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출 급감과 내수 침체, 그리고 투자 감소라는 3중고에 허덕이고 있는 중국 경제가 최근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디폴트 위기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습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가운데 하나인 비구이위안으로 시작된 위기는 금융시장으로 전이되고 있어 중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 발생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임진수 베이징 특파원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현재 상황 전해주시죠.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 연합뉴스[기자]
지난 7일입니다. 비구이위안이 채권 이자 2,250만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3백억원 가량을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설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는 생소하지만 비구이위안은 지난해까지 중국내 부동산개발업계 1위를 차지한 대형 업체로 총자산이 330조원에 달합니다.
대주주 양후이옌 회장의 자산이 한때 55조원에 달해 아시아 최고 여성 부자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자산이 10조원 정도니까, 회사 규모가 어마어마 하네요.
[기자]
이런 거대 기업이 300억원이라는, 비교적 소규모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서 디폴트 위기에 빠질 정도니까 사정이 그만큼 최악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상환해야하는 채권 규모가 2조 9천억원에 달하는데, 비구이위안 측은 어제 공시를 통해서 "채권 상환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혀 디폴트 위험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비구이위안 한 곳이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구요?
[기자]
지난달 23일에는 역시 대형 부동산개발업체인 다롄완다가 채권 원리금 2,600억원 가량을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고, 계열사 지분을 팔아 간신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심지어 국영기업인 원양집단도 300억원 가량의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 어려움을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밖에도 몇몇 부동산개발업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현재 상황이 몇몇 업체의 위기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친 위기라는게 대체적인 평갑니다. 중국 정부도 현재의 위기를 일부 인정했는데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조정 단계입니다. 일부 부동산기업은 어려움에 처해 있고, 특히 대규모 업체들은 채무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 15일)
중국 베이징 근교 신축 아파트. 연합뉴스[앵커]
부동산 업계가 위기에 처하면서, 관련 금융업계로도 위기가 전이되고 있죠?
[기자]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이 만기가 도래한 투자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는데요.
지금까지 지급이 연체된 상품 수가 서른 개에 이르는데 중룽신탁의 대주주인 중즈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지급 불능 상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즈그룹은 관리하는 자산이 180조원에 달하는 금융대기업으로 고액 자산가나 기업의 돈을 모아서 투자하는 회사입니다. 주로 부동산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비구이위안도 주요 투자처 가운데 한곳입니다.
부동산 활황기에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투자하다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비슷한 양상인데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중국판 리먼 사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시장에서는 더 통제불능 상태로 빠지기 전에 중국의 정부 개입을 기대하고 있을텐데, 지금까지 어떤 대책 나왔나요?
인민은행. 연합뉴스[기자]
일단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나섰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단기 정책금리 2종의 금리를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또, 바로 다음날인 어제도 채권 매입에 나섰는데요. 연이은 두 조치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인데 그 규모가 162조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는 불안에 떨고 있는 시장을 달래기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그래서 부동산을 포함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중국 정부는 대규모 부양책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부정적인 입장 아닌가요?
[기자]
네, 인민은행이 나서서 일부 통화정책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정부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이나 직접 지원에는 조심스런 모양새입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 3년을 거치면서 지방정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 부양책을 펴는게 부담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여기다 1990년대 이후부터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이 관례가 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잔뜩 낀 것이 현재 위기의 근본 원인인데요.
다시 시장 정상화를 명분으로 부동산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에 대한 회의론 역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중국 정부는 오히려 위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같아요?
[기자]
부동산 뿐만 아니라 수출.소비.투자 등 다방면에서 실망스런 경제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중국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들어갔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하지만 그럴때 마다 중국 정부는 "전세계적으로 이 정도 높은 경제지표가 나오는 국가가 어디있느냐?"라고 반박하면서 디플레이션, 혹은 경기침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죠.
오히려 중국 정부는 "현 상황은 조정기로 곧 정상화될 것이다. 외부에서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 이렇게 항변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중국의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 존재하는 단계적 문제를 확대, 과장하여 보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는 강하고 잠재력이 큽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16일)
외부 시각처럼 중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중국 정부 주장처럼 정상화 과정인지, 부동산 업계에서 촉발된 위기가 아직은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상황 전개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한국도 부동산 가격에 연동되서 가계부채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제2금융권 중심으로 부동산PF 부실 문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인데요. 남 일 같지 않은 소식입니다. 베이징에서 임진수 특파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