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 류영주 기자서울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최윤종(30)이 첫 재판에서 살해할 마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 내내 껄렁껄렁한 태도를 보인 최윤종은
"피해자 저항이 커 일이 커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25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날 최윤종은 교도관들의 요청으로 수갑을 찬 상태에서 공판에 참석했다. 재판장도 이를 허가했다.
최씨는 지난달 17일 오전 11시 32분쯤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공원 등산로에서 피해자 A씨를 성폭행하기로 마음먹고, 흉기인 너클을 이용해 A씨의 뒤통수 등을 수차례 때리고 쓰러진 A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만에 숨졌다.
검찰은 "피고인은 시간이 날 때마다 너클을 소지한 채 등산로를 걸으며 사람이 다니지 않고, CCTV가 없는 곳을 특정해 범행을 마음먹었다"라며 "범행 당일 피해자의 뒤를 쫓아 너클로 후두부를 2회 때리고, 피해자가 도망가자 5회 가격했다. 이후 피해자의 저항에 놀란 피고인은 살해하려고 마음을 먹었고, 체중을 실어 피해자가 의식, 맥박이 전혀 없는 심정지 상태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모두진술이 끝나자 최씨는 직접 "살해할 마음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전체적으로는 맞지만 세부적으로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장이 "살해할 마음을 먹은 것은 맞는가"라고 묻자 최씨는 "(살해할 마음을) 먹었냐고요? 없었는데 저항이 강해서 일이 커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재판장이 "무슨 얘기인가"라고 되묻자 최씨는
"기절만 시키려고 했어요. 피해자 저항이 세서 기절만 시키려고 했는데 피해가 커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최씨는 재판 내내 시종일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답변했다.
류영주 기자최씨의 변호인 역시 이날 재판 내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변호인은 최씨가 구속된 이후 따로 접견하거나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한다.
변호인이 적절하게 변론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증거에 대한 의견 진술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이날 재판을 종료했다.
재판장은 "이 사건은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라며
"지금 이 사건의 중요성, 엄중함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다. 변호인이 증거를 열람해야 하고, 피고인 접견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적 쟁점과 핵심적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야 하는데 변호인이 하지 않은 것으로 들린다. 적절한 변론이 아니다"라고 재판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