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두 번째 미니앨범 '굿 앤 그레이트'를 발매한 샤이니 키. SM엔터테인먼트 제공[공유] '오늘 야근각 무물' 공유의 건
[업무협조전] KEY_Instagram Story Photo Dump_230824
[공지] 사내 복지 향상 및 임직원 니즈 파악을 위한 밸런스 게임 진행
안내923. 신규입사자 소개 양식_KEY사내 게시판이나 부서 단체 대화방 혹은 협업 툴에 올라올 법한 이 제목은, 지난 11일 발매된 샤이니(SHINee) 키의 두 번째 미니앨범 '굿 앤 그레이트'(Good & Great) 홍보에 쓰인 문구다. 키는 인스타그램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기능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아 답변했고, 막상막하의 강력한 후보를 둔 밸런스 게임을 진행하는가 하면, '인턴' 키로서 자기소개서를 공개했다.
'굿 앤 그레이트'의 콘셉트인 '회사원'을 십분 활용해,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오는 글의 문체부터 '회사체'로 맞춘 것은 기본이다. 업무 협업 툴로 널리 알려진 '노션'으로 앨범 홍보 일정을 공개한 것은 큰 화제를 일으켰고 이후 노션 공식 트위터가 해당 게시물을 리트윗(재게시)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굿 앤 그레이트' 앨범 콘셉트부터 종류와 구성, 홍보 방식 등 전반에 관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유관 부서 담당자가 답변한 서면 인터뷰는 하기 내용으로 확인 가능하다.
처음 '굿 앤 그레이트' 발매 소식을 알릴 때는 업무 협업 툴 노션을 도구로 삼았다. 어느 날짜에 어떤 콘텐츠가 나오는지, 공개 여부는 어떤지를 표시했고, '굿 앤 그레이트' '굿' '그레이트'라는 해시태그도 야무지게 달았다.
이번 앨범은 오피스의 직장인을 콘셉트로 한다. 키는 티저 영상에서 '인턴'으로 나왔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조수연 담당(크리에이티브 비주얼)은 우선 '굿 앤 그레이트'의 앨범 재킷 콘셉트가 "키치하면서도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상반된 지점이다 보니 기획 초반부터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지향점, 음악에 담긴 메시지, 그리고 대중이 아티스트에 기대하는 점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재킷의 비주얼은 비일상적이지만, 티징 방식은 일상적으로 풀어내어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염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조수연 담당은 "컴백 스케줄은 앨범 티저 중에서도 처음 공개되는 콘텐츠 중 하나이고,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시각 메시지 없이 전달되는 것이 우려되기도 했다. 다행히 팬분들께서 툴 활용 자체를 새롭게 여겨주시고 감사하게도 팬덤 밖에서까지 화제가 돼서, 목표했던 것이 잘 전달된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함께 일하는 동료도 보이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칸막이도 없는 조금은 으스스해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인턴 키가 등장하는 티저 영상은 하루에 하나씩 추가되며 이야기 얼개를 쌓아나갔다. 왠지 주말인데도 출근한 키는 탁상달력을 아무리 넘겨도 9월 1일 금요일밖에 없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리고, '흑화'한다. 공손하고 상사의 눈치를 살피려고 애쓰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바주카포를 든 악마 차림으로 사무실을 엉망으로 만들고는 탈출해서 하늘을 난다. 다시 직장인의 모습인데, 배경이 SM엔터테인먼트다.
조수연 담당은 "이번 앨범은 직장인, 일반 대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비교적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이 담기기를 바랐다. 음악을 매개로 비주얼 라이징하는 앨범 재킷 특성상, 어떠한 정답이 있다거나 스토리라인이 명확히 전달되기보다는, 기획 방향과 다소 다르더라도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는 것이 앨범에 대한 경험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앨범 재킷의 콘셉트는 대중에게 느슨하되 단단한 연결고리로 전달되어 소비자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 생각해서, 명확한 내용과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직접 설명드리기보다는 그 과정 역시 재미있게 상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해, 해석의 여지를 열어 두었다.
키는 '굿 앤 그레이트' 컴백 일정을 알리면서 첫 게시물에 업무 협업 툴 노션을 써 화제를 모았다. 키 노션 페이지 캡처타이틀곡 '굿 앤 그레이트'가 세상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Worker)을 위한 곡인 만큼, 앨범 홍보 과정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도 '일'(Work)이었다. 인스타그램 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업무 협조전을 통한 4분할 사진 일기 릴레이, 사내 복지 향상 및 임직원 니즈 파악을 위한 밸런스 게임, 책상 꾸미기 '내 데스크를 채워줘!'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리얼리티'를 정교하게 살린 기획에 감탄하고 공감하는 반응과, 너무 현실적이라며 괴로워하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실무진 전부 직장인이어서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이번 홍보 과정에 적극 반영됐다. 김온 담당(콘텐츠 & 프로모션)은 "모두 이번 프로모션 하나하나에 흥미와 애정을 갖고 참여했다"라고 소개했다.
당사자인 키의 적극적인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김온 담당에 따르면 홍보는 대부분 아티스트(키)와 직접 이야기 나누며 진행했고, 이번 '굿 앤 그레이트' 때도 서로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워크 위크' 기간에 인턴 키의 시점으로 샤이니 공식 SNS 계정을 운영할 일이 있었는데, 이때 키의 제안을 살린 사례를 들었다.
김온 담당은 "키씨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친한 친구' 기능을 활용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주셔서 흥미 포인트를 더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오늘 야근각 무물'도 당연히 키가 직접 했다. 밤에 연습하느라 야근 중이었던 키가 연습실에서 본인 휴대전화로 샤이니 SNS 계정에 로그인해 퇴근길에 직접 답변했다. 김온 담당은 "저희도 야근을 하면서 답변을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수연 담당은 '워크 위크' 주간에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전개한 실시간 직장인 라이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이어 "'인턴 키'와 인스타그램 친구가 된 것처럼, 프로필 사진과 바이오를 변경하고 직장인 업무 시간에 맞추어 실시간 스토리를 올린 프로모션이다. 기묘한 오피스를 다니는 '인턴 키'에게 실체감을 주고 싶었고, 또 일주일 동안 티징 영상만 공개될 경우 티징 호흡이 느려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샤이니 공식 트위터콘텐츠 & 프로모션팀과 협업해 재킷 촬영 현장에서 '워크 위크' 일주일 치를 미리 찍었고, 촬영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 조수연 담당은 "여러 프로모션의 유기성을 단단하게 해준 중요한 프로모션"이라고 정리했다.
'4분할 사진 일기'를 두고 김온 담당은 "각 잡고 찍은 사진보다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김기범'의 일상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날그날의 키씨가 찍은 사진들로 이뤄진 사진 일기인데, 키씨가 아침, 출근길, 녹음 스케줄, 연습실 스케줄, 퇴근길 등등 찰떡같이, 또 알차게 사진을 전달해 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또, "'밸런스 게임'은 저희가 질문을 리스트업하고 실제로 사무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직원분들께 여쭤보고 다니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김온 담당은 앨범 발매 30분 전에 공개한 사내 공지 형식의 타임 랩스 영상이 가장 구현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사무실 창문에 '키 이즈 커밍'(KEY IS COMING)이라는 문구 포스트잇을 붙인 건데, 포스트잇이 너무 잘 떨어지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신곡 발표 홍보 일정에서 빠질 수 없는 '댄스 챌린지'. 댄스 챌린지에 함께한 참여자를 흐림 처리해 궁금증을 유발한 예고도 키의 아이디어였다. 김온 담당은 "기대감을 주고자 예고를 하는 건데, 라인업을 한 번에 다 밝히면 관심도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흐림 처리를 했다. 기대감을 높임과 동시에 흐림 처리된 분들이 누군지 맞히는 재미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챌린지 상대는 어떻게 정할까. 키가 정하기도 하고 회사에서 제안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샤이니 민호·태민, 소녀시대 태연, 세븐틴 호시, 트와이스 지효, 전소미, NCT 태용·텐·제노, 있지 류진, 장도연, 뱀뱀, 배구선수 이다현, 신동엽, 정호철 등이 '굿 앤 그레이트' 챌린지에 함께했다.
키는 '굿 앤 그레이트' 댄스 챌린지 참여자를 흐림 처리해 궁금증을 유발했다. 샤이니 공식 트위터김온 담당은 "'굿 앤 그레이트' 챌린지는 단순히 댄스 챌린지가 아니라, 곡의 메시지를 살리는 다양한 기획형 챌린지로 선보일 예정이다. 재밌는 포인트는 곡의 메시지가 잘 전해졌는지, 저희가 준비한 기획형 챌린지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분들께서 이미 자신만의 일터를 보여주거나, '굿 앤 그레이트'한 순간을 보여주거나, '굿 앤 그레이트'한 반려동물을 보여주거나 하는 다양한 챌린지를 올려주고 계셔서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앨범의 구성과 패키징에 관해서도 물었다. 키는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이를 시각화해 구현하곤 했다. '배드 러브'에서는 카세트테이프와 박스 세트를, '가솔린'에서는 플로피디스크와 VHS 비디오 등 참신한 구성을 마련했다. 새 앨범 '굿 앤 그레이트'도 포토북(워크 리포트/스프링 노트), 커버 레터(서류철), QR, SMini로 발매됐다.
조수연 담당은 "키씨 피지컬(실물) 앨범 사양은 물론 콘셉트와 퀄리티가 압도적이지만, 그 베이스는 '환상적인 비주얼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는 위트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여행과 레트로(복고) 총 이미지를 장난감 패키지에 넣은 것이나, 레트로 영화 콘셉트를 위해 진짜 비디오패키지를 제작한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도 '재킷 콘셉트를 적절하게 현실화하는 것'을 중점에 두었다. 사무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품을 차용한 이유다. 조수연 담당은 "일상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오브제를 차용하되, 아티스트가 가진 키치한 매력을 적절히 녹여내고자 했다. 또한 어떤 버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는, 크기나 볼륨에 상관없이 각 버전의 매력이 동등하게 드러나길 바랐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티스트가 제안한 사원증을 그대로 앨범으로 내자는 아이디어를 포함하여, 4버전 5종의 각 앨범을 직장생활 하면서 마주할 수 있는 오브제들로 구성했다. 각각 입사지원서, 업무일지, 사원증, 최고의 지원상을 모티브 삼아, 앨범 비주얼에 담긴 콘셉트를 구체화하고자 했다"라고 부연했다.
키는 '굿 앤 그레이트' 앨범에 평소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류철 등을 활용했다. 샤이니 공식 페이스북마지막으로 '굿 앤 그레이트'라는 앨범을 만들었던 '실무자'로서, 가장 '굿 앤 그레이트' 했던 순간은 언제인지 질문했다. 김온 담당은 키와 소통할 때라고 답했다. 그는 "정말 베테랑이지 않나. 저희가 내는 아이디어를 찰떡같이 소화하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친한 친구' 기능에 대해서도 먼저 말씀 주셔서 정말 똑똑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키의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된 다른 사례도 언급했다. 김온 담당은 "'직장인 유형' 챌린지를 촬영할 때 회사 간식을 탐하는 캐릭터를 표현한 '스낵 어딕트'(snack addict) 파트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과자 봉지를 까거나 먹고 있는 정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키씨가 셔츠가 불룩하게 튀어나오도록 셔츠 속에 컵라면이나 과자를 넣어두신 채로 촬영을 해서 저희 모두 웃었던 기억이 있다. 센스가 참 좋으시다. 너무 잘 표현하고 소화하시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일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온 담당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오피스 콘셉트라고 해서 단순히 직장인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만의 오피스를 가지고 있으니, 스스로 '잘하고 있다'라고 다독이며 지치지 않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드리는 거였다. 키씨가 프로젝트 진행 내내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의견을 주셔서 정말 '굿 앤 그레이트' 하다고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조수연 담당은 "'굿 앤 그레이트'는 서로 다른 업무를 하는 실무자들이 한자리에서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긴밀한 협업을 할 수 있었던 앨범이다. 같은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소속감과 책임감도 컸다"라고 답했다.
조수연 담당은 "'워크 위크'의 실시간 스토리나 티저 영상, '내 데스크를 채워줘!' 웹사이트, 디타워의 '키 이즈 커밍' 포스트잇 플래시몹 등 대다수 프로모션들이 서로 다른 직무의 실무자들 실행력과 꼼꼼함이 함께했기에 완성될 수 있었던 아이디어다. 그에 덧붙여 앨범의 완성도에 대한 아티스트의 열정과 관심까지 더해져 모두 '굿 앤 그레이트'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