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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절실한 때에 싹둑 잘린 R&D 예산…현장에선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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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정부 예산안에서 R&D 예산 대폭 삭감
현장에선 "노후장비 보수도 못해"
"한중일 공동연구서에서도 밀릴 판"
"내년 신규 과제는 '올 스톱"
6월 과기부 '스스로 아낀 것처럼 하라' 지시
과학 연구계 공동대응키로…파장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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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되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새해 예산안에서 R&D(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축소된 사실이 밝혀지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카이스트 등 과학계가 집단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내년 연구비 확보가 불투명해져 연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며 이대로 라면 국가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발표된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R&D 분야 내년 예산은 25조 9천억 원으로, 올해 31조 1천억 원에서 5조 2천억 원이나 줄었다. 감소율이 16.6%다.
 
특히 다른 어느 쪽보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기초 연구 예산은 2조 4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2천억 원, 6.2%가 깎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도 2조 1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3천억 원, 10.8%나 줄었다.

"노후장비 보수 못해 한중일 등 공동연구서 밀리기도"

강도 높은 R&D 예산 삭감 소식에 현장 연구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내년에 계획한 연구 과제들은 물론이고 노후 장비를 유지보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3월 KVN 망원경에 설치돼 있는 수소 메이저 시계가 고장 났는데 수리조차 못하는 상황"이라며 "관측 데이터를 기록하는 시계가 고장난 것이라 망원경 하나는 5개월간 사용도 못하고 놀리고 있다"고 밝혔다.

수소 메이저 시계는 수리하는 데 수천만 원이 들어 예산이 삭감되면 유지보수가 어렵다. 특히 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해외 연구진들과 진행하는 공동 관측 연구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천문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을 주축으로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과 함께 블랙홀 관측 연구를 하고 있는데, 망원경으로 우리나라가 주축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기존 과제들은 삭감된 예산으로 운영해야 하고 내년 계획한 신규 연구 과제들은 올 스톱됐다"며 한숨 쉬었다.

"기관이 아낀 것처럼 해라"…은밀하게 내려온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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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출연연 25곳은 과기정통부로부터 "주요사업 예산을 삭감하라"고 공식적으로 통보 받기도 했다. 이에 일부 출연연에서는 며칠 만에 예산을 줄여 재편성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이 시기 비공식적 지시도 있었다. 출연연들은 '경상운영비(기관운영비)도 삭감하라'고 비공식적으로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이어확 수석 부위원장은 "'기관에서 스스로 운영비를 줄이라는 통보를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올해 새로운 연구가 추가됐거나 변경사항이 있어 추가 예산을 요청한 기관일수록 삭감액이 많았다"면서 "이 때문에 한 연구기관은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한전에 몇 달동안 전기료 연체되면 전기가 끊어지냐고 문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PBS(연구과제중심제도)를 위주로 운영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도 예산 삭감을 우려했다. PBS는 연구자가 외부 연구과제를 경쟁을 통해 수주해 연구비와 인건비 등을 충당하는 제도다. PBS 수탁사업 예산은 올해(6조 6700억)에 비해 7700억이 줄어든 5조 8900억 원으로 편성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노동조합 제동국 위원장은 이날 CBS와의 통화에서 PBS 사업은 과제를 수주를 못하면 인건비도 받지 못하는 구조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R&D 중소기업 혁신바우처 지원사업은 400억에서 19억으로, 홀로그램 기술 개발사업은 231억에서 13억으로 줄어들었다"며 "예산이 크게 삭감된 분야의 연구진들은 전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 숨을 푹푹 내쉬었다.

예산 삭감으로 연구 지속성이 깨지는 것도 문제다. 제 위원장은 "연구 과제를 5년, 10년 과정으로 수주를 받는다"며 "이미 확정된 3년차 연구임에도 예산이 삭감된다는 통보를 받고 과제를 취소해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尹, R&D 카르텔? "정부 지시가 카르텔 아니냐"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R&D 예산 삭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연구비 카르텔'을 언급하며 R&D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 지시했다. 이후 부처별로 R&D 예산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겉만 번드르르한 '과학입국' 뒤에서 연구 예산이 삭감되자 현장 연구원들의 반발은 거세다.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역대정권에서 R&D 예산이 확장돼 왔고,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초 학문과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과기연전 이 부위원장은 "환부가 있다면 그것만 도려내야지, 현 상황은 모든 장기를 20-30%씩 도려내는 격"이라며 "정부의 톱다운식 지시와 압박이 카르텔 아니냐"고 반발했다.

전자통신연구원노동조합 제 위원장도 "연구원들은 사기업에 비해 임금이 2~3배 낮음에도 국가기관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는데 '연구비 카르텔' 프레임에 연구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자긍심이 꺾였다"고 말했다.

연구자 노동조합과 단체, 총연합회 등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R&D 예산 삭감에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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