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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TV에서 자막 개표 방송조차 볼 수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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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여당대표가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 논란과 관련해 "3.15 부정선거 주범은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고 말했을 때 깜짝 놀랐다. 1960년대라면 시비 걸기 어려운 말이지만, 2023년 민주주의 정당 구조에서 여당 대표에게 '사형'이라는 말을 청취했을 때 섬뜩했다. 비유도 비유다워야 여당 대표 발언에 동의가 될텐데 여튼 고약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오늘날 유행하는 '가짜뉴스'란 무엇인가. 그 정의를 따져봐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포털 지식 백과사전은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뉴스"라고 규정한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한다는 것은 때로 단순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난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식을 가졌을 때 이른바,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이란 말이 등장했다. 오바마 취임식에 비해 트럼프 취임식 인파가 적다고 언론이 보도하자 트럼프 측근은 '대안적 사실'이라며 당시 지하철 이용객수 등을 거론하고 '사실이 그러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 이후 가짜뉴스 시비는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아주 흔한 일들이 되었다.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용혜인 의원이 김행 후보자에게 물었다. 위키트리 언론 사주인 김행 후보자가 '역대 급 노출 기사'로 큰 돈을 벌었다는 꾸짖음 이었다. 정확한 사실 여부를 따져 봐야겠으나, '혐오장사'로 주가를 79배 급등시켜 1백억 대의 주식 재벌이 됐다는 지적이다. 공론장에서 제기된 사실이니 모두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관인 것은 트럼프를 뺨치고도 남을 김행 후보자의 발언이었다. '저도 부끄럽습니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 언론 현실입니다. 여기에 대한민국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1,2,3위도 다 들어가 있습니다" 위키트리의 노출기사 장사 술법이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 
김행 후보자는 언론사를 운영하는 다수의 개인이나 회사를 자신의 뜻대로 이용하고 소외시켜 버리는 놀라운 괴력을 발휘했다. 대한민국 언론 안에서 사주 김행 씨의 비윤리성과 책임성을 일반적인 언론 문제로 흔적도 없이 녹여버리는 놀라운 '대안적 사실'이다. 김 씨가 위키트리 라는 '상업적' 언론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경도된 나머지 법과 제도, 사람을 모두 수단화 하고 경시하는데 이골이 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1977년작 화가 천경자씨의 <미인도>는 아직도 진위시비에 놓여 있다. 소장 중인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 하지만, 유족 중 일부는 '위작'이라고 소송하고 있다. 실물로 존재하는 것조차 진위논란을 우리는 가끔 목격한다. 실물이 있는 것조차 그러할진데, 그렇다면 실물이 없는 뉴스 세계에서 진짜,가짜뉴스를 구분한다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윤석열 정부에서 전대미문의 가짜뉴스 심의권을 방심위가 부여 받았다고 한다. 위법적 논란은 우선 한켠으로 밀어두자. 류희림 방심위 대표는 국회 과방위에서 '가짜뉴스는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허위 조작된 정보를 뉴스로 오인하게 만드는 정보"라고 말했다. 방심위 대표가 규정한 가짜뉴스 정의는 매우 포괄적이고 자의적이다. 이 잣대로 가짜, 진짜뉴스를 구분하면 표현의 자유 및 언론 자유가 대체 숨 쉴 공간이 있을까.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자유란 무엇인가. 2백년 전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은 무려 250 페이지가 넘는 <자유론>에서 '자유'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자유는 지식백과 사전처럼 결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주제이다. 민주주의에서 자유의 확대는 권력자가 솔선해 나눠준 자선품이 아니다. 시민들의 권력에 대한 견제와 제한의 산물이라 할 것이다. 법의 힘을 빌어서 개개인을 부당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경향이 확대 될 때, 사회의 권력을 강화시켜 개개인의 힘을 약화시키려 할 때 반드시 '해악'은 뒤따라 온다. 그에대한 수많은 시민 저항이 있었고, 민주주의는 3권분립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강제함으로써 그 '해악'을 최소화시켜 온 시스템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윤창원 기자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윤창원 기자 
가짜뉴스 논란에서 언론자유의 위협을 문득문득 느낀다. 이 나라 방송통신위원장이란 분은 '국기문란'을 밥 먹듯이 얘기한다. 가짜뉴스는 '국기문란'이고, 김만배 인터뷰도 '국기문란'이고, 포털의 중국 응원 방치도 '국기문란'이라고 포고한다. 그 이유와 배경을 차분히 살펴보고 법적으로 따져보면 될 일들을 사법권한이 없는 행정권력이 국기문란이라고 '금줄'을 그어버린다. 그러므로 가짜뉴스를 퇴치하겠다는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때마침 방심위의 주축인 팀장급들이 가짜뉴스 규제를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원이 아닌 누가 무슨 자격으로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 있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또 방심위라는 행정기구가 그런 권능을 갖고 있는가. 표현의 자유가 사라지는 것은 개개인의 개성을 퇴보시킨다. 개성의 퇴보는 민주주의 퇴보이다. 밀은 <자유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반대하는 자들이 아무도 없게 되면, 가르치는 사람들이나 배우는 사람들이나 책상 앞에 앉아서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잠을 자게 될 것이 뻔하다." 
 
ps; 가짜뉴스 논란 와중에 TV에선 강서구청장 선거 자막 개표방송 조차 보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유튜브로 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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