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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동생' 네타냐후, 어쩌다 부패한 전쟁광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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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무덤' 가자지구, 사망자 1만 명↑
10분에 1명씩 어린이 사망할 정도로 처참
이스라엘 국민 76% '네타냐후 사임해야'
비리에 반대 시위까지, 궁지 몰린 네타냐후
인질협상과 국제사회 중재까지 모두 거부
폴리티코 "미국, 포스트 네타냐후 준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 신혜림,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끝이 보이질 않네요.

◆ 신혜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시작된 지 이제 한 달이 넘었습니다. 가자지구 시가전도 공식화됐는데요. 그때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는 하마스가 숨어 활동하고 있는 모든 곳을 모두 폐허로 만들 거다" 가자지구 전체를 폐허로 만들겠단 뜻이고, 지금 가자지구는 거대한 무덤이 됐습니다. 1만여 명이 숨졌다고 해요.

◇ 채선아>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니까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적 비판은 날로 거세지고 있거든요.


◆ 신혜림> 죄 없는 민간인 희생이 계속되다 보니까 세계적으로 반대 시위가 아주 거세지고 있는데요. 시위가 가장 크게 벌어진 곳이 영국 런던이에요. 10월 28일에 무려 10만 명이 집결 했다고 합니다. 지난 11월 5일 미국 워싱턴에도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였고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잖아요. 그런데 이스라엘이 아무리 전쟁이어도 하면 안되는 걸 골라서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습니다.

◆ 조석영> 난민촌에 폭탄 떨어지고 유엔이 구호 장소로 쓰고 있는 학교에 폭격하고, 구급차에 폭격했단 얘기도 나오죠. 어린이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고 하잖아요.

◆ 신혜림> 가자지구 희생자가 1만여 명이라고 했는데, 그 절반 가까이인 4,100명 정도가 어린이예요. 지금 어린이가 10분에 1명이 죽고 있는 꼴이라는 거죠. 이게 하마스 집계이긴 한데 유엔이랑 국제 인권단체의 자체 검증 결과 신뢰할 수 있는 수치라고 하거든요. 최근 4년 동안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사망한 어린이들보다 이번 분쟁으로 사망한 어린이들이 더 많다고 그래요.

◇ 채선아> 왜 유독 어린이 사망자가 많은 거예요?

◆ 신혜림> 가자지구에 어린이가 실제로 많아요. 0세에서 14세가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하고 있고요. 이스라엘이 안보를 이유로 가자지구를 전면봉쇄했잖아요. 그럼 이 어린이들은 태어나서 평생을 가자지구에서 살아온 건데 아무 잘못 없이 지금 죽고 있는 거죠.

◇ 채선아> 가자지구에서 태어나서 가자지구에서 죽임을 당하고 있네요.


◆ 신혜림> 그래서 유엔 총회에서 휴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인질 석방 없이는 휴전이 없다" 이런 얘길 했죠.

◇ 채선아> 그럼 하마스가 인질을 돌려보내고 이 전쟁을 끝내면 안 되나요?

◆ 신혜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명분이 몇 개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이스라엘이 그동안 붙잡아두고 있는 팔레스타인 인질, 재소자들이예요. 이스라엘에 지금 4천명에서 6천 명 정도의 팔레스타인 인질과 재소자들이 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하마스 군 대변인은 '우리는 협상 테이블 마련할 준비돼 있고 우리가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조건은 팔레스타인 포로, 재소자 석방이다. 우리는 이걸 위해서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 쪽이 진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주장을 했어요.

◇ 채선아> 이스라엘이 인질 협상에 진지한 관심이 없다는 건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하고는 정반대 얘기잖아요.

◆ 신혜림>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의 인질협상 관련 주장은 심리전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인질 교환을 해본 적이 있어요. 2006년에도 있었고 2011년에도 있었는데 2011년 총리가 네타냐후였거든요. 이때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에 5년째 억류 중이던 길라드 샬리트라는 상병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서 팔레스타인 구금자 1천여 명을 석방했어요.

◇ 채선아> 그때는 단 한 명의 포로를 위해 파격적인 교환 조건을 수락했던 건데 왜 이번에는 안 그러고 있는 걸까요?

◆ 신혜림> 네타냐후가 어떤 정치인이고 지금 상황이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베냐민 네타냐후, 1949년생이고요. 지금이 세 번째 집권입니다. 1996년-1999년, 2009년에서 2021년, 그리고 2022년부터 또 집권하고 있는데요. 베냐민 네타냐후의 아버지는 벤지온 네타냐후라고 미국에서 활동한 시온주의 학자입니다. 시온주의라는 건 일반적인 유대주의랑은 달라요. 반드시 예루살렘이 있는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들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거거든요. 거기에 선조가 살았던 시온 동산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유대인들이 세계대전 당시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영국과 협상을 할 때 다른 곳이어도 상관없다는 사람들과 반드시 팔레스타인이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후자가 바로 시온주의자들인 겁니다. 벤지온 네타냐후의 '지온'도 시온이거든요. 이름만 봐도 시오니스트 중에 시오니스트인 거죠.
 
또 베냐민 네타나후의 형인 요나탄 네타냐후는 국가 영웅입니다. 이스라엘 대표 특수부대 소속으로 엔테베 작전이라는 걸 지휘했는데요. 1976년에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에서 프랑스로 가는 여객기를 납치를 해요. 그때 납치된 인질이 102명이었는데 그 목숨을 90분 만에 구해냈고, 요나탄 네타냐후 한 명만 전사합니다. 그래서 그 동생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를 계기로 '정치적 각성'을 했다고 합니다.


◇ 채선아> 이 사건만 봐도 베냐민 네타냐후의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에 대한 증오가 엄청날 것 같아요.
 
◆ 신혜림> 1993년에 오슬로 협정이라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자' 일명 '두 국가 해법'이라는 걸 미국 주도로 마련해요. 그런데 네타냐후가 이게 말이 안된다며 반대 시위를 시작하고 여론의 지지를 받아 1996년에 최연소 총리가 됩니다.
 
◆ 조석영> 그 뒤로는 팔레스타인 행정구역에 유대인 정착촌 세워가면서 계속 갈등을 키워왔죠.

◆ 신혜림> 여기서 알 수 있는 게, 시온주의가 네타냐후 평생의 사명이라는 거죠. 또 정치적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네타냐후가 장기집권을 하면서 일단 비리 문제가 생겼어요. 예를 들면 언론사에 이권을 보장해주면서 우호적인 기사를 싣게 한다든가, 이런 식의 비리 문제로 기소가 됐고, 또 초정통파 이슈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 채선아> 초정통파는 뭐죠?


◆ 신혜림> 이스라엘 건국 당시에 유대인들이 전세계에 뿔뿔이 흩어져있었잖아요. 그래서 이들을 모을 명분이 필요했거든요. 그야말로 유대교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초정통파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온다, 여기서 뿌리를 찾아야 한다, 이런 식의 명분을 내세운 건데 이 초정통파 유대인들은 시오니스트랑은 또 다르거든요. 인위적으로 집결할 것이 아니라 신의 계시가 있을 때 모이면 된다는 건데, 이들을 속된 말로 '꼬셔서' 정착을 시킨 거죠. 세금도 안 내고 군대도 안 가는 식으로 특혜를 준 거에요. 이들에 대한 이스라엘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죠. 그렇지만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이 초정통파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기 때문에 또 버릴 수도 없고요.

◇ 채선아> 네타냐후가 부패 혐의가 있는데도 집권을 이어갈 수 있는 게 이런 상황과도 관련이 있나요?

◆ 신혜림> 이스라엘은 다당제고 연립정부 구성이 가능한데요. 그래서 자기 지지 기반이 좀 줄어도 다른 정당들이랑 연립을 하면 되는 거예요. 초정통파 정당도 의석을 꽤나 갖고 있거든요. 또 네타냐후는 지난해 재집권 과정에서는 극우파랑 손을 잡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에 가자지구에 대해 핵 공격도 가능하다고 했다가 직무정지를 당한 극우파 장관이 있고요. 또 국가안보장관은 취임 후에 군인과 유대인 정착촌 주민들을 대동해서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모스크에 방문하면서 무슬림들을 자극했거든요.
 
◆ 조석영> 거기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3개 종교의 성지라서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방문은 원래 안 하거든요.

◆ 신혜림> 이런 행동들이 하마스가 전쟁을 일으키는 빌미를 준 거라는 시각도 있고요. 그래서 네타냐후의 정치적 입지가 지금 확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극우들을 결집하면서 강경하게 갈 수밖에 없는 거죠.

◆ 조석영> '나라 외부에 적이 있다'면서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네타냐후 개인 비리로부터는 눈을 돌리는 거죠.

◇ 채선아> 이스라엘 국민들도 이런 상황을 눈치 채지 않을까요?


◆ 신혜림> 원래도 네타냐후가 비민주적 행보를 했기 때문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어요. 네타냐후가 사법개혁을 추진했는데 대법원 판결을 의회 과반 표결로 뒤집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개혁이라고 볼 수 없는 거죠.

◆ 조석영> 삼권분립이라는 게 있고 본인 비리 혐의를 지금 법원이 재판하고 있잖아요. 거기다 대고 '법원 판결을 의회가 뒤집자'는 건 말이 안 되죠.

◆ 신혜림> 그게 진짜 말도 안 된다 해서 파업도 일어나고 시위도 일어났어요. 그게 올해 1월부터였는데 하마스의 침공일은 10월 7일까지도 계속 됐고, 이스라엘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고 해요. 또 이스라엘 여론조사를 해보면 하마스 기습 공격의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이 네타냐후라는 응답이 44%로 꼽히고 있거든요. 네타냐후가 사임해야 한다는 응답은 76%고요. 현 정권이 전쟁 후에도 계속 집권을 해야 된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습니다.


◇ 채선아> 내부 분위기가 별로 안 좋네요.

◆ 신혜림> 지난 11월 4일에는 수천 명이 모여서 네타냐후 퇴진하라는 시위를 했고요. '총리가 감옥에 가라. 우리 군인들 빨리 집으로 데려와라' 이렇게 피켓을 들고 퇴진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지금 휴전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네타냐후는 본인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더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거네요.

◆ 신혜림> 네타냐후의 오랜 집권 기간 중에 최대 위기라고 해요. 입지가 좁아질수록 더더욱 결집을 하는 거죠. 그래서 지금 미국의 중재 요청도 쓸모가 없잖아요. 그래서 폴리티코 보도를 보면 바이든 행정부는 포스트 네타냐후를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고위 인사들이 이스라엘 전 총리들이랑 접촉하고 있대요.

◇ 채선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중재도 네타냐후에게 안 먹히는 상황인데, 이럴수록 네타냐후 총리는 더 강하게 나오겠네요.

◆ 신혜림> CNN에서 이런 보도를 했어요. 이스라엘 내부의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급락했지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유대계 이스라엘인들 대부분의 지지가 확고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스라엘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전쟁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죠.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이 전쟁이 전 세계적인 유대인 혐오로 확산되고 있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지난달 31일에는 밤에 프랑스 파리 건물 곳곳에 유대인 탄압의 상징이라는 다윗의 별 표식이 건물에 막 붙어 있어요. 세계대전 유대인 대학살 때 나치가 유대인한테 달도록 했던 별 표식을 지금 건물에 찍고 있는 거예요.

◇ 채선아> 학살을 떠올리게 하는 표식인데 이걸 지금 와서 다시 쓰고 있다는 게 끔찍하네요.


◆ 신혜림> 또 며칠 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대랑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대치를 했는데 거기서 물리적 폭력이 발생해서 유대인 60대 남성이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가 결국 사망했다고 하거든요. 반대편에선 무슬림에 대한 혐오도 커지고 있고,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채선아> 국제사회가 나서서 지금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말려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전 세계가 혐오에 물들고 있다는 건 참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오늘 여기까지, 신혜림 PD, 조석영 PD와 함께 했습니다.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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