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시계. 연합뉴스2023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LG 오지환. 연합뉴스 야구 사랑이 남다르기로 유명했던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은 1998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우승하면 MVP에게 주라며 고가의 롤렉스 시계를 구단에 전했다. 하지만 시계의 주인은 정말 오랫동안 등장하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계의 주인이 탄생했다. 바로 오지환이다. 오지환은 13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끝난 2023 KBO 리그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316, 3홈런, 8타점을 기록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오지환의 활약은 눈부셨다. 1차전 패배 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2차전 역전승에 크게 기여하며 가을의 전설을 시작했다. 오지환은 추격의 발판이 된 솔로홈런을 때려 잠잠하던 타선을 깨웠다. 염경엽 LG 감독은 시리즈가 끝난 뒤 "2차전에서 뒤집었을 때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차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오지환은 2점 차로 뒤진 3차전 9회초 2사에서 역전 결승홈런을 때리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4차전에서도 대포를 가동했다. LG는 이날 5차전에서 KT를 6-2로 누르고 대망의 우승을 완성했다.
오지환은 '절대 시계'를 차지할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시계를 받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왜일까.
오지환은 "아마 시계를 곧 받겠지만 제가 차고 다니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 회장님의 유품이나 마찬가지"라더니 "시계를 구단에 드리고 더 좋은 선물을 받고 싶다. 그 시계는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놓아주시면 좋겠고 저는 좀 더 좋은 시계를, 요즘 시대에 걸맞는 좋은 시계를 받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오지환은 "팬들께서 오래 기다리셨다. 너무 기쁘고 많이 울컥했다. LG에 있었던 선배들이 많이 생각난다. 지금 엔트리가 우승팀으로 많이 기억되면 좋겠다. 이게 시작점이면 좋겠다. 오래 형들과 야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