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연작 앞에 선 작가 이우성. 학고재 제공 아트페어 키아프(9월 6~10일)와 프리즈 서울(9월 6~9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학고재는 이우성과 지근욱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 현대미술의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로 꼽히는 이우성(40)과 지근욱(38) 작가의 개인전이 9일부터 9월 13일까지 각각 서울 삼청동 학고재 본관과 신관에서 열린다.
이우성은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사실적인 형상회화에 담아내고, 지근욱은 색연필로 질서정연한 추상화를 펼쳐낸다. 작품의 외피는 다르지만 두 작가는 사랑이라는 변치 않는 가치를 독창적인 형식으로 풀어낸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우성은 우리 것, 우리 시대, 우리 공간에서 펼쳐지는 모든 일상과 사건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생각한다.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위인이나 유명인이 아니라 함께 숨 쉬며 웃고 우는 가족, 친지, 친구 등 평범한 이들이다.
이우성 작가의 '해질녘 노을빛과 친구들'. 학고재 제공 걸개그림 형식을 빌린 '해질녘 노을빛과 친구들'은 작가와 13명의 친구, 그리고 그중 한 친구의 딸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 작품이다. 캔버스의 자투리를 바느질로 이어 붙인 대형 캔버스로 제작했다. 노을빛 아래 어깨동무를 한 채 환하게 웃는 15명의 인물을 통해 같은 시대, 같은 같은 공간에 사는 것의 의미를 되짚는다.
또 다른 걸개그림 형식의 작품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은 2018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동굴에서 발견된 4만 년 전 벽화의 손바닥 스텐실 그림에 감화되어 제작했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의 역동성과 사람과 사람 사이 아름다운 신호를 후대에 남기는 것이 회화의 본령이라고 말한다.
이우성 작가의 수박 그림 연작 '여기 앉아 보세요'. 학고재 제공 수박 그림 연작 '여기 앉아 보세요'는 정사면체로 떠낸 과육과 투명한 얼음, 사이다의 탄산 거품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작가는 '여기 앉아보세요'를 'Come sit with me'라고 번역했다. 즐거움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를 내포한다. 자화상 연작도 인상적이다.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인물을 통해 작가가 겪는 창작의 고통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이우성은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 한국종합예술학교 평면전공 전문사를 졸업한 후 30세부터 주요 미술관 및 레지던시, 해외 유수 공간에 초대받은 작가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에서 주목받았다.
지근욱 작가. 학고재 제공 지근욱은 색연필로 추상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임시의 테'(Inter-rim)와 '상호-파동'(Inter-wave), '교차-형태'(Inter-shape) 연작은 캔버스 화면에 색연필로 연한 색의 심층(깊숙한 화면)과 짙은 색의 표층(겉 화면)의 다른 층위(레이어)를 줘서 미묘하게 화합하는 경지를 그려낸다.
이중 가로 길이 8m에 이르는 '교차-형태(복사)'는 15개의 캔버스가 한 벌을 이루는 작품이다. 매크로와 마이크로 세계를 교차하면서 사람과 사물은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을 펼친다.
지근욱은 홍익대학교 판화과와 런던 예술대학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아트&사이언스 석사를 취득했다. 2017, 2018년 크리스티 홍콩 정기 경매 특별전에서 추정가를 크게 뛰어넘는 가격에 작품이 낙찰돼 주목받았다.
지근욱 작가의 '교차-형태(복사)'. 학고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