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 설치된 노조 농성장의 모습. 연합뉴스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 의료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19년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정부가 지난 2021년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노조의 강대강 대치가 예상되면서 정부가 업무복귀명령 카드를 발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흰색, 초록색, 파란색 우비를 입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2만여명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은 13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손피켓을 들었다.
이날 총파업에는 전국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에 조합원 4만 5000여명이 참석했다. 다만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필수유지업무에 투입되는 조합원은 제외했다.
전체 45개 상급종합병원 중 총파업에 참가한 상급종합병원은 고대의료원·경희의료원·아주대의료원·이화의료원·한림대의료원·한양대의료원 등 20곳이다.
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충남대병원 등 7개 국립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국립암센터·보훈병원·한국원자력의학원 등 12개 특수목적 공공병원, 적십자혈액원·적십자병원·검사센터 등 26개 대한적십자사지부도 총파업에 참여했다.
경기도의료원·부산의료원·인천의료원·홍성의료원 등 26개 지방의료원, 부평세림병원·광주기독병원·정읍아산병원 등 19개 민간중소병원, 6개 정신·재활·요양 의료기관, 미화·주차·시설·보안 등 6개 비정규직 사업장 등도 파업에 참가했다.
노조는 "지난달 쟁의조정신청 이후 15일간 조정기간에 교섭을 계속했음에도 사용자와 정부가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예고한 대로 7월 13일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파업을 앞두고 보건복지부는 대화와 협상을 중단했다"며 정부의 전향적이고 실질적인 해법이 없으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1년 9·2 노정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인력확충, 공공의료 확충 등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첫 날 서울 집중 파업에 이어 14일에는 서울·세종·부산·광주에서 파업 2일차 총파업대회를 연다.
노조는 정부가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파업을 철회하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3일 국회에서 보건의료 관련 당정 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한 뒤 "지금이라도 파업 동참 계획을 철회하고 환자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정당한 쟁의행위를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 끼치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업으로 한산한 수납 창구. 연합뉴스
이날 파업으로 전국 곳곳의 병원에서는 큰 혼란은 없었지만 입원과 진료 등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립암센터에서는 13일과 14일 예정된 수술 100여건과 외래진료 2000여건을 취소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소방서들에 구급환자 이송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부산대 병원 등은 전날 수술이 취소되고 환자 1천여명이 퇴원하거나 전원 조치되기도 했다.
의료 현장의 혼란이 계속될 경우 정부는 업무복귀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인터뷰에서 "노조가 발표하고 발언하는 내용을 보면 파업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며 "법적인 검토를 면밀히 거쳐 필요하다면 업무복귀 명령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위기 경보가 격상되면서 '의료기관 파업 상황점검반'은 '중앙비상진료대책본부'로 전환되고 시도 및 시·군·구별로 비상진료대책본부도 구성된다.
이에 따라 파업 이틀째인 14일 복지부는 박민수 2차관 주제로 보건의료노조 파업 관련 전국 시도 부단체장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