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영(왼쪽)과 김연경(오른쪽). 한국배구연맹최근 배구계는 학교 폭력으로 국내 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은 이다영(26·볼레로 르 카네)의 폭로로 시끄럽다.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을 공개 저격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선명여고 출신 이다영은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2020-2021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통해 흥국생명에 새 둥지를 틀면서 쌍둥이 언니인 이재영과 한솥밥을 먹었다.
그런데 2020-2021시즌 중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V리그 무대를 떠나야 했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대한배구협회에 무기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 제외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소속팀 흥국생명은 이들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결국 자매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도망치듯 해외로 떠났다. 나란히 그리스 리그 PAOK 테살로니키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시즌 중 무릎 부상으로 귀국한 이재영과 달리 이다영은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루마니아 리그를 거쳐 프랑스에서 세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이다영 기자회견. 연합뉴스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온 지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들이 배구계에 안긴 큰 충격 역시 조금씩 지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다영이 2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서면서 논란이 재점화했다. 그는 지난 5일 시즌 준비를 위해 프랑스로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 회견을 자청했다.
본인과 달리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쌍둥이 언니 이재영을 위한 호소였다. 이다영은 "학폭 문제는 중학교 2학년 때 벌어진 제 문제"라며 "그 당시 자리에 같이 있지 않았던 이재영 선수가 제 잘못으로 지금 큰 피해를 봤는데, 쌍둥이라는 이유로 배구를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2년 전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해 이제서야 해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흥국생명 소속이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다영은 "학폭 사건은 이재영 선수와 관련이 없다"면서 "그 부분을 바로 잡고 싶고, 다시 한번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를 요청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전히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이다영은 사과를 했지만 그 진정성이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그는 "사건 이후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친구들이 지금도 만남을 피하고 연락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변호사를 통해 (합의금으로) 1인당 1억 원씩 요구하고 있다"고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을 전할 뿐이었다.
이다영 인스타그램 캡처이다영이 기자 회견을 자청한 데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 이재영을 위한 호소 등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흥국생명 시절 동료와 불화설에 대해 입을 열었고, 이후 해당 선수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 논란을 확산시켰다.
불화설은 학교 폭력 사건보다 먼저 알려졌다. 2020년 12월 이다영은 자신의 SNS에 "나잇살 좀 쳐먹은 게 뭔 벼슬도 아니고 좀 어리다고 막대하면 돼? 안 돼", "곧 터지겠찌이잉. 곧 터질꼬야아얌. 내가 다아아아 터트릴꼬얌" 등 선배 선수를 겨냥한 듯한 의미심장한 글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대상이 생략됐지만 당시 소속팀 주장인 김연경을 저격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다영이 게시물을 올린 뒤 김연경의 SNS 계정을 언팔로우했기 때문. 불화설이 제기된 뒤 김연경은 "어느 팀이나 내부 문제가 있다"면서 "실제 내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다영이 꺼내든 불화설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쌍둥이 언니 이재영과 함께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는 한 누리꾼의 폭로에 의해 국내 무대를 떠나게 됐다. 불화설로 혼란을 겪은 흥국생명은 2020-2021시즌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시즌 전 예상에도 불구하고 정규 리그 2위에 그치는 등 우승이 좌절됐다.
2020-2021시즌을 마치고 중국 리그로 떠난 김연경은 한 시즌을 소화한 뒤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2022-2023시즌 팀의 정규 리그 우승과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을 견인했고, 만장일치로 정규 리그 MVP(최우수 선수)를 수상했다.
김연경 IOC 선수위원 도전. 연합뉴스쌍둥이 자매 파문 이후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렸고, 불화설은 잊혀져 가는 듯했다. 그런데 이다영이 현 시점에서 해당 사건을 다시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다영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해당 선수와 문제로 인한 논란은 사실 그대로"라면서 "오히려 그 선수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제가 올려준 볼을 한 번도 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김연경을 저격한 내용이었다.
기자 회견을 시점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틀 전인 지난 3일 김연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다영이 김연경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 부분이 IOC 선수위원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어쨌든 김연경의 도전은 무산됐다. 사격 진종오, 골프 박인비, 태권도 이대훈, 양궁 오진혁, 배드민턴 김소영 등과 경쟁을 벌였는데, 박인비가 한국 후보로 최종 선정됐다.
이다영 인스타그램 캡처하지만 이다영의 폭로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수위 높은 발언으로 배구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다영은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한 네티즌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김연경이) 예전부터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왕따는 기본이고 대표팀에서도 애들 앞에서 (저를) 술집 여자 취급했다"면서 "싸 보인다고 강남 가서 몸 대주고 오라고. 애들 앞에서 얼마나 욕하고 힘들게 했는데"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쌍둥이 언니 이재영이 배구 전문 매체 '더 스파이크'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도 실었다. 전날(18일) 보도된 해당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인데, 기사 내용을 캡처해 공유한 이다영은 자신이 김연경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연경 측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라이언앳은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배포하는 유튜버와 악성 댓글은 법적 강경 대응하겠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선처 및 합의는 없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속사 관계자는 "이다영의 폭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 여자 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연경과 그 이후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됐던 쌍둥이 자매. 한때 한 팀과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이들이 이제는 철천지원수가 돼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폭로가 난무하고, 법적 대응이 예상되는 진흙탕 싸움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