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전 이사장의 해임 집행정지는 인용이 됐지만 KBS 남영진 이사장의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습니다. 당장 후임이 임명된 방문진의 경우엔 권태선 이사장이 복귀하게 되면서 기존 9인에서 10인체제가 됐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권영철 대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MBC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해서 법원이 다른 결론을 내렸는데, 무슨 차이가 있었던 걸까요.
◆권영철> 두 결정의 재판부가 달랐습니다. 재판부마다 판단의 기준이나 근거가 다르기도 하고요. 결정문을 살펴보니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대한 판단이 달랐습니다.
권태선 이사장 재판부는 해임을 유지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봤습니다. 남영진 이사장 재판부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보다는 공공복리가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권태선 이사장은 취임하기 이전 MBC의 잘못된 판단에까지 책임을 물었지만 남영진 이사장은 적자가 심한데도 이사회가 대책마련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데 대해 책임을 물었습니다.
또 임명권자가 KBS 이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해임했지만 방문진 이사장은 방통위가 임명하고 해임했습니다.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는 게 더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남영진 이사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권익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과 이미 후임 이사장이 임명됐다는 점도 달랐습니다.
◇정다운> 권태선 이사장은 바로 업무에 복귀했나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오후에 업무 복귀했습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사무실로 향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정다운> 방통위는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한 후 후임도 바로 임명했었는데요, 이번 결정에 즉시 항고하겠다고 반발한거죠?
◆권영철> 그렇습니다. 방통위는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데 대해 유감의 입장을 밝히면서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방통위는 "방통위원장의 정당한 임면 권한 보장을 위해, 그 동안 해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되어 온 것이 법원 선례"라면서,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방문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방통위는 "즉시 항고하여 집행정지 인용 결정의 부당성을 다툴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다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권영철> 방통위가 즉시 항고하기로 했으니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고등법원에서 다투게 됩니다. 그렇지만 권태선 이사장은 업무에 복귀해 이사장으로서 신분을 회복했습니다.
◇정다운> 그런데 후임 이사가 있는데, 두 사람이 중복으로 일을 하게 되는 건가요?
◆권영철> 방통위가 보궐이사를 임명했죠. 김성근 후임이사에 대해서는 권태선 이사장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권 이사장이 업무에 복귀하면 당연히 후임 이사의 효력은 정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내일 있을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성근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할 예정이었는데 오늘 집행정지 결정으로 이뤄지지 않게 됐습니다.
또 방문진 김기중 이사의 해임을 위한 청문이 오늘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해임까지 결정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르면 이번 주 중 해임이 이뤄질 걸로 예상됩니다.
다만 김기중 이사의 해임사유가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사유와 비슷해서 해임을 하더라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 지켜봐야겠습니다.
◇정다운> 내일은 또 KBS 이사회에서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한다고요?
김의철 KBS 사장. 연합뉴스
◆권영철> 해임 제청안이 이미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됐고 내일 이사회에서는 김의철 사장의 소명을 들은 뒤 해임제청안에 대한 표결까지 할 걸로 보입니다.
KBS 이사회 관계자는 "이미 해임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찬반토론이 이뤄진 만큼 내일 이사회에서 해임제청안에 대한 표결도 이뤄질 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의철 사장은 내일 이사회에 출석해 해임의 부당성에 대해 소명할 예정이었지만,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걸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KBS 이사회는 이미 여6 야5 구도로 바뀌었기 때문에 김의철 사장의 해임안은 내일 의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KBS 이사회에서 해임제청안이 의결되면 KBS 사장의 최종 해임은 임면권이 있는 대통령 재가로 결정됩니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KBS 사장은 KBS 이사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입니다.
◇정다운> MBC 안형준 사장의 해임도 계속 추진될까요?
MBC 안형준 사장. 연합뉴스◆권영철> 윤석열 정부가 이미 KBS와 MBC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예정대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만 권태선 이사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방문진 이사회는 야6 여3의 구도인데요, 오늘 청문을 한 김기중 이사를 포함해서 1명의 이사를 더 교체해야 사장 해임안을 상정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방법을 찾더라도 총선 전에 MBC 사장을 교체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동관 방통위원장 취임을 전후해서 KBS와 MBC 경영진 교체 수순을 밟아온 만큼 내년 이사회 임기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거라는 게 방통위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