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당 지도부는 공식적인 탄핵 추진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섣불리 탄핵을 공식화했다가는 역풍을 맞거나 여권의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 인터뷰에서 "링 위에 올라가 있는 선수들이 국민의 뜻,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데 그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이미 명시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기도 했다. 설훈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고(故)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대한민국 장관이 결재한 사안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대통령밖에 없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만약 그렇게 했다면 법 위반이다. 탄핵할 수 있다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도 "윤 대통령은 일본 총리보다 앞장서 핵 오염수 전도사로 나서더니 (이번에는) 독립운동을 죽이는 반민족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기다리는 것은 탄핵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국회 본회의장과 같은 공식 석상에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이 탄핵론을 언급한 건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홍범도 석상 이전 등 각종 현안을 두고 정부·여당과 극한대치를 벌이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다만, 당 지도부는 '공식적인 탄핵 논의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지지자들의 탄핵 요구 관련 질의에 "참석한 시민의 의견과 (당 내 논의는) 별개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당 지도부가 공식적인 탄핵 논의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그로 인한 역풍 우려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명분을 충분히 쌓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탄핵을 추진했다가는 오히려 수세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의혹은 많지만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혐의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탄핵은 결국 국민의 설득을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탄핵을 언급할 경우 여권이 강하게 응집할 수 있어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야당으로서 경종을 올리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야 된다는 인식은 보편적으로 다 갖고 있지만 탄핵에 관한 견해는 지금 소수의 의견일 뿐"이라며 "다수는 지금 탄핵 국면으로 갈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탄핵론에 선을 그었다. 같은당 이원욱 의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탄핵해야 한다고 하는 것을 갑자기 던지니까 뜬금없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제대로 모아야 할 문제"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