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조석영,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는 뉴스가 하루 종일 이슈였어요. 일단 공매도가 무슨 뜻인지부터 짚고 넘어갈까요?
◆ 신혜림> 매도가 판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공매도는 앞에 빌 공(空)자가 붙어서 없는 걸 판다는 뜻이고, 없는 걸 어떻게 파느냐, 빌려서 판다는 겁니다. 나한테 없는 주식을 남한테 빌려서 판다는 뜻이죠.
◆ 조석영> 예를 들어보면, '오뜨밀'이라는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돼있고 한 주에 1만원이라고 가정해볼게요. 이 주식 100주를 빌려다가 팔면 저는 100만원을 법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이 주식 가격이 1만원에서 1천원으로 떨어졌어요. 그럼 저는 10만원으로 주식 100주를 살 수 있겠죠? 이렇게 산 주식 100주를 다시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면, 저는 주식도 다 갚고 90만원을 버는 거죠. 이게 바로 공매도입니다.
◇ 채선아> 반대로 주식 가격이 오르면 손해 보겠네요.
◆ 조석영> 엄청 손해 보는 거죠. 100주를 빌려다 1만원에 팔아서 100만원 돈을 받았는데, 이게 2만원으로 오른다? 그럼 주식 100주를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200만원이 필요한 거잖아요. 결국 공매도는 주식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투자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채선아> 주가가 떨어지면 원래 그 주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 입장에선 손해잖아요.
◆ 조석영> 실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습니다. 이게 주주들의 눈물을 먹고 하는 투자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이라고 5만 명이 동의하면 국회 상임위에서 자동으로 그걸 논의해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요. 공매도 제도 개선해달라는 청원에 16일 만에 5만 명이 넘게 동의했어요.
◆ 신혜림> 그렇다고 해서 공매도가 무조건 나쁜 거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얘기도 있어요. MSCI 선진국 지수라고 해서, 스포츠로 치면 1부 리그와 비교할 수 있는 세계 금융시장의 리그가 있는데 우리나라가 거기 못 들어가있거든요. 우리나라는 2부 리그라 할 수 있는 신흥국 지수에 포함돼있어요. 그래서 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는데, 여기 못 들어가는 이유 중 하나가 자유로운 투자의 한계, 즉 공매도 같은 걸 마음대로 못하다는 것도 있단 말이죠. 그래서 공매도를 제한하면 우리가 1부 리그에 못 가고 계속 2부 리그에 남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 조석영> 세계 3대 투자자라는 짐 로저스 회장도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지적을 했습니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실수이고, 이런 바보짓을 계속하기 때문에 한국은 국제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없다. 앞으로 증시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라는 전망이고요. 공매도가 사실 거품이 끼어있는 주식의 적정가격을 찾아주는 역할도 하거든요. 기업의 안정성이나 산업의 전망 등등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 이런 가치에 비해 주식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있으면 거품이잖아요. 그런 거품을 걷어내고 합리적 가격을 찾아가는 게 공매도의 순기능이라는 지적도 있는 거죠.
◇ 채선아> 바로 그런 공매도가 금지됐다는 건, 그동안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는 건가요?
◆ 조석영> 원래도 흔히 개미라고 부르는 개인 투자자들은 하기 어려웠어요.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까다로운 점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공사모펀드나 보험사, 국민연금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나 외국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공매도가 이뤄졌고요. 그러다보니 공매도 자체가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를 통해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이득을 보는 거 아니냐는 식의 반대여론도 생긴 거죠.
◇ 채선아> 뭔가 문제가 있으면 그걸 개선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8개월 간 전면 금지 조치를 해버린 게 굉장히 이례적인 일처럼 보이거든요.
◆ 신혜림> **님은 "MSCI 선진국 지수 윤 대통령 공약이었는데 왜 거기 반하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한 거죠"라고 질문 주셨네요.
◆ 조석영> 기자들이 그게 너무 궁금하니까 물어봤어요. 일단 기존에 공매도를 금지했던 경우들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보면 이상하거든요. 이번이 네 번째 금지인데 첫 번째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두 번째는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세 번째는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였습니다. 그러면 지금 그 정도로 위기라는 건가 싶죠. 일단 정부의 설명으로는 지금이 그런 위기라는 게 아니라 중동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물가 문제 등등 여러 불안요소가 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두 군데가 불법 공매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 신혜림>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냥 개선을 하면 되지, 왜 금지를 하느냐는 의문과 함께 이게 총선용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더라고요.
◆ 조석영> 그런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게, 과연 지금 주식시장의 하락세나 우리 금융 시스템의 문제가 공매도 때문이냐, 그걸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있느냐고 기자들이 금융위원장한테 물어봤어요. 그런데 객관적 데이터를 분석한 게 없다는 거예요.
◆ 신혜림> 객관적 데이터 분석이 없다고 말을 직접 했다고요?
◆ 조석영> 네. 그러다보니 당연히 온갖 추측이 나오죠. 게다가 공매도 금지 첫 날부터 코스피 지수가 엄청 오르면서 특정 종목의 댓글창에는 '윤석열 정부 찬양한다' '국민의힘 만세' 이런 얘기가 올라오고 있거든요. 주식하는 사람들, 특히 소위 거품이 끼어있는 거 아니냔 의심 때문에 공매도가 많이 걸려있던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앞으로 주식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르지 않을까,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진다는 겁니다.
◇ 채선아> 공매도 금지가 주식하는 사람들한테는 확실히 인기를 얻는 정책일 수 있다는 거네요.
◆ 조석영> 그런데 공매도 금지해서 경기가 좋아지거나 주식 시장이 성장한다고 하면 다들 공매도 금지하면 되잖아요. 전세계에서 다 공매도를 금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공매도 자체의 순기능, 혹은 공매도가 없을 경우의 역기능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앞서 말씀드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더 멀어질 수 있다, 이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에 돈을 넣을 매력이 점점 떨어진단 얘기죠. 오늘 블룸버그 통신에서 여러 전문가를 인용해서 "공매도 금지는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로 발돋움하는 데 확실히 방해가 될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에 외국 자금의 참여를 억제할 수 있다"는 지적을 했거든요.
◆ 신혜림> 블룸버그 통신 뿐만 아니라 로이터 같은 외신에서도 관심을 가지던데, 이게 너무 이례적인 일이라 그런가봐요.
◆ 조석영> 글로벌 금융위기도 아닌데 전격적으로 일요일 오후에 발표해서 월요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버렸으니까요. 문제는 지금 한국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요인이 공매도 금지 외에도 너무 많습니다. 미국이랑 우리나라랑 금리 격차가 2%라 미국으로 돈 다 빠져나가는 거 아니냔 얘기 계속 나오죠. 일본도 지금 분위기상 좀 있으면 금리 올리는 거 아니냔 얘기 나오고 있고요. 게다가 2008년이나 2011년, 2020년 같은 세계적 경제위기도 아닌데 한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걸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면 어떤 생각이 들겠어요.
◇ 채선아> '우리는 모르지만 한국에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야?' 이런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겠네요.
◆ 조석영> 그러다 보니까 보수지와 경제지에서도 사설로 공매도 전면금지를 비판했습니다. 지금 타이밍이 정말 안 좋은 게 물가 엄청 올라가고 있죠. 금리도 높아서 이자 부담이 심하죠. 이러면 국민들이 쓸 돈이 없어요. 가계에서 돈 나올 상황이 아니란 거죠.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입니다. 그럼 정부도 돈을 안 쓰고 가계도 돈을 안 쓰는데 경제를 돌릴 수 있는 돈이 어디서 나올까요? 만약 공매도 금지 때문에 외국인 투자까지 줄어든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 동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거죠.
◇ 채선아> 그래서 정부가 외국인 자금 흐름을 모니터하겠다고 하던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기 위한 섬세한 대책들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공매도 금지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들 정리해봤습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