.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저를 보고 그 자체로 위안이 된다고 하신 분들이 있었어요. 저도 그(런 말) 덕분에 사는 것 같아요. (…) 제 음악이 여러분의 쉼과 함께할 수 있다면, 저는 최고로 성공한 사람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