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전 이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11일 권 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8월 21일 한 이사 해임처분은 본 법원에 제기된 본안 재판의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권 전 이사장은 방통위가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고,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해임 결정하자 이에 반발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임사유 중 상당 부분은 방문진 이사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그 의사를 결정했다"며 "신청인(권 전 이사장)이 방문진의 이사장으로서 방문진을 대표하고 그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안에 대하여 이사 개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방문진 이사회가 그 의사를 결정한 절차에 현저히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는 부분도 소명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신청인(방송통신위원회)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문진은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됐고, 이를 위해 이사의 임기 역시 법률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이사진의) 임기를 보장하되 이사로서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해임을 허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방송문화진흥회법이 추구하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라는 공익에 더욱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신청인(방통위)이 주장하는 공익상 필요가 신청인(권 전 이사장)이 입는 손해를 희생하더라도 옹호하여야 할 만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권 전 이사장 측은 지난달 31일 열린 심문에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의 목적과 과정을 한마디로 말하면 견제와 균형 파괴"라며 "방통위가 언론의 견제를 받기 싫으니 숨 쉴 공간을 닫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전 이사장은 법정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저에 대한 해임이 정권에 의한 MBC 장악과 공영방송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며 "사법부가 집행정지를 받아들여 방송 자유와 독립이란 헌법적 가치를 지켜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