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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사 없이 떠난 조희대, 3년 만에 '반쪽' 임기 수장 후보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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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윤석열 대통령, 8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 지명
사법 신뢰 회복·재판 지연·대법원장 공백 사태에 따른 안정화 기대
'엄격한 원칙주의자·선비형 법관' 평가…'미스터 소수의견' 별명도
대법원장 정년 규정에 중도 퇴임·이종석 후보자와 '동문'은 걸림돌
대법원장 취임할 경우…김용철 전 대법원장 이후 두 번째 경북 출신

연합뉴스연합뉴스
3년 전 퇴임식 없이 대법관 임기를 마치며 법관 생활을 마무리한 조희대 전 대법관(66·사법연수원 13기)이 차기 사법부 수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이후 40일을 넘긴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후보자는 중도 보수 성향의 원칙주의자로 사법부의 보수 색채가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법원 내 신망이 두터워 훼손된 사법 신뢰 회복과 재판 지연 등 산적한 문제를 풀어낼 적임자라는 기대도 나온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66·사법연수원 13기)을 지명했다. 이균용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부결된 지 33일 만이다.

경상북도 경주 출신인 조 후보자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13기로 수료한 그는 1986년 당시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법관 시절에는 해박한 법이론과 공정한 재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엄격한 원칙주의자', '선비형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관 시절에는 다양한 소수의견을 내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에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조치가 부당하다는 판결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사료로 사실을 왜곡했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이 최서원씨 측에 준 말 마필을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청와대가 특검에 제출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무죄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으며 '땅콩 회항'으로 불리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사건에서는 처벌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조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그간 재판 경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대법원장으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또 "대법관으로서 원칙론자로 정평 날 정도로 공정한 판단력을 보이고 약자와 소수자 권리보호에도 앞장서 왔다"고도 강조했다.

여당은 신속한 인사청문회를 촉구한 반면, 야당은 철저한 검증을 내세웠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사법부 양대 수장 공백은 결국 재판받는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국회는 내실 있는 인사청문회를 신속히 실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조 후보자가 대통령실 설명대로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이제 남은 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조 후보자 지명이 잘못된 인사의 반성 위에서 이뤄졌는지 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임기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점은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1957년생인 조 후보자는 대법원장 정년(70세) 규정에 따라 2027년 6월 퇴임하게 된다. 국회 인준을 받아 정식으로 임명되더라도 임기가 3년6개월에 불과하다. 짧은 임기 탓에 중·장기적 안목으로 사법부를 이끌어 가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로 13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종석(62‧연수원 15기) 헌법재판관과 같은 대구 경북고 출신이라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역대 대법원장 출신 지역을 고려할 때 지역 안배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역대 대법원장 현황에 따르면 초대 김병로 전 대법원장부터 16대 김명수 전 대법원장까지 역대 대법원장은 총 14명이다. 3·4대 조진만 전 대법원장과 5·6대 민복기 전 대법원장은 연임했다.

이들을 지역별로 구분하면 서울·경기·인천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충청, 호남, 부산·경남 지역이 각 3명을 배출했다. 반면 강원과 대구·경북 지역은 각 1명에 그쳤다. 조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김용철 전 대법원장 지명 이후 37년 만에 두 번째 경북 출신 대법원장이 지명되는 셈이다.

한편, 조 후보자는 지난 2020년 3월 3일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동료 대법관과 간단한 '퇴임 티타임'으로 퇴임식을 대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한 조치다.

조 후보자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라도 준비된 퇴임사를 올려 달라는 요청에도 "그냥 조용히 가겠다"며 사양했다고 한다. 그가 퇴임식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 퇴임사에는 "'눈[雪]을 퍼서 우물을 채우는 심정으로 재판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티가 나지 않더라도 사건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다는 취지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전날 윤 대통령 지명 직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사청문회 준비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짧게 심경을 밝혔다. 사법부에 대한 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은 전혀 그럴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오전 관례에 따라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면담한 뒤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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