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의 애니메이션 종합 지원 사업을 통해 제작된 애니메이션 '태일이' '기기괴괴 성형수' '무녀도' 포스터. 각 배급사 제공연상호, 김청기, 오성윤 등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27인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 폐지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 2024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해당 지원 사업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들은 오늘(8일) 영진위 지원사업의 필요성과 이번 지원 사업 폐지 결정의 부당함을 담아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는 '돼지의 왕'을 만든 연상호 감독부터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보트 태권브이'의 김청기 감독과 '그 여름'의 한지원 감독, '태일이'의 홍준표 감독 등 젊은 차세대 감독들도 한목소리로 성명에 참여했다.
감독 27인은 장편 애니메이션 지원을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산업육성을 위한 마지막 산소호흡기"이라고 강조하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영진위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 폐지는 애니메이션 창작의 씨를 말리는 졸속 결정"이라고 항의했다.
또한 "영진위 지원 사업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근간인 장편 애니메이션의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강조하며, 문체부가 보도 자료를 통해 주장한 '제작 지원사업의 방만 운영'과 이를 위해 타 기관으로의 '사업 이전'이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귀중한 창작의 가능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임을 지적했다.
27인의 감독은 "영진위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사업의 폐지는 새로운 산업의 근본적 토양을 해치는 일"이라고 규탄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에 대한 사망선고를 단호히 막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와 함께 △영진위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을 원래 형태로 복구할 것 △일방적 결정을 철회하고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위한 논의 테이블을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애니메이션 발전연대 또한 "지원기관의 일원화가 아닌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지원 사업 폐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라고 불리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은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 '무녀도'와 코로나 시국에 개봉하면서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에 올랐던 '기기괴괴 성형수' 등이 영진위 지원 사업을 통해 기획개발 시기부터 단계적으로 지원을 받아 세상에 나온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외에서 유의미한 성과들을 거두기 시작한 시점에서 해당 지원 사업의 폐지는 한국 애니메이션 도약의 발판이자 창작자의 기반을 없애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전연대에 따르면 영진위 지원 사업은 업계와 오랜 시간 다양한 논의를 거쳐 초기기획, 장편제작 지원, 개봉 지원 사업을 통해 오리지널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일관되게 설계된 사업으로써 의미가 컸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가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중편 제작 지원 또한 규모 있는 지원금으로 많은 애니메이션 창작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는 지원제도다.
발전연대는 담당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수립하는 기획재정부가 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무시한 채 이번 결정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짚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과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 낳은 참담한 결과"라고 규탄했다.
한편 지난 4일부터 4일간 진행된 개인 연명 제안에는 1만 80명이 참여했으며, 연명 참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