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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초진'인데 비대면 피임약 처방에 해외藥 배송?…불법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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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계도기간 종료後 불법신고센터에 3주간 10건 접수
非대상자에 피임약 처방…업체 끼고 해외 다이어트 한약 배송?
신현영 의원 "입법도 안 된 상황서 부작용사례 안일한 대응 안 돼"
"국민 건강 위한 안전한 비대면진료 되려면 당국의 철저한 관리 필수"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재진(再診) 중심'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종료된 가운데 현장에서는 행정처분 대상에 해당되는 불법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진환자에게 전화 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일부 병원은 중개플랫폼을 통해 해외 환자에게 '다이어트 약'까지 배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마약류 비대면 처방 등의 근절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과도기에 놓인 본(本) 시범사업이 표류하는 동안 이용자들이 입법 공백에 따른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윤창원 기자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불법 비대면진료 신고센터 신고·접수 내역' 자료에 따르면, 신고센터가 운영을 개시한 지난달 1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접수된 불법 비대면진료는 총 10건으로 집계됐다.
 
신고된 의료기관의 소재지는 모두 서울시(7곳)와 부산시(2곳)로 파악됐다.
 
신고사례 중 가장 흔한 내용은 '초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대상자가 아닌 환자에게 전화상담이나 비대면진료를 실시한 경우였다. 전체 신고건수의 70%(7건)다.
 
사실 참여 의료기관의 최우선 준수사항은 진료환자가 본인이 맞는지와 허용대상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6~8월 석 달에 걸친 계도기간에도 현장에선 이조차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 복지부 제공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 복지부 제공
복지부 가이드라인상 비대면진료는 보통 대면진료 경험이 '최소 1회' 이상 있는 재진환자 위주로 이뤄진다.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만성질환이 아닌 기타 질환은 30일 이내 의사를 대면한 진료이력이 있는 병·의원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처음 보는 환자를 '언택트(untact·비접촉) 방식'으로 진단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의료계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초진은 의료접근성을 고려해 △섬·벽지 환자 △만 65세 이상 노인 또는 등록 장애인 △감염병 확진환자 등에 한해서만 가능토록 규정됐다.
 
서울에 위치한 A의료기관과 B병원은 이같은 요건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비(非)대상 환자에게 비대면진료를 실시했다. 서울 소재 다른 병원 3곳은 역시 사업대상이 아닌 초진환자와 전화상으로 진료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에서는 부적절한 처방으로 이어진 사례가 2건 신고됐다.
 
C의료기관은 비대상 환자에게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드름 치료제 처방전을 전송했다. 해당 처방전에는 '비대면진료' 표시 기재가 없었던 반면 처방약 재택수령 대상자가 아님에도 '퀵배송'이란 수령방법이 버젓이 적혀 있었다.
 
비대면진료에서 의약품은 본인 수령이 원칙이나, 도서·벽지, 거동불편자, 희귀질환자 등만 환자와 약사의 협의 아래 재택수령이 허용된다.
 
D병원은 초진환자에게 비대면진료를 실시한 후 사후피임약인 '노레보' 정을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약사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처방전달시스템으로 파악된 케이스다.
 
사후피임약은 앞서 약사회 자체 설문 결과, 시범사업 3개월간 가장 많이 처방된 비급여 의약품(34.6%)으로 조사됐다. 약사회는 최근 복지부에 사후피임약을 포함해 탈모약, 여드름·주름완화약 등의 비대면 처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지난달 11일 서울에서는 플랫폼업체를 끼고 해외로까지 뻗어간 불법행위가 발견됐다.
 
E병원과 F병원은 각각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해외 거주환자를 모집해 이들과의 채팅 상담 후 다이어트 한약을 처방·조제해 배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함께 신고된 G업체는 해외 환자와 이들 의료기관을 연계하고 의약품 해외배송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해외 환자나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진료는 법령상 정보통신(ICT) 기술을 이용한 국외 의료진과의 원격 협진만 가능하다. 애당초 국내 시범사업의 범위를 벗어난 영역인 데다 정상적 진료로 보기는 당연히 어렵다는 게 의약계의 입장이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이어트 약물은 대부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엄격한 모니터링을 통해 부작용을 확인해야 한다"며 "해외에서 진료를 받는 것 자체도 불법이지만 이 약의 해외배송도 의료법이나 약사법에 다 위반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브로커 형식으로 범죄가 조직화됐다면 그 약이 환자(당사자)한테 갔으리라 보기도 어렵다"며 "이번 자료에서 (문제의) 아주 일부만 간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라 본다"고 우려했다. 대한약사회 최헌수 대외협력실장 또한 "비대면진료는 '언제'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핵심"이라며 "국민 생명·건강에 관한 부분을 '시험 삼아' 해볼 순 없잖나. 정부가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비용 청구가 불법적으로 적용된 의료기관이 있다면 즉각 환수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며 "추가 처벌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말 기준 비대면진료 관련 법·지침, 가이드라인 등 위반으로 정부가 계도한 내역 일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제공9월 말 기준 비대면진료 관련 법·지침, 가이드라인 등 위반으로 정부가 계도한 내역 일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제공
다만,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 이후 정부가 비대면진료 지침 위반 등을 이유로 실제 계도나 행정조치에 나선 사례는 지난달 말 기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현영 의원은 "감염병 사태 이후 비대면진료의 본질에 대한 의사와 환자 간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기 전 정부가 무리하게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발생한 부작용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입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당국이 부작용 사례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한다면, 국민 건강을 위한 안전한 비대면진료가 아니라 의료체계를 해치는 형태로 악화될 수 있다"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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