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십자군' 프로젝트. 로봇이 어린이의 글씨체로 편지를 써주고 있다. 대림미술관 제공 선보이는 작품마다 논란의 중심이 되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미스치프'(MSCHF)의 개인전 '신성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Nothing is Sacred)가 오는 10일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개막한다. 4년 여간 작업한 200여 점 중 100여 점을 엄선했다.
2019년 가브리엘 웨일리와 케빈 위즈너, 루카스 벤텔, 스테픈 테트롤트가 설립한 미스치프는 현재 30여 명이 팀을 이뤄 작업하고 있다.
웨일리는 8일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팀원들이 공통의 언어를 사용해 기회를 탐색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관점을 녹여낸다. 공통의 언어는 창조하는 것에 대한 집착과도 같은 열정을 말한다"고 했다. 위즈너는 "예술 창작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퍼포먼스 아트를 실행하는 그룹"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 출품작은 하나같이 도발적이면서 유쾌하다. '의료비 청구서 회화' 프로젝트는 실제 의료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의료비 청구서를 확대해 그린 3점의 유화 시리즈다. 그림 판매 수익금 1억원으로 청구서 주인의 의료 부채를 대신 갚아주며 의료비가 비싼 미국의 현실을 드러냈다.
'어린이 십자군'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소통이 쉽지 않은 정치인에게 의견이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어린이의 글씨체로 편지를 써주는 로봇을 만들어냈다. 어린이들의 편지는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인기 게시물이 될 수 있어 편지를 받은 정치인들이 이들 열어보고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소금 한 톨보다 작은 루이비통 가방. 대림미술관 제공 온라인에서 20달러(약 3만원)에 판매한 저해상도의 흐릿한 돈다발 모형이 단 몇 분 만에 매진된 '블러' 시리즈는 충동구매의 극단적인 면을 보여준다. 소금 한 톨보다 작은 루이비통 가방은 경매시장에서 입찰가의 4배가 넘는 6만3000달러(약 84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전시장에서는 만화적인 부츠로 유명한 '빅 레드 부츠'를 직접 신어볼 수 있다.
사탄 신발. 대림미술관 제공 브랜드와 종교적 이미지를 결합하는 작업도 이어오고 있다. 나이키 운동화 밑창을 성수로 채운 '예수 신발'과 사람의 피 한 방울을 넣어 666켤레를 만든 '사탄 신발'이 대표적이다. 미스치프는 사탄 신발로 인해 나이키에 소송을 당했지만 재판 없이 합의로 종결됐다.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비어드 스팟'(severed spots) 시리즈는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중 하나를 구매한 후 작품 속 점들을 하나씩 오려내고, 남은 프레임까지 각각의 작품으로 판매해 7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또한 앤디 워홀의 작품 '페어리스'(Fairies)를 2만 달러(약 2600만원)에 구매한 후 999점의 복제품과 함께 판매했는데 보증서까지 정교하게 복제해 어느 것이 원작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됐다. 이를 통해 미술 시장에서 기능하는 진품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BTS의 입대를 소재로 한 게임. 대림미술관 제공 전시장에서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입대를 소재로 한 게임 프로그램 'BTS 인 배틀'도 볼 수 있다.
벤텔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는 영역을 건드리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며 "힘 있는 사람과 기업을 자꾸 건드리고 세상을 작동시키는 시스템을 건드려야 필요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림미술관 전경. 대림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