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금융당국으로부터 '분식회계' 혐의로 감리를 받은데 이어 '독과점 행위' 등의 의혹으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질타 받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업 구조 자체를 아예 뜯어고치는 방안을 내놨다.
택시업계와 간담회를 마친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택시 수수료 체계부터 단순화하고, 가맹 택시의 실질 수수료율도 3% 이하로 낮추는 방향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말한대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현재 이중 구조 수수료 체계 '단순화'에 방점
13일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가맹택시 업계 대표(한국티블루협의회)와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독과점 논란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두 간담회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의견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현 수수료 체계에 대한 개선 요구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기사와 가맹 계약을 체결해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이동 데이터 제공과 각종 마케팅 등 참여 조건으로 운임의 15~17%를 기사에게 되돌려준다. 결국 이중 구조 계약을 통해 3~5%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왼쪽에서 세 번째). 조건희 인턴기자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이중 구조 계약 방식이 문제로 지적된 데 이어 올해 금융감독원은 이를 분식회계로 간주하고 카카오모빌리티를 감리 중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해부터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데 증시 상장 시 훨씬 높은 값을 받으려고 매출 부풀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카카오는 수수료를 받는 '가맹 계약'과 광고 등을 노출하는 '업무 제휴 계약'은 하나의 계약이 아닌 '별건'이고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를 매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이사는 간담회를 마친 뒤 "카카오모빌리티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체계를 단순화해달라고 요구했고 카카오 측도 이중 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데 뜻이 있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4단체는 올해 연말까지 수수료 체계 및 수준 뿐 아니라 △공정배차 △가맹운영 구조 △근무환경 개선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도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여기서 호출 서비스와 가맹택시 수수료 및 가맹운영 구조 등에 논의를 진행한 후 올해 연말 이전에 구체적 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수수료 3%↓ 가맹택시도 내놓는다
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 플랫폼인 카카오T의 가맹 택시 실질 수수료율을 기존 최대 5%에서 3% 이하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카카오 가맹 택시들은 카카오에 내는 실질 수수료(3~5%)가 경쟁사인 우티(2.5%)와 견줘 비싸다며 인하를 요구해왔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저렴한 수수료'가 적용된 새로운 가맹 서비스를 신속하게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수수료율은 3% 이하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새로운 가맹 서비스 상품 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기존 가맹 택시 참여자들에게도 신규 가맹 택시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 개편 뿐 아니라 공정 배차를 위한 새로운 택시 매칭 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구체적 택시 매칭 시스템 개선 방안으로는 복잡한 매칭 알고리즘을 단순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매칭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택시 간담회를 앞두고 오전 자신이 주재하는 카카오 공동체 비상경영회의를 기존과 달리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열었다. 택시 논란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수염을 17년 만에 민 모습으로 나타나 '새로운 카카오'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간 간담회는 카카오의 대폭 양보로 별다른 갈등 없이 '합의안'을 내놓았다. 그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인적 쇄신과 관련한 질문에 "그 부분도 다 포함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