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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3대 갈아타고, 공범까지…'평택 환전소' 준비된 범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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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8300만원 털린 강도 사건, 어떻게 가능했나

타지키스탄 강도 2명, 얼굴 가리고 1분만에 현금갈취
차량 3대 갈아타고, 주로 CCTV 없는 동선 이동
신원 특정에 시간 소요…체포된 뒤에도 진술 거부
대전, 경북 잇따른 강도 사건…"모방범죄 우려"

지난달 30일 경기 평택시의 한 환전소에서 외국 국적의 남성 2명이 직원을 위협해 현금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추적 중이다. 사진은 CCTV 화면에 찍힌 범행 후 피의자들. 연합뉴스지난달 30일 경기 평택시의 한 환전소에서 외국 국적의 남성 2명이 직원을 위협해 현금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추적 중이다. 사진은 CCTV 화면에 찍힌 범행 후 피의자들. 연합뉴스
대낮에 2인조 외국인 강도가 경기도 평택의 환전소를 터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분이었다. 이들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로 현금과 달러 83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도주할 땐 차량을 3대나 갈아타며 경찰 추적을 피했고, 같은 국적의 공범들에게 도움도 받았다. 결국 피의자 1명은 범행 4시간 만에 해외로 도주했고, 훔친 돈의 행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인터폴 공조 요청을 통해 출국한 피의자를 쫓는 한편, 체포한 피의자들을 상대로 범행 세부 계획을 조사하고 있다.

차량 3대 갈아타고, 공범도 3명…철저한 계획 범죄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평택 환전소 강도 사건의 피의자인 타지키스탄 국적 A(34)씨와 B(34)씨는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B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50분쯤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로 범행 장소인 평택 신장동의 환전소로 들어갔다. 이들은 불과 1분 만에 업주로부터 현금과 달러 등 8300만원을 빼앗은 뒤 급히 빠져나왔다.

이후부터는 계획된 대로 움직였다. 인천에서 훔친 차량을 이용해 20km가량 떨어진 화성 향남읍 하천변으로 이동했고, 미리 준비해 놓은 2번째 차량으로 갈아탔다.

이어 다시 인근으로 이동해 같은 국적의 조력자 3명을 만났고, 3번째 차량으로 바꿔탄 뒤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시점은 오후 2시쯤으로, 동선을 고려할 때 범행 직후부터 출국까지 계획한 대로 막힘없이 실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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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주로 폐쇄회로(CC)TV가 없는 길을 도주로로 이용해 경찰이 추적에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항공권도 사전에 예매해 둬 A씨는 곧장 타지키스탄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다만 B씨는 A씨를 먼저 출국 시킨 뒤 C씨 등 공범들과 함께 화성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10시간가량 지난 뒤 타지키스탄으로 도주하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현재까지 이들이 훔쳐간 8300만원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B씨가 A씨와 함께 출국하지 않은 이유와, 훔쳐간 돈의 행방을 쫓고 있다.


140명 투입했지만 전원 검거는 실패…"외국인에 진술 거부도"

경기남부경찰청은 평택경찰서와 화성서부경찰서, 경찰특공대 등 경력 140여명을 투입하고도 전원 검거에는 실패했다. 대낮에 벌어진 강도 사건 피의자가 국제공항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간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외국인인데다가 얼굴을 가린 채로 이뤄진 범행이라 신원 특정에 상당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이들이 2번째로 탑승한 차량의 소유자가 B씨인 것을 확인하고 그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어 동선을 추적해 범행 다음날 새벽인 지난달 31일 오전 1시 40분 인천공항을 수색해 B씨를 체포했다.

그러나 B씨는 경찰서로 연행되는 중에도 입을 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지키스탄어를 통역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경찰은 그날 오후에서야 B씨로부터 A씨와 관련된 일부 진술을 확보했지만, A씨는 이미 출국한 뒤였다.

현재 경찰은 인터폴에 공조요청을 하고 A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또 체포한 B씨와 공범 3명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잇따른 강도 사건…"모방범죄 늘어날까 우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최근 전국에서 현금을 노린 강도 범죄가 계속되면서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전날 경북 칠곡군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한 남성이 흉기로 직원을 위협해 현금 2천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오토바이와 승용차를 바꿔 타고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려 했으나, 4시간여만에 대구의 한 길거리에서 붙잡혔다.

평택 환전소 사건처럼 피의자가 해외로 도주한 사건도 있다. 지난달 18일 대전 관저동 한 신협에서는 오토바이 헬멧을 쓴 피의자가 침입해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직원들을 위협, 현금 3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 남성은 훔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등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며 달아났고, 사건 발생 사흘만인 지난달 20일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도 범죄는 지능·경제범죄와는 달리 비교적 동선 추적이 가능하고, 용의자 특정도 빨라 최근에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전국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CCTV 보급이 확대되면서 강도 사건은 사실상 없어졌다고 봐도 될 만큼 적은데, 대전 사건을 기점으로 곳곳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며 "특히 계획범죄가 성공할 경우엔 모방범죄로 번질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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