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제1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우리 측 전문가들이 현지에 개설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소를 방문해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당초 우리나라가 의도했던 '현지 상주'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최소 2주에 한 차례씩 후쿠시마 원전 현지를 방문하기로 한 상황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성능 등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우리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 3명은 전날 일본으로 출국, 후쿠시마 현지에 개설된 IAEA 사무소를 방문해 한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 1차장은 이날 오전 일일 브리핑에서 "(우리 측 전문가들이) 어제 출국해서 현장에 도착했다"며 "현지에 있는 IAEA 사무소 관계자와 1차 미팅을 한번 한 것까지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 측 전문가들의 이번 IAEA 사무소 방문은 당초 지난달 12일에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다.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오염수 방류 점검 모니터링에 한국 측 전문가 참여 등을 요청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류영주 기자앞서 지난달 8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방한 당시 별도 면담에서도 박진 외교부 장관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등은 그로시 총장에게 모니터링 과정에 우리 측 전문가 참여를 요청했다. 사실상 IAEA 현지 사무소에 우리 측 인사 참여를 세 차례 이상 요청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최소 2주에 1회 방문' 등 정기적 점검이라는 타협안으로 귀결됐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측은 요청의 본래 취지가 모니터링 과정에 우리 측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는 데 있는 것이라며, 국제적 형평 등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은 타협안을 얻어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작 현지를 방문한 우리 측 전문가들의 활동 범위에 정보 공개 여부 등에 대해선 벌써부터 난색을 보였다.
박 차장은 "(우리 전문가들이) 언제까지 체류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저희와 IAEA, 또 일본과 IAEA 간에 협의 중"이라며 "구체적 활동 계획을 미리 설명을 드린다든지 실시간으로 (설명)하진 않고, 그때그때 진행된 게 있으면 사후 활동보고 형식으로 설명드릴 것이다. 개별적으로 활동 자체, 뭘 하려고 하는지를 너무 자꾸 물으면 답변드리는 데 조금 한계가 있다"고 했다.
IAEA가 24일 운영을 개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데이터 실시간 웹페이지. IAEA 제공 IAEA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정기적으로 우리 측에 공유하고, 화상회의 등을 통한 '한국‧IAEA 간 정보공유 메커니즘(IKFIM)'을 수립하기로 했던 기존의 설명과는 다소 결이 다른 분위기다.
특히 우리 측 전문가의 활동 내용과 기한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할 경우, 결국 지난 5월 우리 시찰단의 후쿠시마 현지 방문 당시 결과와 흡사하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시찰단은 후쿠시마 원전 내부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 측의 철저한 통제를 받았다. 논란이 된 '오염수 시료' 역시 직접 채취하기는커녕 영상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과거 잦은 고장 전력이 있는 알프스 성능 검증을 위해선 최대한 우리 측의 직접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0종 이상에 달하는 방사능 물질인 핵종들을 걸러내는 정화 설비인 알프스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비 필터 문제 등 모두 8차례 고장 전력이 있다.
알프스의 이같은 고장 사례마저 도쿄전력은 사고 당시 발표하지 않고 숨긴 사실이 사후에 드러나면서 안전성 검증을 신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원자력 학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알프스의 정상 작동을 전제로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우리 측은 필터 흡착력 등을 세심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