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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돌봐주는 조부모 수당 "애먼 돈 안 만들려 고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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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서울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가 출범 1년을 넘겼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다선 4선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뒤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내놓은 약속이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서울시가 키워준다는 각오로 첫 발을 뗀 엄마아빠 프로젝트는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할까. 현장과 정책, 그리고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1년②]
"엄빠 프로젝트를 만든 사람들"

지난해 8월 18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엄마아빠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서울시 유튜브 캡쳐 지난해 8월 18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엄마아빠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서울시 유튜브 캡쳐 
▶ 글 싣는 순서
①힘들다고 울었는데…마지막엔 "둘째 낳아야죠", 반전 비결은?
②아이 돌봐주는 조부모 수당 "애먼 돈 안 만들려 고민했죠"
(계속)


지난해 8월 18일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언론에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한 날이다. 최다선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오 시장이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내놓은 약속인만큼 무게감도 주목도도 남달랐다. 그렇게 발표된 엄빠 프로젝트에서도 맨 앞에 발표된 '1번 사업'이 바로 '육아조력자 돌봄수당(서울형 아이돌봄비)'이다.  

"월 40시간 이상 아기를 돌봐주는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이모, 삼촌, 고모 등에게 월 30만원의 돌봄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은 발표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엄마아빠 프로젝트의 1번 사업으로 발표된지 1년이 지난 이달에서야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사업 시행까지 1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사회보장협의부터 애먼 돈 차단까지…산 넘어 산


시작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의 사회보장협의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서울시 김승원 돌봄사업팀장은 "사회보장협의가 보통은 2~3개월 정도 걸리는데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의 경우는 협의에 6개월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협의를 넘어 사회보장위원회 회의까지 열릴 정도로 민감한 건이었다. 서울에서 시작하면 전국 단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존의 양육수당과 아동수당, 아이돌보미 지원사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조건을 까다롭게 설계해야 했다. 결국 지원 대상이 되는 영아의 연령(24~36개월)과 소득수준(중위소득 150% 이하) 등의 조건들이 추가됐다.

사회보장협의 이후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애먼 돈' 논란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아기를 돌보지 않는데 수당만 받아가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내가 내 손주 돌봐주는데 그걸 또 무슨 검증이 필요하냐 하는 의견도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실제로는 안 돌봐주면 (수당만 받아가면) 어떻게 할거냐…그런 부분이 어려웠습니다." 수당을 받는 대상이 보통 연령이 높은 조부모들이다보니 돌봄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검증을 너무 복잡하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시 김승원 돌봄사업팀장은 육아휴직을 내고 자녀를 돌보던 중 엄마아빠 프로젝트 홍보영상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서울시 제공 영상서울시 김승원 돌봄사업팀장은 육아휴직을 내고 자녀를 돌보던 중 엄마아빠 프로젝트 홍보영상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서울시 제공 영상
김 팀장을 필두로 돌봄사업팀에서 고안한 것은 '모니터링단'이었다. 무작위로 영상통화를 걸어 실제로 아이를 돌보고 있는지 불시에 점검하는 방식이다. 아이를 맡길 때 QR코드를 찍어 돌봄 활동시간을 인증받고, 돌봄 활동 사진도 업로드 하도록 했다.

여론의 관심은 '손주를 돌봐주는 조부모에게 수당을 지급한다'는 부분에 쏠렸지만, 정책을 설계한 돌봄사업팀에서는 민간 돌봄서비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부모나 친인척의 도움을 구할 수 없는 가정에게는 민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3개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만원 상당의 이용권이 지급되는데 이것이 민간 돌봄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김 팀장은 "민간 돌봄 서비스에 대한 지원도 전국 최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 돌봄 에 대한 지원과 관리가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고, 음성화 돼 있던 시장이 양성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좋아서' 대표사업 부상…'서울형 키즈카페'


'서울형 아이돌봄 수당'이 처음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정책이라면, '서울형 키즈카페'는 호응도가 워낙 높아(만족도 97.6%) 엄마아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대표 사업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오세훈 시장이 직접 제안한 사업이기도 하다. 손주들을 데리고 인근 키즈카페에 갔다가 이용료와 간식 등으로 몇만원이 훌쩍 나가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는 비용 걱정없이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오 시장의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최근에 새롭게 문을 연 서울형 키즈카페 강북구 번3동점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서울시 제공  최근에 새롭게 문을 연 서울형 키즈카페 강북구 번3동점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서울시 제공 
첫 시작은 서울시나 자치구가 갖고 있는 공공 공간을 키즈카페로 조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 안에 키즈카페 100개 조성으로 목표가 상향됐고, 급기야 오 시장 임기 내인 2026년까지 서울형 키즈카페 400곳을 만드는 것으로 또 한단계 목표가 뛰었다.

400개는 서울에 426개 행정동이 있기 때문에 세워진 목표다. 적어도 서울 1개 동마다 하나씩,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키즈카페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담당 사업팀은 '공간 발굴'에 사활을 걸었다. 키즈카페 사업팀 황민정 사무관은 "초창기 멤버들이 제일 고생했던 부분이 공간 발굴이었다"고 말했다.

"키즈카페를 만들 정도로 유휴공간이 충분히 넓은 공공 공간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전에 있던 팀장님이 민간으로까지 확대해보자해서 그렇게 물꼬를 텄어요." 지금은 교회와 폐원하는 어린이집,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까지 키즈카페 조성 대상 후보지를 다양화하고 있다.

교회 같은 종교시설이나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키즈카페를 설치하는 경우 일부 이용자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부분을 차단하는 정책설계도 필요했는데, 이 부분은 예약제로 해결했다고 황 사무관은 설명했다.  

"아파트 단지에 키즈카페를 만드는 경우 단지 주민들만의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오해도 할 수 있을 텐데, 어차피 이용을 할 때는 키움포털의 예약시스템을 이용해서 해야 합니다. 매달 1일과 16일에 2주치를 한 번에 예약을 받는데 지금도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이용할 의지가 있으신 분이 예약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는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들을 움직이는 건 '뿌듯함'


서울시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는 5개 분야에 사업 개수만 55개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대표 사업인 서울형 아이돌봄비나 키즈카페 조성 사업 말고도 모든 사업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려는 고민과 여러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설계자들의 노력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뿌듯함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서울형 키즈카페를 한 번 다녀와보고 너무 좋으니까 엄마들이 맘카페 같은 곳에 공유하고 그러시는데, 저도 엄마지만 맘카페에 그런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사업 담당자로서 뿌듯함도 느껴지고 그렇죠." (황민정 사무관)

"여러 군데 지자체에서 문의가 오고 하니까 단순히 이게 서울시 만의 일은 아니고 우리가 하는 일이 진짜 전국적으로 퍼져서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뿌듯하기도 하면서 책임감도 느껴졌습니다." (김승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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