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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첫 직권재심 청구…제주4·3 수형인 70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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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전담재판부, 故 황후길 씨 등 20명에게 무죄 선고…유족 "가슴 맺힌 응어리 다 풀려"

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
검찰이 처음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한 4·3일반재판 수형인이 70여 년 만에 죄를 벗었다.
 
26일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는 4·3 일반재판 수형인 故 황후길 씨 등 20명에 대해 검찰이 처음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한 사건 선고 공판을 열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 직후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가족과 4·3단체 관계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이들은 4·3 광풍이 휘몰아친 1947년 3월부터 1949년 사이 무허가 집회에 참여하거나 무장대에게 식량을 주고 연락을 취하는 등의 혐의로 최소 징역 6개월에서 최대 징역 4년을 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목포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다 행방불명돼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검찰은 "4·3은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큰 비극적인 사건이다. 수형인들은 4·3 과정에서 무장대를 도와줬다는 등의 구실로 일반재판으로 무고하게 희생됐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수십 년 세월 큰 고통을 겪었다. 국가 공권력의 위법 행위를 바로잡고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 범죄의 증거가 없어 피고인들 모두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도 "피고인들의 유죄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 하지만 공소사실을 입증할 근거가 없다. 검찰 역시 무죄를 구형했다.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장은 70여 년 세월 한 맺힌 삶을 살아온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강 부장판사는 "75년 세월 갖은 고초를 겪은 망인 되신 희생자뿐만 아니라 유가족의 한이 풀리길 기원한다. 오늘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4·3재심 재판 모습. 고상현 기자4·3재심 재판 모습. 고상현 기자
이날 무죄 선고 직후 故 김두규 씨 아들 김정대(84)씨는 "오늘 아버지께서 무죄를 받으셔서, 그동안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싹 다 풀리는 기분이다.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故 황후길 씨 아들 황명신(76)씨는 "교사였던 아버지께서 1947년 3·1절 기념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행방불명됐다. 오늘 아버지께서 죄를 벗으셔서 감개무량하다"고 기뻐했다.
 
이번에 죄를 벗은 4·3수형인은 검찰이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해서 처음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한 사례다. 지난해 8월부터 기존 군사재판 수형인에서 일반재판 수형인까지 직권재심이 확대됐다.
 
일반재판의 경우 재심 청구인 자격을 인정받기 까다롭고 관련 자료 확보도 어려운 탓이다.
 
현재까지 개별 소송 또는 검찰 직권재심을 통해 죄를 벗은 4·3군사재판 수형인(2530명)은 모두 1573명(62%)이다. 일반재판 수형인(1800여 명)의 경우 모두 102명(5.6%)이 무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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