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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종신형'이 흉악범 막을 수 있을까?[권영철의 Why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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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연결 : 권영철 대기자

한동훈 사형집행시설 점검, 사형집행 실제 이뤄질까?
"사형집행에 참여한 교도관 없어서 실제 집행 어렵다"
한국교정학회장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될 경우 위헌 가능성 높아"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 "사형제와 가석방 없는 사형제 차이가 뭐냐?"며 반대입장


◇정다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려면 사형제부터 폐지해야 한다', '사형제 같은 엄벌이 범죄를 예방하는 덴 효과가 없었다'는 대법원의 입장 정리해드렸는데요.
   
여전히 갸우뚱 하실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흉악범죄자들을 엄벌로 다스리지 않고 어떻게 사회정의가 바로 서겠나 하실테니까요. 이 내용 권영철 대기자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어제 한동훈 법무장관이 사형집행 시설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는데 실제 사형 집행을 암시한 걸까요?
   
◆권영철>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법에 있는 의무를 다한다는 그런 취지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입니다.
   
한동훈 장관도 국회에서 발언도 그런 취지입니다. "오랫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다보니 법 집행 시설이 폐허처럼 방치되고, 일부 사형 확정자들이 교도관을 폭행하는 등 수형 행태가 문란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형이 법에 있고, 정부는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 시설을 유지하고 사형 확정자들의 수형 행태를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질서있게 유지하는 것이 법무부의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정다운> 사형집행 시설이 그동안 폐허처럼 방치돼 왔나요?
   
◆권영철> 실제로 그렇다고 합니다. 사형집행시설이 있는 구치소나 교도소에는 불문율 같은 관행이 있는데 소장이 새로 취임하거나 법무장관이 교정시설 순시를 하더라도 사형집행시설은 둘러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장이 새로 부임했다고 사형집행시설을 수리 또는 청소를 하거나 순시를 하게 되면 사형수들이 동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형수가 동요하거나 흥분해서 교도관을 해치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교정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사형집행시설은 사실상 방치돼 왔고, 폐허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나온 겁니다.
   
우리나라에 사형집행시설이 있는 곳은 5곳이었습니다. 서울구치소와 부산구치소, 대전교도소와 대구교도소, 광주교도소 5곳인데 광주교도소는 시설을 새로 지으면서 사형집행시설이 없어졌습니다. 대구교도소도 신축 건물로 곧 이전할 예정인데 신축 교도소에는 사형집행 시설이 없습니다.
   
◇정다운> 우리나라에 사형수가 몇 명이나 있나요?
   
◆권영철> 사형수는 모두 59명입니다. 일반인이 55명, 군 사형수 4명이 있습니다.
   
서울구치소에 16명, 광주교도소에 13명, 대구 교도소에 12명, 대전 교도소에 10명, 부산 구치소에 4명이 있고, 군 교도소에 4명이 있다고 합니다.
   
1997년 12월 사형수 23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이후 25년 넘게 사형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국제앰네스티는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정다운> 우라나라에서 다시 사형이 집행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권영철>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한동훈 장관도 국회 답변에서 "사형의 집행은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이나 국민의 법 감정, 국내외 상황들을 잘 고려해서 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답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때 언론인터뷰에서 사형 집행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9월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홍준표 경선후보의 '흉악범 사형' 발언에 대해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람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여론에 편승해 사형을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한 언행이다. 알기 쉽게 예를 들면 '두테르테 같은 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형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범죄 예방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여러 분석 결과가 있다.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범죄를 철저하게 예방하는 거다. 사형제 전에 흉악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잘 관찰하고, 관리하는 등 사회 방위 시스템을 잘 운영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여담이긴 합니다만 교정당국에 근무하는 교도관 중 실제로 사형을 집행해보거나 집행에 참여한 교도관이 모두 퇴직해서 실제 사형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한동훈 법무장관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다운> 사형을 집행해본 교도관이 없다는 건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1997년 12월 23명을 사형 집행한 이후에는 사형 집행이 없었습니다. 당시 집행에 참여한 막내가 62년 63년생이었다고 합니다. 다들 정년퇴직으로 공직을 떠났으니 경험자가 없다는 얘깁니다.
   
사형장에는 검사, 검찰서기관, 교정시설의 장, 의사, 종교인 등이 참여하는데, 검사의 인정신문, 판결문 낭독, 사형수의 유언, 종교절차(원하는 경우)를 거쳐 사형을 집행합니다.
   
사형제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형 집행자의 인권을 거론합니다. 우리나라는 법에 사형을 교수형으로 명시하고 있어서 더더욱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군 사형수의 경우에는 총살형을 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교정당국의 한 핵심관계자는 "사형집행을 하려면 사형 집행 방법을 약물주사로 바꾸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다운> 그래서 대안으로 법무부가 추진하는 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법무부는 8월 14일 형법 개정안은 입법예고 했습니다. 입법예고 기간은 9월 25일까지입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무기형으로 구분하고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하는 겁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이 도입되면,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실효적인 제도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의 국회 답변 내용 들어보시죠.
"우리 법제를 기준으로 사형제를 합법으로 유지하고 있고, 사형을 언제든 집행할 수 있는 나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아래 단계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만드는 것이 법적질서에 어긋나지 않는 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두 번째는, 피해자와 남은 그 가족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충분히 도입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법원. 연합뉴스대법원. 연합뉴스
◇정다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도입된다고 해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까요?
   
◆권영철>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더라도 범죄예방효과는 미미하다는 겁니다.
   
한국교정학회 회장인 오경식 강릉원주대 교수는 "흉악범을 사회와 격리하는 건 좋지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도입되면 교정당국이 기본적인 교정 행정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소자들이 가석방 기대가 없다면 교정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든지 그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형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의견 조회 요청에 따른 의견서를 최근 제출했는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제도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선진국에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무기금고 포함)에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폐지하는 추세"라며 "이 제도의 도입은 사형제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엄벌주의의 범죄 예방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화와 사회복귀 여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새로운 형벌을 도입하는 것이 응보의 목적 이외에 범죄 예방 등에 있어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다운> 한동훈 장관이 '피해자의 인권'을 강조했는데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도입되면 피해자의 인권이 강화되는 건 맞나요?
   
◆권영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사망자와 그 유가족의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주는 것을 신원(伸冤)이라고 하고, 우리 법원은 신원권(伸冤權)을 판결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신원권은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가해자에 대해 응분의 처벌을 하는 걸 의미 합니다.
   
고조선 시대에 이었다는 팔조법금(八條法禁)의 첫 번째가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것도 그런 취지였을 겁니다.
   
그렇지만 재심 전문인 박준영 변호사는 피해자의 인권을 이유로 형을 강화하려는 엄벌주의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박준영 변호사의 말 들어보시죠.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자를 구원하고 이런 가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된다는 노력을 함께 해나가야 되는데, 지금 이 사회에서는 피해자 얘기만 하면서 정작 피해자에 대해서는 그냥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고. 가해자는 그냥 쓸어내버려 버려야 된다라고 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그런 정책을 얘기한다 한단 말입니다"

   
박 변호사는 "사형제 폐지를 얘기하면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얘기하는데 이것도 저는 반대한다. 사실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사형제 이게 차이가 뭐냐? 사람의 변화 가능성, 개선 가능성 또는 교화라는 가치를 배제하는 것이다. 사회적인 부담을 교정당국으로 밀어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다운> 흉악범들은 증가하는데 사형 집행도 안 된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도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권영철> 우리나라는 감옥이 아니라 교도소라고 부릅니다. 중국은 감옥이고 일본은 형무소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 '행형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교도소가 형무소로 불렸습니다. 형을 집행하는 곳이라는 의미였죠. 1961년 행형법을 개정해 '교도소'로 이름을 바꾸었고, 2007년에는 형행법을 '형의집행 및 수용자의처우에관한법률'로 개정했습니다.
   
교도소는 말 그대로 범죄자를 교도 즉, 교정·교화하여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시설이라는 얘깁니다.
   
오경식 교정학회장은 "독일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위헌 판결이 났다. 우리나라도 이 규정(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만들어지더라도 위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제로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박준영 변호사는 "사회가 너무 엄벌만 얘기하는 분위기를 좀 바꿔야 된다. 사람의 변화에 주목하고 범죄의 사회성에 주목 하면서 사형 제도를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중곡동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가족들의 국가상대 손해배상 사건을 대리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피해자 가족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며 엄벌을 주장하지만, 가해자를 사형에 처한다고 피해자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중요한 건 피해자와 그 가족들, 주변 인물들이 다시 사회에 복귀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겁니다.
   
역대 법무장관들 중에서 1997년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 사형집행을 언급한 장관은 이명박 정부시절 2010년 이귀남 법무장관과 2023년 한동훈 법무장관뿐이라고 합니다.
   
이귀남 장관 시절 유기징역의 상한이 30년에서 최고 50년까지로 올라갔지만 그 이후 강력범죄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저도 흉악범죄를 보면 범죄자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그게 바람직한 건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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