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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특혜의혹 강상면안 '초특급' 노선검토…"매우 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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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업지시서 수행 착수 시점·기간 명시
노선선정·기술검토는 2개월~4개월 차
하지만 변경안 제안은 20일 만에 이뤄져
용역착수 시점 기준으로 봐도 50일 만
예타안 비교 과업 일정은 마무리 단계
전문가들 "용역사가 예타안 뒤집기? 기형적"
설계사 "예정 일정일 뿐…확정안도 아냐"
국토부 "현장 조사해 방향성만 논의한 것"

'서울-양평 고속국도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 과업지시서' 내 예정공정표. 문서 캡처'서울-양평 고속국도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 과업지시서' 내 예정공정표. 문서 캡처
'김건희 여사 특혜의혹'에 휩싸인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조사를 맡은 설계사가 노선 검토에 관한 예정된 공정 일정을 앞당겨 '변경안'을 서둘러 제시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개월 과업 일정, '한 달'도 안 돼 변경안 검토 제안

지난해 1월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에 공고된 해당 사업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 과업지시서'에는 과업별 수행 착수 시점과 기간이 설정된 '예정공정표'가 담겨 있다.

이 표에 따르면 '노선선정 및 기술검토'에 관한 과업 일정은 착수일로부터 2개월 차부터 4개월 차까지로 설정돼 있다.

용역 수행의 첫 단계인 '기초자료 조사/분석'을 먼저 착수한 뒤 한 달 이후부터 3개월간 조사를 진행하도록 돼 있던 것이다.

용역 착수 시점이 지난해 3월 29일인 점을 고려하면 '노선선정 및 기술검토'는 4월 말부터 7월말까지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설계사는 착수 50일 만에 용역 발주처인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기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와 과업지시서에도 없었던 '강상면 종점'의 변경 노선안을 제안했다. 예정대로 2개월 차부터 노선선정을 검토했다면 대안 노선을 제시하는 데 20일도 채 걸리지 않은 것.

지난 10일 국토부의 설명자료를 보면 '설계사에서 조사 및 검토를 거쳐 2022년 5월 강상면 종점 변경대안을 제시'라고 적혀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5월 19일 실무협의 회의에서 '구두'로 처음 변경안이 제시됐고, 이어 같은 달 24일 열린 착수보고회에서도 같은 내용이 제안됐다. 두 회의 모두 윤 대통령 취임(5월 10일) 이후에 열렸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의 설명자료 중 타당성조사 설계사의 강상면 종점 변경대안 제시 관련 내용. 문서 캡처지난 10일 국토교통부의 설명자료 중 타당성조사 설계사의 강상면 종점 변경대안 제시 관련 내용. 문서 캡처
교통수요예측과 경제성 분석 등의 공정을 앞두고 노선 대안에 대해 한창 면밀한 검토를 거쳐할 시기가 남아 있는데, 종점이 뒤바뀐 새로운 노선안부터 등장한 셈이다.

더욱이 '예타 결과 비교'는 예정공정표상 '성과품 작성' 직전에 이뤄지는 가장 마지막 단계로 잡혀 있다. 그럼에도 예타안보다 종점 변경안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설계사가 제안해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당시에는 과업지시서에 대안 노선 검토 사항이 있을 뿐, 예타 조사를 통과한 원안인 양서면 종점안이 기준이었다. 종점을 포함해 노선을 크게 변경할 만한 근거가 되는 내용 등이 용역 지시 사항에 담겨 있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용역사는 '을', 정부 예타안 무시? 불가능"

설계분야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용역 수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년에 걸쳐 국가의 예타 조사를 통과한 1조 7천억 원 규모의 국책사업에 대해 민간 설계사가 발주처인 정부기관을 상대로 원안(예타안) 노선의 종점과 길이 등 50% 이상을 뒤집는 제안을 하는 게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다수 설계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 판단이다.

특히 이미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단일안으로 예타 문턱을 넘은 상태에서, 통상 '을'의 위치에 있는 용역사가 노선의 일부 변경 등이 아닌 종점부를 뒤바꾸며 전체 방향을 트는 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해석이다.

설계분야에서 10여년 근무한 한 엔지니어링사의 간부급 설계사는 "용역사는 발주처 의견에 따라야 하는 '을'의 위치"라며 "착수 후 두 달도 안 됐는데 KDI(한국개발연구원) 예타 조사를 통과한 노선이 아닌 새 노선을 제안했다는 건 기형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예타 결과 비교'는 스케줄상 9개월, 10개월째인데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예타 노선보다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외부 요청이 있지 않고서야 그 기간에 어떻게 조건을 확인하고 대안 노선이 예타안보다 적절하다고 판단했는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업지시서에 '대안 노선' 문구가 들어가는 것은 대부분의 용역에 들어가는 내용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한 설계업체 임원도 "업계에서는 설계사가 이렇게 50% 정도를 다 바꾸는 안을 먼저 제안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변경안이 검토 돼 왔기 때문에 이를 참고해 신속히 제안할 수 있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제안을 할 수는 있겠지만, 예타 조사는 설계사가 작성한 게 아니라 KDI라는 국가기관에서 적정하다고 결과를 낸 것"이라며 "설계사가 마음대로 '이게 더 유리하다'면서 용역 착수한 직후 크게 변경할 수가 없다. 오랜 기간 검토된 노선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판단했다.

국토부·설계사 "예정 계획일 뿐 준수 어려워…확정 제안도 아냐"

연합뉴스연합뉴스
이에 대해 타당성조사 용역사와 국토부 측은 '과업별 일정은 예정된 계획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 당시 설계사에서 제안한 내용은 '노선 변경안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었을 뿐 기존 예타안과 상반된 노선안을 확정적으로 논의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용역사인 경동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일정이 대략 그렇게 되겠다는 것이지 일 자체가 일정대로 맞춰서 가는 게 있겠나"라며 "(대안 노선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었지 결정을 낸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과업 자체가 일정대로라면 준공되고 끝났어야 되는데 아직도 이러고(진행되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답변대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면 왜 변경 노선안 제안은 신속하게 이뤄졌나'라는 기자 질문에는 "국토부를 통해 얘기해야지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고, '국토부에서 먼저 대안을 제안한 적은 없었나'라는 질문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 잘 알지는 못한다"고 짧게 답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검토 방향으로서 제안을 받은 것으로 현장 조사에서 (종점부 등의) 여러 문제점들이 보여서 '대안 노선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던 것이다"라며 "예타 조사 때 현장을 제대로 못 봤을 수 있어 현장을 조사하면서 예타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강상면 쪽 노선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당성조사 때는 보통 그렇게 한다"며 "예타 결과와 비교를 하는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종점이 양서면이면 강을 내려와야 하고 JCT를 설치하기도 힘들다"며 "여건상 이런 점에 대해 검토 방향만 제시했던 대략적인 제안이었다"며 "국토부에서 대안부터 제시하라고 한 적도 없고, 과업 수행 일정은 분야별로 분절돼서 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오버랩(겹침)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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