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해녀협회 고송자 사무국장이 물질 도구인 '테왁'을 태우고 있다. 고상현 기자 ◇박혜진> 일본 정부가 결국 원전 오염수를 방류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는데요. 오늘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둔 해녀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이 시간 김계숙 제주도 해녀협회장 전화로 연결하겠습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김계숙> 네. 안녕하세요.
◇박혜진>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한 소식 듣고 어떠셨습니까?
◆김계숙> 아이고. 이거 뭐 우리 해녀들은 다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죠. 원전 오염수가 제주 바다에 오려면 한 3년~10년 걸린다고 했는데 독일에서 모니터링한 결과 200일 내에 들어온대요. 그러면 우리 앞으로 6~7개월이면 우리 바다에 올 건데 그 후에는 어떻게 할지 우리 해녀들은 그 원전 오염수가 우리 바다에 온다면 바다에 들어갈까요?
◇박혜진> 해녀분들은 직접 바닷물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분들보다도 가장 걱정이 많이 되시는 거죠.
◆김계숙> 네네. 어부들은 계속 배에 있다가 고기를 잡아오는데 우리는 직접 몸을 바다에 담그기 때문에 그게 걱정이죠.
◇박혜진> 함께 물질을 하는 해녀분들은 오염수 방류 소식에 많이 힘들어하실 것 같아요.
◆김계숙> 힘들어하죠. 걱정 아닌 걱정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옛날부터 우리를 못 살게 굴더니만 요즘 세상에도 우리를 못 살게 굴어요. 정말 한국하고 뭐가 있는 모양입니다.
◇박혜진> 이와 관련해서 지금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세요?
◆김계숙> 정부의 대응은 아직은 아무것도 계획한 게 없어요. 왜냐하면 피해가 안 갔는데 뭔 피해 보상을 하느냐는 거죠. 이제 오염수가 제주도 바다까지 오면 수산물을 팔지 못한 것들을 정부에서 돈 주고 사서 냉동을 시키든지 폐기 처리를 하든지 한다고 하면서 지금은 피해 가는 게 없으니까 얼마를 피해 보상을 해준다는 말을 못하겠다고 합니다.
◇박혜진> 오늘 제주도에서 열린 회의에서 피해 대책에 대해서는 아직 방류로 피해가 난 것이 없기 때문에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인 건가요?
◆김계숙> 네. 그래서 우리 요구도 많이 하고 오염수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 검출기도 있어야 되고, 해녀 몸에 지장이 있으면 해녀의 건강도 체크해야 되니까 그런 면에서 잘 준비해 달라고 했어요.
◇박혜진> 아무래도 직접 바다에 들어가셔야 하기 때문이죠.
◆김계숙> 우리는 몸만 바다에 담그는 것이 아닙니다. 그 물을 우리가 마셔요. 또 입으로 마시지 않더라도 입에서 나갔다 들어왔다 계속 합니다. 물질을 한 4~5시간 하다 집에 오면 밥맛도 없고 입이 매워서 김치 같은 것도 못 먹고 그런 바닷물이 왔다 갔다 하는데 입안이 탱탱 부르트니까 입맛이 없지요.
어쩌다가 또 바닷물을 마십니다. 만약 0.05ppm이라고 하면은 그게 하루에 한두 번만 마시는 게 아니고 우리가 1년 12달 생각해 보면 마시고 또 마시면 누적이 돼서 결국은 우리 해녀들은 다 죽어요.
◇박혜진> 지금 해녀협회장으로서 지난달 해양수산부와 간담회에 참석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회장님께서 어떤 지적하셨습니까?
◆김계숙> 저는 저 깨끗한 바다에 오염수가 웬 말입니까. 저 바다에 오염수가 오면 우리 해녀들은 다 죽습니다. 절대 못하게 막아주셔요 했더니 방류하면은 희석해가지고 제주에 오면 농도가 0.05ppm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거를 하루에 한두 번 마셔도 한 달이면 그것도 20번 30번은 되지 않습니까? 결국 우리는 원전 오염수에 찌들어 죽을 거에요.
◇박혜진> 해양수산부에서는 뭐라 하던가요?
◆김계숙> 그냥 해양수산부에서는 농도가 약하니까 괜찮다고 합니다.
◇박혜진> 해녀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그런 얘기 들으셨을 때 정말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김계숙> 속상만 합니까? 가슴이 터지지.
◇박혜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것이다라고 전망이 되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김계숙> 방류 전부터 진작에 수산물은 안 먹어도 산다면서 안 먹겠다고 하는데 오염수 방류했는데 뭔 수산물을 먹느냐고 하지요. 한참 전부터 소금 같은 경우 사재기하는 사람들은 10개씩 사고 난리가 났어요.
◇박혜진> 어민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속 탈 일 아닙니까?
◆김계숙> 속이 타죠.
◇박혜진> 오늘 회의에서 다른 얘기들은 없으셨어요?
◆김계숙> 다른 얘기들은 별로 없었어요. 그냥 수산물 못 팔고 안 먹고 다 그런 얘기들이지. 오염수가 방류되면 우리는 이제 할 수 없다고요. 나도 소라 잡는데 소라의 판로가 안 나면은 물질을 안 한다고 했어요. 바다에 소라 잡으러 가서 뭐 합니까. 하지 말아야지.
◇박혜진> 지금 해녀분들 사이에서는 팔리지 않을 것을 굳이 잡아야 되겠나 이런 얘기도 하시겠군요.
◆김계숙> 네
◇박혜진> 참 걱정입니다. 오염수 방류 문제로 해녀협회에서 앞으로 어떤 계획 갖고 계세요?
◆김계숙> 해녀 전체 모여서 아니면 임원들이라도 모여 의논을 해야지요.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고민입니다.
◇박혜진> 특히 제주 같은 경우는 해녀 문화가 참 중요하잖아요. 근데 점점 해녀 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해녀 문화를 전승해 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계숙> 벌써 그건 추진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 해녀들이야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상태고 지금 해녀학교 나와서 어촌계에서 작업하고 있는 해녀들을 모아가지고 유산과에서 청년분과위원회를 만들어서 회원들을 모집했습니다.
우리는 옛날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 공부를 못했지만 요즘 해녀들은 엄청 많이 배웠지 않습니까?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아는 해녀들이니까. 앞으로 미래는 젊은 해녀들이 잘 추진해 나가라고 새로운 방식으로도 좋으니까 해녀 명맥을 끊지 말게 노력해달라고 했어요.
◇박혜진> 앞으로 해마다 계속 젊은 해녀들을 받아들일 생각이세요?
◆김계숙> 받아들여야죠. 근데 이 오염수 때문에 물질을 해서 팔아 돈을 벌지 못하면 누가 또 들어오겠어요. 여러모로 이 오염수가 걸림돌이 되니까 걱정입니다. 방송하는 분들이 제주 수산물은 안전하다 먹어도 괜찮습니다라고 자꾸 얘기를 해줘야 됩니다.
◇박혜진>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둔 해녀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시죠? 여기에 우리가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회장님 오늘 어려운 가운데서도 인터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계숙> 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