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김가은의 인스타그램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몰려와 욕설 댓글을 써놨다. 연합뉴스·김가은 인스타그램 캡처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가은(삼성생명)의 SNS에 중국 누리꾼들이 댓글 테러를 가하고 있다. 대거 몰려와 각종 언어로 욕설을 남겼다.
"무례하다", "자격이 없다"는 등 격앙된 반응의 댓글이다. 욕설 댓글이 수없이 달리자, 김가은은 댓글 기능을 제한하기까지 이르렀다.
김가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김가은과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김가은은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중국과 결승에서 우승을 이끌었다. 3단식에서 승리, 게임 스코어 3 대 0 완승에 크게 일조했다.
첫 번째 대결에서 여자 단식 세계 1위 '에이스' 안세영(삼성생명)이 난적 천위페이를 2 대 0으로 눌렀다. 두 번째 복식 경기에서도 세계 2위 이소희(인천국제공항)-백하나(MG새마을금고) 조가 1위 천칭천-자이판을 2 대 0으로 이겼다.
마지막 단식에선 세계 18위 김가은이 일을 냈다. 5위 허빙자오를 2 대 0으로 무너뜨리는 이변을 일으키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지난 1일 대한민국 김가은과 중국 허빙자오의 단식 대결. 연합뉴스이 승리로 우리나라는 방수현, 라경민 등이 활약하던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9년 만에 대회 금메달을 거머쥐게 됐다. 특히 1998년부터 5회 연속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강호 중국에게 이긴 경기라 더욱 의미가 크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 중국인들이 김가은의 인스타그램에 단체로 몰려들었다. 중국어, 한국어, 영어 등 각종 언어로 욕설 댓글을 남겼는데 "무례하다", "자질이 없는 행동", "역겹다", "스포츠맨십이 없나", "욕을 먹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김가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몰려와 각종 언어로 욕설 댓글을 달아놓은 모습 중 일부. 김가은 인스타그램 캡처김가은에게 패배하고 아쉬워하고 있는 허빙자오의 표정을 김가은이 굴욕적으로 따라 했다는 게 중국인들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해당 장면을 편집한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영상은 '한국 여자 팀원이 눈물을 흘리는 허빙자오를 굴욕적으로 흉내 냈다'는 제목으로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현재 중국에서 1억 뷰를 돌파할 만큼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김가은이 허빙자오를 조롱했다고 공유되는 영상. 해당 영상 캡처논란의 영상 속엔 허빙자오, 김가은, 성지현 코치가 등장한다. 허빙자오는 뒤돌아서서 하늘을 보며 아쉬움을 삼키고 있는 반면, 김가은과 성 코치는 웃으며 하늘을 쳐다보는 장면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 영상은 '악마의 편집'에 불과하다. 마치 김가은과 성 코치가 허빙자오의 표정을 보고 우스꽝스럽게 따라 하는 것처럼 두 장면을 이어놨지만 실제 경기 중계 영상을 보면 허빙자오가 아쉬워하는 순간과 김가은과 성 코치가 기쁨을 나누는 순간에는 큰 시차가 존재한다.
경기가 종료된 후 뒤돌아서서 아쉬움을 삼키는 허빙자오와 부둥켜 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한국 선수단. 연합뉴스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한국 선수단은 일제히 코트로 나와 부둥켜 안고 기쁨을 나눴다. 그 순간 허빙자오는 뒤로 돌아 패배를 아쉬워하며 하늘을 보고 아쉬움을 삼키고 있었다.
그 순간 김가은과 성지현 코치는 단체로 세레머니를 하기에도 바빠 보이는 것은 물론, 뒤돌아 서있는 허빙자오의 표정을 볼 수도 없었다. 김가은이 경기 후 허빙자오를 보는 일은 실제로 불가능했던 셈이다.
연합뉴스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이 이 두 장면을 교묘하게 편집해 김가은과 성지현 코치가 허빙자오를 조롱했다고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김가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김가은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경기를 이기고 무척 감격스러워서 그런 동작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가은은 허빙자오가 어떤 표정을 지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당시 보지도 못했다"며 "너무 속상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가은의 경기 때 중국 관중이 엄청난 야유를 보낼 것 같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