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기. 대한민국농구협회문성곤. 대한민국농구협회 22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로 펼쳐진 KB국민은행 2023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일본은 전반 오른쪽 45도 위치에서 핸드오프 플레이를 시도했다. 공을 들고 있는 빅맨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선수에게 토스하듯이 공을 넘겨 자연스럽게 스크린이 이뤄지도록 하는 플레이다.
이때 문성곤이 발군의 수비를 선보였다. 순식간에 두 선수의 틈새로 파고들어 핸드오프를 무산시켰다. 과감한 판단과 정확한 위치 침투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KBL 소속팀 유니폼을 입을 때나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때나 그의 플레이에는 차이가 없었다. 문성곤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공격리바운드를 따내기 위해 움직였고 자신이 막는 선수에게 단 1점도 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비에 임했다. 동료를 돕고 팀 분위기를 살리는 허슬 플레이도 여전했다.
문성곤은 비록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팀내 가장 많은 9리바운드를 잡았다.
이날 하프타임 때는 오랜 기간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의 캡틴으로 활약한 양희종의 은퇴 행사가 열렸다. 수비와 허슬 플레이로 대표팀의 중심을 지켰던 양희종은 이제 관중석에서 자신의 뒤를 잇는 문성곤을 흐뭇하게 바라봤을 것이다.
문성곤은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렸던 지난 5월 헤드라인을 장식한 선수다. 수원 KT로 이적하면서 계약 기간 5년, 첫 해 보수 총액 7억8천만원이라는 FA 대박을 터뜨렸다.
수원 KT는 이날 한일전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문성곤은 물론이고 김종규와 함께 번갈아가며 골밑을 지켰던 빅맨 하윤기 그리고 오는 11월 국군체육부대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는 가드 허훈까지 대표팀의 주축 전력으로 크게 활약했다.
압도적인 탄력과 신장 대비 좋은 스피드를 갖춘 하윤기는 대표팀에게 좋은 옵션이 될만한 잠재력을 자랑했다. 높이를 활용해 골밑을 지키는 장면이 여러차례 나왔다. 일본의 덩크 시도를 직접 막아내는 장면도 있었다. 3쿼터에는 송교창의 도움을 받아 화려한 원핸드 덩크를 터뜨려 농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윤기는 24분 동안 10득점 6리바운드 4블록슛을 기록했다.
이날 평가전에서 한국의 76-69 승리를 이끈 추일승 대표팀 감독은 "하윤기가 일취월장한 경기력과 함께 다시 합류한 거 같다. 저도 깜짝 놀랐다. 우리 골밑을 지키는 유일한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젊고 배우려는 의지가 크다"고 호평했다.
정규리그 MVP 경력을 자랑하는 허훈의 활약 역시 빛났다. 당장 가동할 수 있는 가드 자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허훈은 포워드 혹은 빅맨 4명과 함께 뛰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볼핸들러 역할을 잘 해냈다. 팀내 가장 많은 22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2대2 공격을 통해 득점을 창출하는 능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일본이 3점 차로 추격하며 기세를 올린 4쿼터 초반에는 탑에서 3점슛을 터뜨려 상대의 흐름을 끊었다.
톰 호바스 일본 감독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경기 운영을 잘했고 스마트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일본 가드들에게 압박 수비도 잘했다. 2차전에서는 오늘과 다른 전략으로 묶어보겠다"고 말했다.
남자농구 대표팀의 전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김선형과 오세근, 라건아 등 아시안게임의 주축 전력이 돼야 할 선수들은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KT 소속 간판 선수들이 향후 대표팀에서도 중용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한 코트에서 다시 뭉칠 차기 시즌 정규리그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