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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채 전환, 인수자와 협의"한다지만, HMM 새 주인 찾기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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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해진공, 영구채 주식전환 인수자와 협의하기로…인수가격 불확실성 여전

해양수산부 제공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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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선사 HMM(구 현대상선) 매각작업이 매각공고를 기점으로 본 궤도에 올랐다. 

매각의 핵심변수로 꼽혔던 영구채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정리됐다. 매각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어서 HMM 매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적지않는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20일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매각지분은 총 3억 9900만주고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기준 지분율 약 38.9%다. 잔여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전환 주식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의 가격과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처리 방향을 HMM 매각의 핵심 변수로 봤다. 두 기관이 보유한 영구전환사채(CB) 및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 구주는 각각 1억119만주(20.69%)와 9759만주(19.96%), 이를 환산하면 약 2조 8600억원 가량인데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두 기관이 보유한 지분에 이를 더한 가격이 총 인수가격이 된다. 

이런 이유로 인수 하마평에 오른 기업들은 "영구채 처리방향에 따라서 매각가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매수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어렵다"며 손사래를 쳐왔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인수가격 급등을 피하면서 배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충안을 고심한 끝에 인수자와 협의해 영구채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사전에 약정된 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높은데도 이를 주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는 면에서 향후 배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당 가치가 떨어져 주가 하락과 그에 따른 주주들의 피해도 발생한다.
 
앞서 시장 일각에서는 HMM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영구채를 조기상환해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줘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2021년 HMM 의 조기상환에 응하지 않고 영구채를 주식 전환한만큼 조기상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었다.
 
영구채 처리 방향은 가닥이 잡혔지만 인수가격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인수후보군들은 HMM 인수에 따른 이해득실을 보다 꼼꼼하게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HMM 인수후보군들 중 가장 먼저 인수의사를 공식화한 SM그룹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SM그룹 우오현 회장은 "HMM 매각 공고가 나오면 바로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면서도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HMM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꾼다면 입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 회장은 "다른 인수 후보군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에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HMM 매각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SM그룹 외에 현대글로비스와 LX그룹, CJ대한통운 등이 HMM의 또 다른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SM그룹을 제외한 다른 후보군들은 이와 관련한 언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인수자와 협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영구채 처리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HMM 매각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후보군 입장에서는 매각가격은 물론 해운업 시황 역시 여전한 변수로 남아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찍었지만 향후 해운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hanghai Shipping Exchange)는 지난 14일 기준 979.1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월 지수(5109.6)에서 80% 이상 내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엔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와 각국의 자국보호주의 강화, 그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감소도 해운 업황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HMM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3% 감소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이 이후 실적은 그보다 낮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구교훈 교수는 "정부가 사기업을 원래 위치로 되돌려주려는 의지가 있다면 매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면 매수를 검토했던 기업들 중 얼마나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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