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무총리 해임, 내각 총사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째 단식을 이어가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가운데 검찰의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서 정국이 안갯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강행하고 여당은 '고약한 출구전략'이라고 되받으면서,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 역시 민생 대신 여야 대치만 심화하고 있다.
이재명 병원행에 구속영장까지…여당은 "방문 계획 없어"
18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단식농성 중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탈수 등의 증상을 보여 정신이 혼미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회복 치료를 받고 있는 이 대표는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20일 체포동의안이 본회의 보고되면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진행하는 일정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야당 대표의 단식이 19일째에 접어들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까지 왔지만 정부와 여당의 방문은 없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식을 중단하고 조속히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란다"면서도 "이 대표의 단식에 대의(大義)를 찾아볼 수 없고 사사로운 개인의 사법리스크만 더 많이 부각됐다"고 직격했다. 쾌유를 바라는 의례적인 메시지지만, 방점은 '사법리스크'에 찍혀있다는 해석이다. 당 지도부는 장기화하는 단식에 대한 동정 여론을 주목하면서도 당장 병문안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상임위 중단하고 총력투쟁 나선 야당, 정기국회도 민생은 실종
단식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건강 악화로 국회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18일 오전 이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그러나 이 대표의 병원행에 격양된 민주당은 사실상 국회 상임위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총력 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총리를 비롯한 내각을 전면 쇄신해야 나라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해 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0일 본회의에 보고되면 21일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는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같은 날 표결에 붙여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21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강행 처리 의지를 밝히고 있고, 19~20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돼있는 만큼 대치전선은 넓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은 쟁점법안 상정 시 필리버스터를 예고하고 있어 21일 본회의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 정춘숙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강대강 대치가 출구 없이 이어지면서 여야 모두 정쟁으로 민생국회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날 예정됐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교권보호4법, 피의자 머그샷 공개법 등 법안 110여건을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불발됐다.
표면적으로는 이 대표의 개인적 상황을 국회 운영과 결부시킨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강대강 대치를 심화시키는 여당의 자세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영장청구는 모두가 예상했던 바이고 단식 시작부터 국회 파행과 경색국면도 예고됐던 수순이다. 이 대표의 단식을 순수한 목적으로 바라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상대편의 단식에 대해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것도 집권여당의 자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