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내년 총선을 2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의 '신당 창당설'과 당내에서 돌아다닌다는 '공천 부적격자 리스트'의 여파로 국민의힘이 뒤숭숭하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권은 이들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긴 했지만, 당 일각에선 "총선을 대비하는 정부·여당이 약점부터 노출했다"는 비판이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졌던 신평 변호사는 지난 3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는 거의 전멸하고, 전체 의석수에서도 지금보다도 오히려 더 줄어든 결과가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 신당 창당까지 생각하신다는 그런 말을 얼핏 들었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주말 내내 논란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에선 "해당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 없다"고 즉각 부인했고, 대통령실도 "황당무계하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신 변호사는 "여권이 총선에서 참패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해 분발을 촉구할 생각이었다"고 해명하며 공개 사과했다.
일단 공식적으로 신 변호사의 폭로성 발언은 '근거 없는 소설'이라고 치부된다.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 때부터 '멘토'라는 명칭을 이용해 당에 부담이 될 말들을 하고 있다"며 "(신 변호사가) 내부 사정을 알만한 위치에 있지 못하다"고 부인했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김기현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신 변호사는 "안철수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이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발언해 결국 스스로 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수습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권에서 이른바 '공천 부적격자 리스트'가 떠돈 것과 맞물려 뒤숭숭한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3년 만에 당무감사를 예고하며 '대규모 물갈이설'이 제기된 시점에 여권 주요 인사들의 실명이 적시된 사실상 '살생부'가 돌았다는 점에서 원내외를 망라하고 물갈이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당 창당설과 공천 부적격자 리스트 모두 '근거 없는 괴소문'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 총선을 앞둔 여권의 혼란상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특히 지난 전대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듯이 '말 한마디'에 유력 후보들이 우수수 떨어지듯 낙마한 바 있어 대통령실을 진앙지로 하는 소문은 비록 가설일지라도 당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허약한 당의 체질에 더해 마치 그것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이 신당 준비설이 흘러나오자, 총선 준비를 놓고 당에 대한 미심쩍은 시선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제기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 설정에서 오는 불안정성, 총선 공천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겹쳐져 본격적인 총선 대비에 앞서 약점부터 노출된 셈이다.
이 같은 난점을 간파한 내부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4일 CBS라디오에서 "사실 지역구별 판세나 이런 걸 면밀하게 분석해서 지금쯤 이미 사람들을 준비시켜야 된다"며 "그런데 어떤 정황도 지금까지는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대통령실에서 공천을 주도할 거다, 당에서 원천적으로 경선을 할 거다 설왕설래는 많은데 지도부가 확신을 주지 못하고 총선 모드 돌입에도 하세월이니 괴소문들만 떠다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