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전 중국 총리. 연합뉴스 시진핑 1,2기 국무원 총리를 역임한 리커창 전 총리가 27일 사망했다. 한때 시진핑 국가주석과 1인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던 그는 2인자인 총리로 임명된 뒤 10년 동안 중국 경제를 이끌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중국 공산당 제17·18·19기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전 총리였던 리커창 동지가 27일 상하이에서 별세했다"고 긴급소식을 타전했다.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상하이에서 휴식을 취하다 자정쯤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와 구조조치를 취했지만, 이날 0시 10분쯤 결국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향년 68세.
리 전 총리는 지난 3월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자신의 마지막 정부 업무보고를 끝으로 신임 리창 총리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그는 자신이 총리로 재임한 지난 10년간 중국의 발전상을 평가한뒤 "위대한 현대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해 노력하자"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 출신인 리 전 총리는 같은 공청단 대선배인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지원을 등에 업고 만 44세에 최연소 성장 자리에 오르는 등 승진가도를 달렸다.
한때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국가주석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 2007년 당대회를 계기로 시진핑 당시 상하이 당서기에게 밀려 후계구도에서 멀어졌다.
대신 시 주석이 권좌에 오른 2013년 국무원 총리로 공식 임명된 리 전 총리는 2인자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된다.
그러나 한때 경쟁자였던 시 주석의 권력강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리 전 총리는 전임자인 주룽지나 원자바오 전 총리에 비해 실권 없는 총리라는 평가를 받게됐다.
다만, 가끔 시 주석에 반기를 드는 듯한 소신발언을 내놓으며 묘한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3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나란히 앉아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퇴임하는 리커창 총리. 연합뉴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 명의 월 수입이 1천 위안(약 19만 원)에 불과하며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는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은 2020년까지 '샤오캉 사회'(물질적으로 안락한 중산층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시 주석의 공약이 결국 실패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명높던 시진핑표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도 "방역 지상주의가 경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는 소신 발언으로 시 주석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후 지난해 10월 열린 당대회에서 리 전 총리와 같은 공청단 계열이 전멸하고 시 주석의 최측근 그룹이 그 자리를 꿰차면서 그 역시 쓸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0년 동안 시 주석을 보좌했지만 리 전 총리가 퇴임하자 그가 출연하는 고별 영상이 소리소문 없이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사라지는 등 리커창 지우기가 빠르게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