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연합뉴스2년 전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은 경기도 의정부 초등학교 교사를 비롯한 다수의 교사들이 수업 중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강요받고 있다.
학생이 수업 도중 다칠 경우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치료비를 보상하고 있지만,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치료비 이외에 무리한 보상 요구로 교사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
수업 중 학생 부상…책임은 교사 탓?
스마트이미지 제공
24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월 의정부시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중 한 학생이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 손을 다치는 사고 발생했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당시 수업을 진행하던 담임 고(故) 이영승 교사에게 책임을 물며 수차례 항의했고, 이영승 교사는 군대에 입대한 이후에도 휴가 기간에 학부모를 만났다.
제대 이후에도 악성 민원은 계속됐고, 이영승 교사는 결국 치료비 명목으로 2019년 4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매월 50만원씩 총 400만원을 학부모에게 전달했다.
또 최근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에서는 씨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쇄골을 다치자 학부모가 체육교사 A씨에게 정신적 충격에 따른 위자료 등으로 2600만원을 요구했다.
학부모는 위자료 지급을 거부한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A씨는 스트레스로 병가를 내는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체육수업 중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눈 부위를 맞아 크게 다친 사고 때문에 학부모의 요청으로 감사 경찰 조사를 받던 고등학교 교사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치료비 지원 받았는데…계속된 무리한 요구
서울 종각일대에서 전국교사모임이 서이초 교사 추모 및 교권 회복 촉구 집회를 열고 아동복지법 개정과 생활지도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수업을 비롯한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 중에 학생이 부상을 입을 경우 학교안전공제회는 치료에 들어간 비용을 일체 보상하고 있다.
실제 이영승 교사에게 400만원을 받은 의정부시 초등학교 학부모는 2019년, 2021년 두차례에 걸쳐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치료비 141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B씨에게 사고의 책임을 물었던 학부모들 역시 안전공제회에 치료비를 보상받았다. 치료비를 보상받았음에도 교사들에게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한 것.
교원 단체는 이같은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가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임세봉 경기교사노동조합 부대변인은 "안전공제회가 학부모에게 치료비를 지급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위자료는 줄 수 없다"며 "일부 학부모는 마치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의 책임이 교사에게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 제도 밖의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의 민원에 부담을 느낀 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비로 위자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사라지려면 우선 교사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이영승 교사에게 치료비를 받은 학부모 등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B씨의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기 위해 그를 고소한 학부모를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